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사 Apr 18. 2019

'나무늘보'라고 불리던 내가 5km를 쉬지 않고 달렸다

우리는 어떻게 성공했는가?

남편은 내가 나무늘보를 닮았다고 했다. 나도 그 별명에 거부감이 없었는데, 나 스스로도 내가 지독히도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건 너무 잘 알았지만 내 인생은 운동과는 접점이 없었다. 특히 달리기는 내 인생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내가 5km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달리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책, <순간의 힘>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이다. 클라크와 동질감이 느껴지면서 한편으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안 그래도 체인지 그라운드의 팀장으로서 (운동을 하라는 자체 동기부여 영상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1996년, 25세의 조시 클라크는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크게 상심한 그는 한동안 우울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조깅을 시작했다. 클라크는 원래 조깅을 싫어했다. 한 번도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달리기는 지겹고 따분하고 힘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그의 말에 따르면 “선을 넘는 데” 성공했다. 달리기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편안하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거의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클라크는 자신이 조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는 평생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순간의 힘>, p.182


조깅의 매력에 빠졌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깅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던 클라크는 소파에서 뒹굴거리는 게으름뱅이들이 5킬로미터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5킬로미터 달리기‘ 목표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거리는 짧지만 공식 마라톤이고, ‘건강한 성인이라면 5km는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프로그램은 어떠한가! 5킬로미터를 한 번에 뛰는 건 어려워 보이지만 60초 뛰는 건..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되돌아보면 이것은 완벽한 목표 설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8주 차에 접어든 나는 5km를 쉬지 않고 다섯 번째 완주했다. 나와 함께 5km 마라톤에 도전한 두 명의 동료들은 약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놀랍도록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우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책, <완벽한 공부법>에 나온 내용으로 설명해보려고 한다.


첫째, 실현 가능한 목표

목표가 너무 거대하고 도전적이면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위대한 꿈을 꾸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완벽한 공부법>에서는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를 가지되 그 목표를 분해해야 한다고 말하며 ‘SMART 목표’를 제시한다.


-SMART 목표-
구체적이고 (specific),
측정 가능하며 (measurable),
성취할 수 있고 (attainable),
현실적이며 (realistic),
시간 계획 (timeline)이 가능한 목표


다시 말하면 장기 목표를 실현 가능한 목표로 세분화해보고 오늘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왜 실현 가능해야 하는가? 기대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렇다면 기대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작은 성공’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클라크가 개발한 ‘소파에서 5K로’라는 프로그램은 9주일 간 매주 3번의 조깅을 한다. 첫 주에는 총 20분에 걸쳐 60초 뛰고 90초 걷는 운동을 반복하는데, 이것은 나에게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성취할 수 있고, 현실적이며, 시간 계획이 가능한 목표였다. 5km는 나에게 너무 큰 목표였지만, 하루하루의 목표만 해내자는 마음으로 버텼고, 하루하루의 작은 성공은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진 일들도 실현 가능한 목표로 세분화하여 하나씩 해 나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완벽한 공부법>, p.136


2. 완벽한 환경설정

첫 주에는 1분 달리기도 힘들었다. 1주 3일 차, 90초 달리기는 달리다 쉬기를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10분 만에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운동장 구석에 앉아서 쉬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내 머릿속은 회의와 부정으로 가득했다. '내가 과연 5킬로미터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ㅠㅠ 


나는 스스로를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실제 내 마음속은 고정형 사고방식이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따라잡기 힘들다고 믿는다. ‘난 재능이 없어.’ 라며 회피하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며 열등의식을 느끼거나 성공한 사람의 재능을 찬양한다. 

