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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Dec 12. 2021

오래 살지만
건강 수명은 줄어드는 이유

노화를 늦추는, 젊고 건강하게 사는 두 가지 방법

 이 장수한 생쥐들은 노쇠한 상태로 버티며 오래 산 것이 아니라
더 젊게 오래 살았고,
노화 관련 질병도 빈도와 강도 모두 줄었다.

-<에이지리스>, p. 184


이 책은 '노화는 치료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기술의 발전이 노화 과정에 개입해서 실질적인 결과를 거두고 있는 연구들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노화가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은 '죽음은 거스를 수 없다'고 믿어왔던 절대적인 진실에 거스르는 이야기 때문에 당황스럽다. 책을 따라 읽다 보면 '이게 무슨 말이야'에서 '먼 미래에는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연구가 시작되는 시점인 데다, 연구 성과가 문제가 아니라 대중의 '노화 치료'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바꾸는 것 자체가 도전이기 때문에 아직은 체감이 잘 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논란은 둘째치고 내가 들었던 의문은 들었다. 이것이다. (150세 혹은 그 이상으로 살 수 있게 된다면) "그렇게까지 오래 살아야 할까?", "우리가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tvN의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김경일 교수님은 인간의 죽고 싶지 않은 욕망을 "죽지 않는 것(불사)과 늙지 않는 것(불로)" 두 가지로 구분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욕구의 원천은 관계와 인정으로 나뉜다. 죽음은 내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고 내 존재는 관계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불사'는 관계 욕구에서 오는 반면 젊음을 유지하며 멋진 내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 '불로'는 인정 욕구에서 온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꼭 두 가지 욕구로 나누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불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피하고 싶을 수도 있고, 불로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당장 아프면 괴롭고 피곤하기 때문에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여기서 죽음을 피하고 싶은 두 가지 이유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내가 죽고 싶지 않은 이유는 죽지 않고 싶어서인가 늙지 않고 싶어서인가.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답은 명확하다. 불사보다는 불로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평균 수명보다는 건강 수명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즉, 수명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건강수명이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몸이 아픈 기간을 제외한 것으로,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보다 '실제로 건강하게 산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건강지표.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아이러니하게도 위 그래프를 보면 평균수명은 확실히 늘었지만, 사실 상 건강하게 산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그래프는 의학의 발전이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은 될지언정 건강 수명까지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건강은, 의학이나 기술의 발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평소 누적된 생활 습관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편해지고 넉넉한 삶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컴퓨터를 하며 움직이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고, 몸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먹고, 간편식으로 기름지고 여러 화학물이 첨가된 음식을 먹는 데다, 잠은 부족하고 늘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젊음을 최대한 유지하다 건강하게 죽고 싶다. 그 방법들이 이 책 <에이지리스>에 나와 있다. 


1. 식이제한 


첫 문장에서 언급된 '더 젊게 오래 산' 쥐의 사례는 라파마이신이라는 약물을 투여한 결과인데, 이 약물은 식이제한과 비슷한 작용을 일으켜 "실제로 소식하지 않아도 마치 소식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약물을 사람에게 투입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 라파마이신은 면역억제제이기도 해서 소식 효과를 위해 먹다가 면역계가 억제되어 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라파마이신에서 영감을 받아 메트포르민이나 스퍼미딘 등 다른 식이제한 효과 약물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약물 그 자체가 아니라 "식이제한"이다. 식이제한을 통해 우리는 실제로 소식을 하지 않아도 마치 소식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식이제한 효과 약물은 모두 동일한 전략을 공유한다. 알려진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이리저리 주물러 보며 식이제한의 혜택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여기서의 장점은 식이제한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항노화 치료법이라는 점이다. -<에이지리스>, p. 189
우리 몸에 음식이 충분하다고 신호를 보내면 세포는 성장을 우선시하므로 우리 몸은 주위를 살펴보며 이상하거나 이상해 보이는 세포를 제거할 기회가 없다... (중략)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음식이라는 에너지를 끝없이 공급해서 비정상 세포의 성장을 부추기는 것이다. 우리는 규칙적이고 일시적으로 에너지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비정상 세포를 제거하고 우리 몸이 리셋할 기회를 꼭 제공해야 한다. -<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p. 144                  
(좌) <에이지리스> / (우)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2.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 


연구에 따르면 하루 운동량이 1분이라도 증가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을 1분이라도 줄일 때마다 사망 위험은 줄어든다고 한다.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30분 정도만 가볍게 몸을 움직여 줘도 14%나 사망 위험이 준다고 한다.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뭘 더 말할 수 있을까. 운동은 무조건 좋다. 얼마나 하든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낫고,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도 없다.


처음 내딛는 작은 발걸음들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 후로는 시간과 강도를 늘려도 돌아오는 효과가 점점 줄어든다. 처음에는 매일 5분에서 10분 정도의 산책으로 작게 시작하면 건강에도 좋고, 운동량을 늘리기도 덜 부담스럽다. - <에이지리스>, p. 373                
그 약은 바로 적절한 운동과 단순한 식사, 그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다... (중략) 운동이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심지어 기억 중추인 해마가 위축되는 현상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리를 사용하는 운동은 뇌세포를 자극해 주의력을 높이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p. 171                                       


앞에서 오래 사는 것과 건강하게 사는 것을 나누어 이야기했지만, 둘은 별개가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 건강하면 오래 살 수 있다. 다만 평균 수명은 늘어나지만 건강 수명은 짧아지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 한 가지 방법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내 건강을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지 말자. 결국 그것은 내가 오래 살 수 있게 해줄 수는 있어도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결국 가장 빠르고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밥은 지금 당장 스스로 생활 습관을 바꾸고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방법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참고: 

<에이지리스>, 앤드류 스틸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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