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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푸기 Jun 22. 2020

브런치 첫 글을 떼기까지 3년

허리디스크 환자로 살아가기 1편

사진도, 글도, 그 흔한 일기도 꾸준히 써본지 오래다. 남들이 다 하는 SNS도 회사 업무용으로만 쓰는 일이 대부분이다. 인스타그램을 안하니 자연스레 셀피를 포함해 사진을 잘 안찍게 된다. 메모도, 일기도 잘 안쓰니 나의 과거를 보려면 조각으로 흩어진 파편을 모아야 한다. 


이러던 내가 갑자기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다름 아닌, 허리디스크 환자가 되면서다. 엄밀히 말해 단순 디스크 질환자를 넘어서 추간판 탈출증으로 척추 수술을 받은 중증 허리디스크 환자다. 본격적으로 허리가 아픈지 2년이 채 안됐는데, 수술까지 겪으면서 무너졌던 마음과 몸을 달래기 위해 재활 과정을 글로 쓰기로 결정했다. 주변을 보면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경우가 꽤 많다. 이미 호되게 허리가 아팠거나, 지금도 간헐적으로 아픈 경우가 있는데, 그 중 근육통이 대부분이고, 나처럼 허리디스크로 발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처음 허리가 아팠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왔다. 침대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허리를 펴지 못 할정도로 아팠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날 잠자리 자세가 잘못됐나하는 생각만 들었다. 당시 나는 동네 수영장을 끊어서 수 개월간 꾸준히 수영을 했고, 접영을 막 배울 차례였다. 그전엔 요가와 플라잉 요가를 하는 등 계속해서 운동을 해왔다. 


그래서 처음 허리 통증이 왔을 때 단순히 근육통인줄 알았다. 한의원에서 따뜻한 물리치료, 침치료를 2~3주간 했었고, 실제로 괜찮아졌다. 이후 통증이 재발했을 때 엑스레이를 찍었고, 특이사항이 없다길래 통증을 없애는 주사 치료만 했다. 통증이 사라지니 "별거 아녔나보다"고 쉽게 넘겼다. 


그 후에도 허리는 컨디션에 따라 묵직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필라테스로 잘 달래면 통증이 경감됐다. 필라테스가 어느 정도 적응됐을 때 오랜 시간 운동으로 삼았던 요가로 갈아탔다. 스트레칭 위주의 요가 클래스와 주 1회 정도 플라잉 요가를 들었다. 앞서 플라잉 요가는 2년 넘게 꾸준히 해왔던 운동이다. 요가를 하면 몸이 개운하고, 허리 통증도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 시간 내 허리는 점점 더 망가지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결국 필라테스며 요가며 내 허리엔 독이 됐던거다.


돌이켜보면 두 차례 정도 심한 허리 통증이 있었다. 첫번째로 의자에 앉았다 일어날 때 곧바로 허리가 펴지지 않은 증상이다. 의자든 바닥이든 앉아 있다가 일어서면 잠시 구부정한 자세로 몇 걸음 걸어야 허리가 곧게 펴졌다. 이게 디스크의 신호였다는걸 정말 몰랐다. 두번째는 잘 걷다가 한 번씩 허리가 뒤틀리는 느낌을 들었는데, 허리 주변 근육이 흐물해지는 느낌이랄까. 단단한 근육의 느낌이 아닌, 흐물해진 근육 사이로 이따금씩 통증이 느껴졌다. 모두 디스크 초기 신호로 볼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졌다. 


참 무지했다. 수술을 하고나니 "진작 재활센터라는 곳을 찾아갈껄"이라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악화된 허리가 더이상 견디지 못 해 디스크가 삐져나온걸 넘어서 터졌고, 신경 마비가 오기 전 수술을 결정했다. 통증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예후도 좋은 편이다. 회복도 빠른 편이고, 일상 생활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내 허리가 괜찮을지에 대해 계속 걱정되고, 두렵다. 이 두려운 마음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디스크 극복을 위해 어떤점을 주의하고 있는지,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병원엔 얼마나 가는지, 재활 센터에선 무엇을 배우는지를 알리려고 한다. 무엇보다 허리디스크 질환을 겪으면서 우울했던 내 마음을 달래고, 현재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분들과 나누고 싶다. 다시 건강을 되찾고, 유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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