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사 Apr 18. 2019

과연 좋은 아이디어는 딱! 하면 떠오르는 것일까?

책, <오리지널스>를 읽고...

지난 일요일 오후,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듣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위대한 법칙을 발견해 낸 천재들이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그 법칙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결론은 이것이었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잠을 푹 자야 한다는 것이죠."


엥~!? 이게 무슨 말이지? 


이 글은 이 라디오의 이상한 결론에 대한 반론이자, 우리가 왜 어떤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갑자기 의식 위로 떠오르는 영감의 순간! 이 순간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영감의 순간이라고 하면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한 이야기나 목욕을 하다가 밀도를 측정하는 법을 발견한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장면이 생각나지 않는가? 이렇게 영감 이론은 수많은 일화를 통해 신화가 되어왔다. 



이 영감 이론은 두 가지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1) 천재의 번뜩임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잠을 푹 자면 누구나 이런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라디오의 결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

2) 평소에 다듬어 놓은 재능이나 타고난 천재성이 없다면 이러한 순간을 결코 만날 수 없다.


책,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는 영감의 순간을 겪은 비틀스의 폴 메카트니의 일화를 소개한다. 잠에서 깼지만 꿈속에서 들은 멜로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 한 구석에 놓인 작은 피아노로 다가가 기억을 더듬어 선율을 찾는다. 이렇게 그가 꿈속에서 들은 멜로디는 세계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녹음되고 3,000개 이상의 다른 버전으로 편곡된 곡이 되었다. '예스터데이'의 탄생 순간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틀렸다. 많은 연구와 책들은 '창의력'에 관한 영감 이론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는 과학과 방법*은 반드시 있고, 누구나 노력하면 그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맞을까? 과연 좋은 아이디어는 딱! 하면 떠오르는 것인가? 


책, <오리지널스>에서는 이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을 '미루기의 효과'로 설명한다. 할 일을 미루면 (생산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창의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과학 영재들은 "미루기를 과학적인 문제나 해결책을 너무 서둘러 선택하지 않고, 생각이 무르익도록 해주는 방편으로 삼았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을 끄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실상 뭔가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찬찬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 그렇게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과학적인 작업을 할 때는 아이디어가 숙성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 끌기는 "설익은 해결책을 내리려는 충동을 억제하는 하나의 방편이다"라고 말했다. -<오리지널스>, p.173


다시 말하면 '머릿속에 담아둔 채로' 할 일을 미루다 보면 생각이 무르익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미루는 행위가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정말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오리지널스>에서는 한 실험을 소개한다. 이 실험에서는 대학생들에게 대학 교정에 편의점이 있던 빈자리를 채울 사업계획을 써보게 했는데, 실험자들은 1) 즉시 사업계획을 하도록 작업에 착수하거나 2)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사업 계획을 작성하는 작업을 미루게 했다. 그랬더니 미루는 경우 28%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혹시 미루는 행위가 아니라 컴퓨터 게임을 한 것이 그들을 창의적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하지만 또 다른 실험을 해보니, 단순히 게임을 하거나 휴식을 취한다고 창의성이 향상되지는 않았다. (이 글 위의 라디오 결론을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제안을 머릿속에 담아둔 채로" 게임을 하면서 할 일을 미루는 경우에만 창의성이 향상되었다. 


폴 매카트니에게 신성한 영감처럼 보였던 "예스터데이"도 실제로 그가 좋아하는 음악의 잠재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오랜 세월 '나'라는 컴퓨터에 모든 것들을 입력해 두었다가 어느 날 아침, 내 컴퓨터가 아주 괜찮은 곡이라고 생각한 걸 출력해 내는 것이다. 


이런 영감 이론처럼 잘못된 정보를 믿음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남다른 열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작활동이 천재에게만 허용된 섭리라고 믿는 바람에 창작을 포기하거나, 혹은 창의적 영감이나 아이디어가 떠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꿈을 포기하고 창작자가 아닌 소비자가 되고 만다. 천재들을 찬양하거나 자신의 능력 부족을 비관한다. 


(출처: 명견만리)


많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창의력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결국 그 아이들의 꿈이 공무원이 된다는 사실은 무엇을 암시할까? 성취욕에서 오는 압박감은 독창성을 억누른다. 성공하겠다는 욕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나만의 독특한 무엇을 달성하기보다는 성공이 보장된 길을 택하고 싶어 진다. 우리가 재능이나 야망은 충분히 지녔지만 독창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성취욕 때문이다.


결국 독창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오랫동안 그들을 연구하고 접촉해온 끝에, 나는 놀랍게도 그들이 내적으로 겪는 경험은 우리가 겪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독창적인 사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두려움을 느끼고 회의를 품는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용기를 내서 행동에 옮긴다는 점이다. 독창적인 사람들은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시도하는 것이 후회를 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리지널스>, p.61


결국 독창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서 시도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행동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잘못 알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확증편향만 바로 잡아도 독창성은 높아질 수 있다. 


*참고로 위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는 과학과 방법*은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네 가지 방법: 소비, 모방 창의적 공동체, 반복)


-<오리지널스> 핵심 문장-

어떻게 하면 독창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가?

독창성은 고정불변의 기질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로운 선택이다.

(https://bit.ly/2IrhxQm)

작가의 이전글 '나무늘보'라고 불리던 내가 5km를 쉬지 않고 달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