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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Jan 28. 2020

돈 없던 유학생이
미슐랭 레스토랑을 찾아다닌 이유

소비가 먼저다

나는 요리에 관심이 없지만 요리 경연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아마 요리보다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대하는 태도, 리더십, 팀워크 그리고 실력과 참가자들의 사연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스터 셰프 코리아'는 경쟁 중심의 외국 버전보다 나았다. 특히 내가 이 프로그램에 푹 빠진 이유는 심사위원 김소희 셰프 때문이다. 이 분은 실력과 카리스마, 따뜻한 리더십을 모두 갖추고 계셨다. 잘못된 것은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참가자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셨다. 



프로그램 전 시즌을 보면서 지금까지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다. 김소희 셰프가 요리를 공부하면서 미친 듯이 유럽 각지의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는 이야기다. 그녀는 돈 없이 없던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비싸서 며칠을 굶더라도, 아무리 멀어도 다 가서 먹어봤다고 했다. 화장실을 가는 척하면서 주방에 들어가서 어떻게 일하는지 훔쳐본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당시에는 왜 그녀가 그렇게 시식을 하러 다녔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열정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다.

프로필 중 첫째 줄, "유럽 각지의 레스토랑 체험 후"에 집중해 보자!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의 저자, 앨런 가넷은 김소희 셰프가 유명 레스토랑을 다니며 시식했던 경험을 '소비'라고 지칭한다. 어느 분야에 있던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지점을 알아내는 능력을 개발해야 하고, 그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를 충분히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는 일이 직업이라면 최근에 자신이 그린 그림이 시대에 뒤떨어져있는지 너무 앞서가고 있지 않은지 알아차리기 위해 다른 작품들을 많이 봐야 (소비) 한다는 것이다.


요즘 잘 나가는 창의적 예술가를 인터뷰하면서, 나는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다. 테드 사란도스가 엄청난 물량의 영화를 소비한 것과 유명 기업가들이 해당 산업을 집중적으로 소비하여 성공한 것은 전혀 요행이 아니었다. 화가이든 셰프이든 작곡가이든, 그 누구를 인터뷰하든 내가 들은 이야기는 모두 같은 주제의 변주였다. 화가들은 수시로 전시회장을 찾고, 셰프는 최첨단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농장을 찾고 음식 박람회를 찾아다닌다. 작곡가는 끊임없이 음악을 듣는데, 새로운 음악이든 흘러간 음악이든 가리지 않고 듣는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p.171-172


'소비'를 하고 나면 무엇이 달라질까?


심리학과 경영의 교차점을 연구한 버트 배런Roberr Baron 교수는 기업가들이 기회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분석했다. 그는 성공한 기업가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들은 지독하게 소비하는 과정을 먼저 겪었다는 것이다. 이 소비 과정은 뇌의 '패턴 인식'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패턴 인식은 1) 프로토 타입과 2) 대표 사례 두 가지 모델로 완성된다. 1) 프로토 타입은 어떤 발상의 기본적 속성에 대한 추상 개념이다. 커피숍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스타트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한다. 2) 대표 사례는 어떤 범주의 독특한 사례라고 정의된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영화' 하면 어떤 영화가 떠오르거나 '집중할 때 듣기 좋은 음악' 하면 어떤 음악이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프로토 타입은 추상화, 대표 사례는 구체화라고 할 수 있겠다.


소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프로토 타입과 대표 사례는 축적된다. 추상화와 구체화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아이디어를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미 충분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색하는 데 시간을 뺏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결정 과정도 빠르고 정확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어떤 아이디어가 얼마나 적절하게 친숙하면서 새로운 지점에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감독인 롭 민코프는 독창성의 최적 지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누구나 독창성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데, 여기에는 최적 지점이 있다.
독창성이 미흡하면 따분하거나 진부하게 느껴진다.
한편 독창성이 과하면 청중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이지, 산통을 깨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롭 민코프 Rob Minkoff


그러면 소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앨런 가넷은 빅데이터 전문가답게 2년 동안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성공 뒤에 숨은 공통점을 패턴화 했는데, '소비'에 있어서 20% 법칙을 발견해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깨어있는 시간의 20%를 자신의 창작 분야에 속한 자료에 소비한다면, 그 분야의 어떤 아이디어가 선호도와 친숙성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20% 법칙은 의식적인 노력과는 다르다. 앨런 가넷은 이것이 근육량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근육의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고 묘사한다. 근육의 기억이란 수많은 패턴 인식을 통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비틀스가 그들의 노래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다가 빈도를 줄여나갔던 것은 타고난 천재성에 의한 것이 아니다. 무수히 많은 소비를 통해 생겨난 근육의 기억 덕분이었다.


이번 달부터 우리 회사에서 모든 피디들은 매달 '소비 보고서'를 제출한다. 무슨 책을 읽었고, 리서치를 얼마나 했고, 자기 계발은 어떻게 했는지 등의 소비를 기록함을 통해 환경설정을 만들고 피드백을 받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것은 소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려준다. 작년 3월 회사 전 직원이 이 책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을 읽고 토론하며 소비의 중요성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크게 성장한 것이 없다는 것은 뼈가 아픈 사실이기도 하다. 


나는 소비 보고서를 받아서 검토하는 역할이지만 나도 함께 소비 보고서를 작성해 보려고 한다. 나는 '이번 달에 무엇을 소비했고 무엇을 배웠나? 나는 깨어있는 시간 중 몇 퍼센트를 소지하는 데 시간을 보냈나?'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서 이 글에는 첨부하지 못하지만 이 책의 다음 서평에서는 몇 달의 소비 보고서 기록을 토대로 반성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팀 전체가 의식적인 소비가 무엇인지, 의식적으로 소비를 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근육의 기억을 만드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상업적 성공을 가져오는 창의성의 기본 토대"라는 앨런 가넷의 말을 믿는다. 팀 전체가 패턴인식을 하게 되었을 때 어떤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지 경험으로 보여주고 싶다. 


#생각이돈이되는순간 #앨런가넷 #창의성 #소비 #체인지그라운드 #씽큐베이션 #소비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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