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사 Jul 30. 2019

재능을 타고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화가 납니다.

내가 매일 들인 노력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다음은 미국 프로농구 선수 레이 앨런의 ESPN 인터뷰 중의 일부다. 

"Preparation is key to Ray Allen's 3s" (출처: ESPN interview)
내가 점프슛을 잘하는 것이 신의 축복 덕분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화가 납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난 이렇게 말하죠.
내가 매일 들인 노력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며칠이 아니라 "매일"입니다.


<1만 시간의 재발견> 작가 서문(부제: '타고난 재능'이란 없다)에 위 인터뷰가 소개되어 있었다. 궁금해져서 레이 앨런이 누구인지 찾아봤다. 저 정도의 발언을 했다면 분명 훌륭한 성적을 기록한 훌륭한 선수이겠지. 과연 그랬다. 레이 앨런은 3점 슛의 황제로 불린다. NBA 역대 3점 슛 성공 개수 1위 기록의 보유자. 국내에서는 소위 '만렙횽'으로 불린다. (RPG 게임에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성장치인 만렙을 달성했다는 뜻으로)


레이 알렌 Ray Allen


우리는 누군가 저런 성적을 가지고 있다면 이렇게 반응한다. '역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달라. 부럽다. 좋겠다. 나랑은 차원이 다른 사람이야.' 하지만 그들은 정말 우리와 다를까? 그들은 다른 사람들은 갖지 못한 무언가를 가지고 태어났을까? 노력으로는 재능을 따라잡지 못할까?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들마다 분야별로 고정된 일단의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 잠재력을 운 좋게 발견하여 발전시킬 수 있다고. 더 나아가 이 잠재력은 크기가 정해진 '그릇'과 같아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정해진 용량까지만 채울 수 있으며, 이를 넘어설 수는 없다고 믿는다. 이럴 경우, 교육의 목적은 내가 가지고 태어난 그릇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기 위한 것이 된다. 즉 어떤 훈련은 개인이 타고난 '정해진' 잠재력의 최대치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나도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 <1만 시간의 법칙>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저자 안데르스 에릭슨은 30년 이상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이는 특별한 사람들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한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아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재능은 우리가 생각하는 '선천적인 재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인식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학습이 인간의 타고난 능력을 활용하게 해주는 수단이 아니라 '없던 능력'을 창조하는 수단이 된다면

인간의 잠재력이 고정되어 있는 사기그릇이 아니라 크기와 모양이 얼마든지 바뀌는 신축성 있는 그릇이라면


안데르스 에릭슨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근거를 제시하는데, 한 가지 예가 '절대음감'이다. 절대음감은 인구 1만 명 당 한 명 꼴로 나타난다고 한다. 베토벤에게는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브람스는 가지고 있지 않았던, 거장 음악가 사이에서도 흔한 능력이 아니었던 이 능력은 극소수만 가지고 태어나는 선천적 재능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선천적 재능의 완벽한 사례에 새로운 견해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같이 유년 시절부터 음악 교육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절대음감은 선천적 재능인가 아닌가?' 이 의문에 대한 진실은 2014년 <음악심리학>이라는 학술잡지에 소개된 실험에서 밝혀진다. 


일본의 심리학자 사카키바라는 2세에서 6세 사이의 무작위로 선별된 24명의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선정한 열네 가지 화음을 모두 소리만 듣고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일부는 1년 이하, 일부는 1년 반이 걸렸다) 그리고 아이들이 열네 가지 화음을 식별하게 되었을 때, 개별 음의 이름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지 시험했는데, 연구에 참여한 모든 아이가 개별 음을 식별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1만 명이 절대음감을 나타내는데 이 실험에서는 모든 아이가 절대음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절대음감은 운 좋은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선천적인 재능이 아니라 적절한 훈련을 통해 거의 모든 사람이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증명해 낸 것이다. 이것은 천재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그의 절대음감이 선천적이었는지 후천적이었는지 지금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가 가지고 있었던 재능은 사카키바라의 연구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가지게 된 재능과 동일하다.


