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중요한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겠습니다.
종종 고객 만족도를 적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고 난 뒤에,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고 난 뒤에, 아이들 학교에서 참여수업을 마친 후에... (극히 예외를 제외하고) 나는 대부분 최고점을 준다. 상대평가를 하면 물론 달라지겠지만 나는 어쨌든 상대방이 최선을 다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다 내 맘 같지는 않다. 까탈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진상 고객들도 있는 법이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행사 중에 '빡독'(빡세게 독서하자)는 하루종일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 한 장소에서 책을 읽는 행사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데 모두 무료다. 매 행사가 끝나고 피드백을 받아보면 물론 부정적 의견도 있다. 의자가 불편하다거나 히터나 에어컨이 너무 세서 덥거나 춥거나 하는 건 최대한 피드백을 반영하려고 한다. 의자가 불편한 건 다른 강의실을 열어두거나 로비에 매트를 깔아 누워서도 볼 수 있게, 그리고 이번 회차부터는 빈백이 30개 준비된다. 하지만 가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듣기도 한다. "낮잠 잘 공간의 부족" "식사에 국물이 없음" "채식주의자에 적합한 식단 부재" 등...
다시 말하지만 이건 무료 행사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만족해하는, 어떤 구독자의 말을 빌리면 '내 생에 꼭 한번은 가고 싶은' 행사로 묘사된다. 그런데도 불만은 생긴다. 불만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말이다.
미국의 유명 리서치&자문 회사Forester의 고객 경험 연구팀은 매년 10만명이 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산업계 전반에 걸친 기업들과의 경험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2016년에 실시된 설문조사의 한 질문에서는 고객 경험의 느낌을 1~7까지 점수로 표현하라고 요청했다. 1은 아주 나쁨이고 7은 아주 좋음이다.
1 2 3 4 5 6 7
책 <순간의 힘>에서는 묻는다. 당신이 한 업체의 사장이라면 같으면 이 설문조사를 어떻게 활용하겠느냐고. 아마 7에는 눈길을 별로 주지 않을 것이다. 7점을 준 이들은 아마 나처럼 불만이 거의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아니면 제품을 정~말 좋아하거나)
책은 조금 더 단순하게 도식화하여 다시 묻는다. 고객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돈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면, 책에나온 것처럼 1,2,3점의 부정적 고객을 4점으로 옮길 것인가?(플랜A) 아니면 4,5,6점의 긍정적 고객을 7점으로 상향시킬 것인가?(플랜B)
위에 언급했던 리서치&자문 회사Forester는 위 점수에서 7점을 준 고객과 4점을 준 고객이 소비한 금액을 비교했다. 7점을 준 항공사 고객들의 경우 한 해에 2,200달러를 소비하는 반면 4점을 준 고객의 소비액은 800달러였다. 운송업계의 경우 7점은 57달러, 4점은 24달러였다. 정리하면, 어떤 분야에서든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고객들이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Forester에서는 플랜A(1,2,3->4)보다 플랜B(4,5,6->7)를 활용하게 된다면 매출을 약 9배 상승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1인당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며 더 많은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아마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만 많은 고객들한테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서 그들이 부정적인 입소문을 내면 어떻게 하지?' 포레스터는 불만 고객들의 영향력을 측정한 결과, 다른 사람들에게 해당 브랜드를 불매하라고 설득하는 고객은 실제로 대단히 드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부정적인 입소문은 실질적으로 효력이 너무 미미하여 모델에서 제외되었다. -<순간의 힘>, P.75
(*물론 위에서 말한 효력이 미미한 부정적 입소문은 임블리의 호박즙과 같은 블랙스완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제품 상의 하자가 있었을 때 대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맥락으로 이해해보자)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플랜A, 부정적 고객을 제거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얼핏 보기에는 최악의 고객이 지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전략적 투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은 미친 짓이다. - <순간의 힘>, p.74
이 글을 쓰기 전에 6월 빡독에 선정된 분들에게 메일이 와서 답변 메일을 적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정말 좋은 책을 발굴하고 진정성을 담을 것이고 무료 보조 컨텐츠를 꾸준히 만들 것이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기뻐하고 울어주는 이 분들과 함께하기에도 24시간이 부족하다.
다시 강조하면, 우리는 앞으로 더 중요하고 더 많은 고객들에게 집중할 것이다.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여전히 약한 자에게 약하고 강한 자에게 더 강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감동을 주고 그들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나는 더 공부할 것이고 함께 미친듯이 성장할 것이다.
이런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 공짜가 아님을 명심하라.
- <순간의 힘>
이 글은 대교가 후원하는 무료 독서모임 '씽큐베이션'에 참여하면서 작성된 10번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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