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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Feb 01. 2020

OKR는
MBO랑 뭐가 다른데?

12년 차 과장인 남편이 3년 차 팀장인 나에게 물었다.

직급은 과장과 팀장으로 차이 나 보이지만 남편은 직원 100명에 가까운 중소기업에서 12년을 보냈고, 나는 10명 남짓한 스타트업에서 막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남편은 조직생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 잔뼈가 굵은 반면, 나는 여전히 새로운 것이 많은 신입 팀장이다. 최근 남편에게 구글의 조직 문화를 담은 <OKR>을 추천해 주었는데, 책을 읽던 남편이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OKR이 MBO랑 뭐가 다르냐고.


간단하게 정의부터 해보자. OKR 은  Object (목표)와 Key Result (핵심 결과)의 약자이고, MBO는 Management By Objectives (목표관리)의 약자다. 설정한 목표에 따라 결과를 만드는 방법론이 언뜻 봐서는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둘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출처: 존 도어 <OKR>, p. 61)


나는 책에서 본 대로 설명했다. MBO가 목표 설정이 하향식이고 보상과 연결되어 있는 반면 OKR은 상향식(혹은 수평식)이고 조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석하는 것이며 1:1 피드백을 통해서 목표를 수정할 수 있다고. 그런데 남편은 내가 설명하는 OKR의 모든 특징들이 자신의 회사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도 목표를 직원들 개인적으로 세우고 있고, 팀장과 1:1 피드백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남편의 회사가 OKR이 지향하는 핵심가치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하는 겉모습은 비슷해 보였지만 OKR문화의 핵심 가치인 극단적인 솔직함, 이타주의, 조직에 대한 헌신은 잘 보이지 않는다. 


(출처: 존 도어 , p. 59)


결국 남편이 궁금했던 것은 이것이다. OKR을 받아들이면 조직이 바뀔 수 있는 거냐고. 조직원들이 바뀔 수 있는 거냐고. 바뀔 수 있으면 어떻게 바뀌게 되느냐고. 반복되는 문답 속에서 우리는 결국 OKR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모든 기업에게 통하지 않는 이유는 많은 회사들이 OKR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구조에 있다. 팀장이 최저 평가를 받아도 그대로 팀장직을 유지하고, 사장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구조에서 임원의 "지속적인" 노력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이미 조직이 큰 경우 무임승차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OKR을 통해 성과를 만든다고 해도 대부분 호봉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노조원들의 권리 보장과 형평성 추구라는 미명하게 성과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보호받는다. 하지만 OKR이 좋은 도구라고 해도 완벽하게 적용하기는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들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출처: 존 도어 <OKR> , p. 43)


OKR이 탁월한 도구지만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기업의 경영진이 이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고통스럽더라도 반드시 바꾸겠다는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아주 희망적인 것은 우리 회사의 경영진은 이 두 가지 필수 조건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조직원들은 학습 역량과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OKR이 우리의 생존 도구라고 이해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이것이 우리 조직 문화에 스며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팀과 개인 차원에서 "OKR을 세우고-논의하고-수정하고-평가하는" 과정이 몇 주가 아니라 몇 달이 걸릴 수도 있고 이 과정은 분명히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팀장이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팀원들에게 매주 1:1 피드백을 주는 과정을 통해 팀원들이 자신의 업무가 회사의 큰 그림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피드백을 받는 과정은 내가 잘 못하고 있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안다. 동시에 우리는 해낼 것이라는 것도 안다. 1년 뒤가 기대된다.


#OKR #체인지그라운드 #MBO #조직문화 #목표 #핵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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