*고정형 사고방식: 모든 사람은 타고난 대로 고정된다고 생각하는 것/ *성장형 사고방식: 지능과 성격은 변하며 노력만 한다면 모든 사람은 변한다고 믿는 것


운동에는 소질이 없으며, 앞으로도 잘 달릴 가능성은 없다고 믿어왔던 내가 그럼에도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한 환경설정 때문이었다. 달리는 것이 힘들다는 난관에 부딪히기도 전에 이미 1) 4월 13일 5km 마라톤 대회에 등록을 했고, 2) '체인지 그라운드' 구독자들에게 우리가 5km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선포했다. 3) 함께 달리기로 한 동료가 있었고, 4) 매주 달리는 모습을 찍어서 체인지 그라운드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야 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내가 싫든 말든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팀장으로서 그리고 내가 하자고 일을 벌인 장본인으로서 이 프로젝트는 반드시 '잘' 해내야만 했다. 첫 주의 90초가 2주 차에는 3분으로, 3주 차에는 5분으로 늘어났다. 달리던 매일이 도전이었다. 그때마다 내 등을 떠밀었던 것은 이런 환경설정이었다. 


그리고 많은 일이 어느 정도의 임계점 돌파가 필요하다. 초반에 좀 힘들지만, 어느 정도 수준만 올라서면 그 일에 능숙해지고 더 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속도가 좀 더뎌도 최고까지 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재능 결정론에 빠져 있다면 초반의 어려움을 넘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 것이다. - <완벽한 공부법> 중에서


3. 구체적인 피드백 (+메타인지)

피드백을 통해 현재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고 있어야 더 명확한 계획과 실행이 가능하며 효과적인 전략도 다시 세울 수 있다. 즉, 의식적인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빡독' 행사를 통해 알게 된 마라토너 분을 섭외해서 코치님으로 모셨다. 훈련일지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았으며, 어느 일요일에는 함께 모여 달리기 연습을 하며 자세 교정도 받았다. (13분 달리기가 한계였던 나는 이 날 처음으로 5km를 달렸으며 45분 연속으로 달렸다=나의 임계점 돌파의 순간)       

     

고유승님의 구체적인 피드백


코치님의 피드백뿐 아니라 달릴 때 기록하는 앱을 통해 나의 달리는 속도를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몰랐을 때 나의 목표는 5km를 30분 내에 완주하는 것이었으나, 나의 기록을 보면 그 목표가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 30분 내에 완주하려면 평균 페이스가 6분/km 이내여야 하는데, 지금 나의 최고 속도는 7분/km, 평균 페이스가 7분 30초다. (운동선수들이 1분, 1초를 단축하기 위해서 얼마나 피나는 연습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의 능력에 대한 메타인지를 상승시키면서 목표는 37분으로 잡을 수 있었다. (현재 38분 47초)                    

조정경기장 둘레가 딱 5km- 직선이 아름답다..


신청했던 마라톤 대회는 앞으로 4일 남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완벽한 공부법>을 다시 읽어보니 모든 문장들이 몸으로 이해가 된다. '완벽한 공부법'은 우리 삶 모든 부분에서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제대로 된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우리가 모두 아인슈타인, 마이클 조던, 메시, 우사인 볼트처럼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번 <노력> 장을 읽은 독자라면 훌륭한 방법론으로 열심히 노력한다면 누구나 전문가, 프로의 반열에는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다. -<완벽한 공부법> 211p


달리는 매 킬로미터가 험난하지만, 그래도 2달이 넘는 이 과정을 통해서 5km 완주를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실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정직한 교훈을 얻었다. 


의식적 노력이란 무엇인가?


내가 5km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 데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지 클라크를 보고 내가 뛰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처럼 달리는 것이 두렵던 누군가가 우리를 보고 달릴 수 있기를... 내가 가장 못 하던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것처럼, 누군가가 미숙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참고로 위에 하이라이트 한 '임계점'의 순간만 넘는다면 도전은 갑자기 훨씬 쉬워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완벽한 공부법> 핵심 문장-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꼼수는 없다.

제대로 된 노력은 결코 당신을 배반하지 않는다.

(https://bit.ly/2Iab2RW)



작가의 이전글 머리 둘레가 100명 중에 99등 이군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