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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Nov 05. 2019

세상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법

오펜하이머에게는 있고 랭건에게는 없었던 것

"저는 저보다 똑똑한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나 저와 같은 수준의 이해력을 보이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죠. 누군가 제게 도전할 수도 있으니까요."


위의 말은 미국 미주리주의 교외에 있는 말 목장에 살고 있는 50대 크리스 랭건Chris Langan이 한 이야기다. 자신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사실이다. 그의 IQ는 195-210로 측정되는데 이 점수는 현재 살아있는 사람 중 IQ로는 가장 높다. (아인슈타인의 아이큐는 150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는 말콤 글래드웰은 크리스 랭건을 백만 명 중에 하나 태어날까 말까 한 두뇌의 소유자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껏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크리스는 삶 대부분을 술집 입구를 지키는 가드로 살았다.


그가 잠재력을 펼치지 못한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비참했던 어린 시절을 이유로 든다. 집은 너무 가난해서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했고, 어머니는 결혼을 네 번 했는데 세 명의 남편은 모두 자살하거나 살해당했다. 네 번째 남편은 술 주정뱅이였고 아이들을 학대했다. 결국 열네 살에 집을 나간 크리스는 학업을 이어나가려고 했지만 결국 대학교를 중퇴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천재 집단 실험에서 지적 능력을 살리지 못한 천재들의 가장 큰 차이를 가정환경이었다고 말한다. 좋은 옷과 먹을 것을 제공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적합하도록 그를 준비시켜줄 공동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법, 질문하고 협상하는 법 대신 불신, 거리를 두는 법, 의심하는 법 등을 배운 것이다. 


크리스 랭건과 대조적으로 비교되는 인물이 로버트 오펜하이머다. 원자폭탄을 제조한 물리학자 오펜하이머도 크리스처럼 명석했다. 크리스와 달랐던 것은 그의 의사소통 능력이었다. 그 예를 잘 보여주는 오펜하이머의 일화가 있다.


평생 우울증에 시달린 오펜하이머에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싫어하는 교수를 독살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화학약품을 제조했다. 교수는 운 좋게 화를 면했지만 이 이야기가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는데, 오랜 협상 끝에 오펜하이머는 퇴학이 아닌 정학 처분을 받아 냈다. (크리스 랭건이 장학금 서류를 기간 안에 제출하지 못해서 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결국 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20년 후에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담당자를 찾아가 (실제로 자격이 불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적임자라고 설득해서 결국 선택받은 일도 있다. 이 이야기는 버드와 셔윈의 책에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그로브스가 만난 과학자들 중 원자폭탄을 만들려면 다양한 학제 간 연구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일깨워준 과학자는 오펜하이머가 처음이었다. 오펜하이머가 그 목적에 부합하는 중앙연구소의 개략을 설명할 때 그로브스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훗날 그가 증언한 바에 따르면, 그 연구소는 '여태까지 고려된 적 없던 화학, 금속공학, 공학, 병기학적 문제를 다루는 곳'이 되었다. -<아웃라이어>, p.122



이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오펜하이머는 많은 과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오펜하이머가 크리스 랭건보다 더 똑똑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데 탁월한 방법을 알고 있었던 반면 크리스는 교수에게 자신이 대수학에 능하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도 실패했다.


길게 이야기했지만, 성공이 IQ나 가정환경으로 결정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을 아는 것이다. 이것을 실용지능Practical Intellegence이라고 부른다. 이 능력은 내가 무엇을 알고 어떻게 할 줄 아는지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무엇을 알고 어떻게 할 줄 아는 것은 1차적인 문제다. (물론 이 부분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후자를 해내지 못해서 크리스처럼 재능을 탕진하고 마는 것이 아닐까? 


약한 연결의 힘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책, <친구의 친구>에서는 인맥 관리가 불순하다는 일반적인 오해를 완전히 깨뜨려 준다. 네트워킹을 '사적인 이득을 위해 인간관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방법을 연구하는 것'으로 바라본 것이다.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그로브스(슈퍼 커넥터)를 찾아가 자신의 능력(실력)을 설득한 것(실용지능)도 이와 비슷하다. 만약 크리스가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줄 네트워크를 찾아다니는 노력을 했다면 어땠을까? 대중은 재능을 가진 인물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열광하기 때문에 분명 연결만 되었더라면 분명히 그가 가진 잠재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세상에 적합하도록 그를 준비시켜줄 공동체에 부모님의 교육방식과 가정환경의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지금의 "좋은 공동체"는 가족을 훨씬 넘어선다. 좋은 네트워크 안에서 실력을 쌓고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의 기회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실용지능도 말하기 능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해서 전달할 수도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물론 실력을 먼저 쌓아서 설득하는 것이 쉬은 방법이겠지만 아직 실력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좋은 공동체를 찾아서 그 속에서 연결을 모색하고 실용지능을 배워 나가면 된다. 


결국 세상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능(IQ)보다 실용지능이다. 실용지능은 1)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것이고, 2) 누군가가 가르친다고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3) 천재도 혼자서는 자신의 길을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들은 우리 모두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충분히 실력을 쌓고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연결해보자. 우리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친구의친구 #아웃라이어 #오펜하이머 #크리스랭건 #씽큐베이션 #체인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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