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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Apr 23. 2019

우리는 좀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

비틀스를 만든 함부르크 시절, 의식적인 연습과 소비의 시간

여러 책들을 비슷한 시기에 혹은 동시에 읽다 보니 그 책들을 관통하는 명료한 메시지들을 발견한다.


특히 최근 읽었던 세 권의 책, <1만 시간의 재발견>, <아웃라이어>와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는 똑같이 비틀스가 등장한다. 비틀스는 천재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책에서 자주 소개가 되곤 하는데 이 세 권의 책에서는 비틀스의 성공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해석이 맞을까? 


일단 들어가기에 앞서서,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무엇에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거장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알려진 이 법칙은 사실 말콤 글래드웰(<아웃라이어>의 저자)이 에릭슨(<1만 시간의 재말견>의 저자)의 연구를 극적으로 보여 주려고 지은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를 진행했던 에릭슨은 말콤 글래드웰의 주장에 몇 가지 오류가 있다고 말한다.


말콤 글래드웰 (Malcolm Gladwell) (좌)과 안데르스 에릭슨 (Anders Ericsson) (우)


일단 전문가가 되기 위해 분야마다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고, 또 이 1만 시간이 얼마나 "의식적인" 연습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말콤 글래드웰이 말하는 "1만 시간"이라는 것은 평균 추청 치일 뿐이다. (예를 들면 국제 피아노 대회에서 입상을 하는 피아노 연주자들을 보면 30세 무렵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들은 아마도 입상할 무렵에는 2만 시간 또는 2만 5,000시간 정도를 연습에 투자했을 것이다. 1만 시간은 거기로 가는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이 법칙의 핵심은 어쨌거나 절대적인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려면, 오랜 시간에 걸친 엄청난 양의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비틀스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1960년, 비틀스가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고등학교 록 밴드에 불과할 때 그들은 독일의 함부르크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당시 밴드를 알아보기 위해 런던에 온 브루노는 소호에서 우연히 런던에 잠시 들른 리버풀의 사업가를 만나게 되고, 그렇게 해서 몇몇의 밴드를 소개받은 것이다. 함부르크에서는 급료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음향이나 관객이 이 훌륭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특별할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들이 엄청난 시간을 연주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리버풀에서는 고작 한 시간만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가장 잘하는 곡만 반복해서 연주했지만 함부르크에서는 여덟 시간씩 연주할 수 있었다. 덕분에 여러 가지 곡들과 새로운 연주방법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연주 실력은 점점 좋아졌고 자신감을 얻었다.                     -<아웃라이어>



비틀스의 함부르크 시절 연습시간에 대해서 두 저자는 시각 차이를 보인다.


1) 말콤 글래드웰은 비틀스의 이 시절을 1만 시간의 연습시간으로 설명한다. 그들은 1960년부터 처음으로 성공의 대박을 터뜨린 1964년까지 그들은 모두 1200번의 공연을 했고, 그 시간 동안 하루 여덟 시간씩 연습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계산하면 거의 1만 시간이 된다) 


2) 에릭슨은 이 연습시간에 대해 공연은 연습과 다르다며 반박한다. 최고의 공연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관객 앞에서 한 1시간의 연주는, 실력 향상을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목표 지향적인 집중 연습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로, 루이슨은 비틀스의 성공이 다른 사람의 곡을 얼마나 잘 부르고 연주했느냐가 아니라 그들의 작사와 작곡 실력 덕분이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만약 우리가 비틀스의 성공을 연습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하려 한다면, 밴드 내에서 작사와 작곡을 주로 담당했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그런 실력을 키우고 발전시키게 해 준 활동을 밝혀내야 한다.                                                               -<1만 시간의 법칙>


연습시간이 정확히 1만 시간은 아니었다고 제쳐두더라도 에릭슨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함부르크 시절의 집중적인 연주시간을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작사와 작곡 실력을 향상해준 활동과 별개라고 본 것이다. 비틀스의 함부르크 시절은 집중된 의식적인 연습의 기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그들은 창의성을 "학습"할 수 있었다. 


연습시간을 학습의 시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책,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창의성의 패턴 네 가지를 소개한다. 바로 '소비, 모방, 창의적 공동체, 반복'이다. 


이 중 '소비'는 자신의 창작 분야에 대해 엄청난 양의 자료를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를 해야 어떤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친숙한 지, 어느 부분에서 청중들이 이해하고 좋아하는 포인트가 될지 패턴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가들은 수시로 전시회장을 찾고, 셰프는 최첨단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농장을 찾고 음식 박람회를 찾아다닌다. 작곡가는 끊임없이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듣는다.


함부르크 시절 비틀스는 이 네 가지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비틀스의 전기를 쓴 필립 노먼이 한 말이다. 이 이야기는 비틀스가 특히 '소비' 활동을 왕성히 했음을 증명해 준다.


"함부르크에 가기 전까지 그들은 무대 위에서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돌아왔을 때는 아주 훌륭해졌습니다. 지구력만 익힌 것이 아니라 많은 곡을 익혔지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버전의 노래들, 다시 말해 로큰롤뿐 아니라 일부 재즈도 소화하게 되었죠. 그전까지 그들은 무대 위에서 숙달되어 있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함부르크에서 돌아오자 그들은 차별화된 소리를 내기 시작했지요. 비틀스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비틀스를 천재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면, 그건 그들이 곡을 쓸 때 듣는 사람들이 그 노래와 가까워지는 법을 서서히 익힐 수 있도록 새로운 개념을 조금씩 노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과도하게 밀어붙이거나 너무 오래 붙들지 않고 적정한 수준에서 다음 아이디어로 넘어갔다. 이렇게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기존 음악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고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관객과 자신들 모두에게서 연주에 대한 피드백을 얻음으로써 실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의식적인 연습을 꾸준히 반복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비틀즈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어떤 분야던지 그 분야의 개척자가 있다.
이 혁신자들에 대해 우리가 분명하게 아는 한 가지는 이들이 거의 예외 없이 신경지를 개척하기 전에 열심히 노력해서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앞선 사람들의 업적에 모방이 가능할 정도로 익숙해지지 않고서 어떻게 가치 있는 새로운 과학 이론을 도출해내고, 효과적인 새로운 바이올린 연주 기법을 개발해내겠는가?                                                         -<1만 시간의 재발견>, p.305


결국, 세 권의 책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천재는 없다. 올바른 연습을 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이 선택하고 집중하는 어떤 영역에서든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잠재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단, 주의할 것은 같은 일을 정확히 같은 방법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노력만 있으면 실력야 향상되지 않는 다는 점! 포인트는 "올바른 연습=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 에 있다.


*이 글은 대교가 후원하는 무료독서모임 '씽큐베이션'에 참여하면서 작성된 4번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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