절대음감의 경우는 그렇다고 쳐도 여전히 '재능을 부정할 수는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 소개된 조너선 하디스티 Jonathan Hardesty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디스티는 여덟 살 때 잠깐 그림에 관심을 보인 것 외에 뭔가를 의도적으로 그려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취업 후 삶의 의욕을 잃었다고 느끼고 '무엇을 하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중에 결국 그가 고른 직업은 화가였다. 문제는 그가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려본 것이 여덟 살 때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이나 지인 중에서도 그림과 관련된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제대로 그림을 가르쳐 줄 사람도 없었던 상황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이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느끼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는 화가가 되겠다는 무모한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 결심을 한 날, 유명 화가가 되는 날까지 매일 드로잉을 하고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실제로 하디스티는 무려 13년 동안 매일 같이 그날 그림을 아티스트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업로드했다. 13년 뒤, 놀랍게도 그는 그의 바람대로 유명 화가가 되었다. (하디스티는 독보적인 정상급 화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작품들은 달러로 다섯 자리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지금은 다작의 유용성을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너선 하디스티의 인스타그램)


조너선 하디스티 Jonathan Hardesty의 그림 (출처: polycount.com)


위에서 소개한 세 예시(스포츠, 음악, 미술의 각 분야)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무엇일까? 첫째는 훈련을 통해 재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충분한 기간 동안 "매일" 훈련했다는 것이다. 


1. "노력(제대로 된 훈련과 교육)으로 재능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


훈련을 통해 재능을 취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뇌의 가소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뇌의 가소성이란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 뇌의 특성인데, 특히 제대로 된 자극에 반응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신경 조직망을 재설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인간은 잠재력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다시 말해 뇌는 꾸준한 훈련을 통해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을 가능하게 해 준다.


2. 충분한 기간 동안 '매일' 훈련했다.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성과(변화)는 질이 아니라 양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즉 훈련의 강도가 아니라 횟수가 무조건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위에 언급된 세 예시를 통해 어떤 임계점을 넘기 위한 훈련의 횟수는 "매일"이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레이 앨런의 인터뷰(며칠이 아니라 매일입니다. Not some days. Every days.)와 매일 그림을 그려 올린 조너선 하디스티의 이야기에서 '매일'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그래서 사카키바라의 실험에도 '매일'이라는 마법이 통했는지 직접 찾아보았는데, 놀랍게도 이 실험에도 있었다. "... was trained every day for 19 months to acquire absolute pitch."


'A Longitudinal Study of a Process for Acquiring Absolute Pitch', AYAKO SAKAKIBARA


훈련을 통해서 이전에는 없던 능력을 새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여러 연구결과와 실 사례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재능'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지만) 회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천재라고 부르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포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가 재능을 타고났다고 인정함으로써 내가 노력을 안 해서 그렇게 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선천적인 것이며, 후천적으로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믿는 순간, 나의 노력은 부질없는 것이 되고 그저 편히 앉아서 그들을 찬양하는 사람들로 남게 된다. 누군가의 엄청난 성과를 인정하고 싶다면 그가 천재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의 노력을 칭찬하는 것이 낫다.


... 이런 사실은 여러 차례 반복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어떤 연구원은 이 같은 기억 기술 연구를 이렇게 요약했다. "최근에 실시한 연구 결과, 적절한 방법과 훈련을 적용할 경우 의욕적인 건강한 성인이 특별한 유형의 기억 과제에 대해 이례적인 수준의 성적을 얻지 못하게 막는 그 어떤 과학적으로 입증된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p.77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재능 결정론을 버린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고민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될 것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게임 체인저는 경영 분야 등에 있어 기존의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정도로 혁신적인 사건, 인물, 제품 등을 말하는데 우리가 이렇게 인식을 바꾼다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질문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내가 선택한 영역에서 필요한 능력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안데르스 에릭슨은 이렇게 답한다. 올바른 연습을 충분한 기간에 걸쳐 수행해야 한다고 말이다. 올바른 연습에는 멘토와 피드백, 그리고 의식적인 노력이 포함된다. (충분한 기간이란 1만 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 문장에 "매일 꾸준히"를 추가하고 싶다. 


'올바른 연습'을 '충분한 기간'에 걸쳐
(매일 꾸준히) 수행해야
실력이 향상되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안데르스 에릭슨 (+김팀장)



그들은 무엇이 다른가? <오리지널스>와 비슷하지만 다른 맥락에서 다시 이 질문을 던진다면, 대답은 같다. 그들은 우리와 같다. 하지만, 탁월한 방법으로 꾸준히 노력했고, 우리도 올바르게 연습한다면 (어쩌면) 그들보다 더 잘 해낼 수도 있다. 


참고:
1. <1만 시간의 재발견> 2.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3.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씽큐베이션 #체인지그라운드 #실력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씽큐2기

작가의 이전글 나는 달리는 인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