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먼 시골마을에 작은 집이 한 채 있었다.
아담하고 튼튼하게 잘 지어진 이 집은 밤에는 수많은 별을 볼 수 있었고, 계절을 관찰할 수 있었다. 빨갛게 익어 가는 사과를 지켜볼 수 있었다. 근처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꼬마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이 마을은 개발이 시작된다.
도로가 만들어졌고, 도시로 드나드는 트럭과 자동차들이 들락거렸다. 온 세상이 그 전보다 훨씬 바쁘게 움직였다. 집들은 더 커졌고, 높아졌다. 짚 앞으로 전차가 그리고 전철이 다니기 시작했다. 언제가 여름이고 겨울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들 바빠 보였고, 허둥대는 것처럼 보였다...
버지니아 리 버튼의 동화책, <작은 집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세상이 좀 더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더 좋아지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는 그 발전 속에서 우리가 얻는 것과 잃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특히 인터넷이 주는 풍요로움과 교환한 우리의 구식 사고방식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헤친다. 정보 과부하를 처리하려고 정보처리기술이 더 발달함에 따라 우리가 기술에 더 의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2003년 한 네덜란드의 임상 심리학자, 반 님베겐은 컴퓨터를 이용한 학습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두 그룹의 자발적 실험 참가자들로 하여금 컴퓨터를 통해 까다로운 논리 퍼즐을 풀도록 했다.
A 그룹 : 최대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B 그룹 : 힌트나 조언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예상한 대로 퍼즐을 푸는 초기 단계에서는 A그룹이 더 빨랐다. 하지만 실험이 계속되면서 B그룹의 숙련도가 더 빨리 증가했고, 결국 '더 빨리' 그리고 '잘못된 이동을 하는 횟수를 줄이면서' 퍼즐을 풀어냈다. 실험을 주도한 심리학자는 B그룹은 미리 계획과 전략을 짜는 데 더 월등한 반면 A그룹은 단순한 시행착오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특히 A그룹은 퍼즐을 푸는 동안에도 "목적 없이 그저 클릭하고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우리가 지금 웹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도 이 A그룹과 비슷해 보인다. 사람들은 웹을 통해 이리저리 건너뛰며 관심 있는 정보만 훑는다. 문서에 대한 집중력은 더욱 약해졌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링크를 클릭하고, 무언가를 검색한다. 디지털 기기에 대해 의존하면서 뇌도 함께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세상에 들어갈 때 우리는 겉핥기 식 읽기, 허둥지둥하고 산만한 생각, 그리고 피상적인 학습을 종용하는 환경 속으로 입장하는 셈이다... (중략)... 인터넷은 뇌의 회로와 기능에 강력하고 빠른 변화를 낳는 감각적, 인지적 자극, 즉 반복적이고 집중적이고 쌍방향적이고 중독적인 자극을 전달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p.174
사실 체인지 그라운드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구독자들의 댓글을 심심찮게 발견한다. 유튜브 영상 10분이 너무 길어서 집중하기 힘들다고 불평하거나 길이를 줄여달라는 요청도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 들어와서 영상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댓글만 훑고 내용을 판단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10장의 카드 뉴스를 마지막 장까지 보는 사람들이 10%가 되지 않았다.
인터넷이 사람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정말로?
문제 1) 사람들의 집중력은 떨어뜨리거나 올릴 수 있는 것인가?
문제 2) 문제는 정말 인터넷인가?
많은 사람들이 성인이 되면 뇌가 굳어진다고 생각한다. 유년기에 어떤 틀에 맞춰진 모형이 만들어지면 최종적인 모양으로 재빨리 굳어버린다는 식이다. 하지만, 신경가소성에 다한 최근의 발견들에서 '뇌는 변한다'고 강력하게 말하고 있다. 아래 저명한 신경과학자들의 결론을 정리해 보았다.
제임스 울즈 : 성인의 뇌는 단순히 변하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잘 변한다.
머제니치: 뇌는 대대적으로 변한다.
올즈: 뇌는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며 과거 방식을 바꿔 스스로를 새롭게 정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알바로 파스쿠알 레온 : 뇌의 가소성은 일생을 거쳐 신경조직에서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상태이다.
사람의 뇌가 죽을 때까지 변한다는 뇌의 가소성은 우리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준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실명을 할 경우, 시각 자극을 처리하던 뇌의 부분은 즉각 청각 처리를 위한 회로로 채워진다. 또한 이 사람이 점자를 배울 경우 시각 피질은 촉각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처리하는 새로운 임무를 띠게 된다. 하지만, 운전자들도 머릿 속의 지도보다 네비게이션을 의지하게 되면서 공간 표현에 필요한 해마의 감소를 경험하게 된다. 운전자들은 시내 도로 지리를 알아두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해방되지만, 동시에 "학습"이 주는 흥미도 잃게 된다.
특히 뇌의 특정 회로가 반복을 통해 강해질수록 회로는 해당 행동을 습관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는데, 무서운 것은 우리의 신경 회로가 고무줄처럼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신경들은 변화된 상태를 유지한다.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만큼이나 빨리 우리의 뉴런을 파고들고, 반복된 경험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시냅스에 영향을 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쉽고 빠른 검색을 가능케 한 링크 덕분에 사람들은 디지털 문서 사이를 건너뛰어다닌다. 그에 따라 우리의 뇌도 집중하고 사색하는 능력보다는 멀티태스킹 능력을 더 향상시키게 되었다. 멀티태스킹 능력은 사실상 깊이,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저해하고 있다.
연구진은 활발하게 멀티태스킹을 하는 이들은 더욱 쉽게 관련 없는 주변 자극에 의해 산만해지고 작업 기억 속에 담긴 내용물에 대한 제어 측면에서도 눈에 띄게 뒤떨어졌으며, 보편적으로 볼 때 특정 업무에 집중력을 유지하는 능력에 있어서도 뒤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p.211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아질수록 의식적으로 몰입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균형을 맞출 능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효율적인 정보 수집을 위한 시간과 함께 비효율적인 사색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기계를 작동하는 시간과 함께 전원에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도 모두 필요하다고 말이다.
결국 해답은 독서에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정적인 대상에 대한 지속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집중을 요하는 일이다. 독서에 능숙해지면 집중력도 더 좋아졌고, 깊이 읽을수록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가 지금껏 교육이나 성장의 도구가 되어 왔던 이유다.
당장 집중해서 책 읽기가 어렵다면, 환경설정이 최고다. 하루종일 함께 모여 책을 읽게 해주는 독서모임, 빡독에서는 참여자 약 120명이 동시에 핸드폰을 끄고 하루종일 책을 읽는다. 집중력을 잃더라도 눈을 들어 주위를 보면 다 책을 읽고 있으니 나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정말 보기 어려운 명장면이다.
핸드폰에 중독되어있는 나의 뇌를 쉬게하자. 집중하는 능력을 잃었다면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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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교가 후원하는 무료 독서모임 '씽큐베이션'에 참여하면서 작성된 5번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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