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에 실려가 척추 수술을 받다 1편
허리디스크 수술 후 한 달이 지났다. 이번주가 5주차에 해당하는데, 그 동안 먹고 쉬고 주로 집에서 누워 지냈다. 척추 수술(디스크 감압술)후엔 최소 1개월 이상은 쉬라고 권고하고 있어 회사에 병가를 내고 5월 내내 회복에 집중했다.
4월 말 급작스런 허리 통증이 찾아왔다. 사실 올해 초부터 허리 통증이 심상치 않았다. 아침마다 허리에 묵직한 느낌이 들었고, 그런 날들이 계속됐다. 또 가볍게 넘겼다. 원래 허리 통증은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 더 악화되는 탓이랴 생각하고 말이다. 게다가 사정상 병원에 가지 못해 매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허리 통증을 달랬다. 실제로 허리 통증은 경감되기도 했다.
그러다 허리 통증이 다시 심해졌다. 이젠 다리까지 저리는 현상도 생겼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는 터라 밖에 나갈 일이 없었지만, 걷는데 왼쪽 다리 통증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그래도 활동을 많이 하지 않으니, 일상 생활은 견딜만했고, 하루하루 지나갔다. 사실 그 기간 동안 내 허리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사단이 난건 4월 말이다. 회사에 일주일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는 기간에 발생했다. 오전에 남편 출근 배웅을 한 후 다시 침대에 누워 있다가 일어났는데, 갑작스러운 큰 통증이 시작됐다. 허리와 왼쪽 허벅지 뒤가 뾰족한걸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다리에 힘을 주지 못 했고, 걷지 못할 정도로 통증 강도가 심했다. 아무래도 심상찮아 다음날 척추센터에 MRI 검사를 예약해뒀는데, 전날 생각지도 못한 통증이 찾아온 것이다.
강남에 위치한 허리 통증 치료로 유명한 한방병원을 찾았다. 1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서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척추 4번 5번 사이의 디스크가 검고 약간 눌린 것 같다는 소견을 받았다. 아쉽게 그 병원엔 MRI 촬영 기기가 없어서 조치를 취하진 못 했고, 침과 뜸치료를 하고 소견서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나의 허리 상태는 90도 가량 굽어서 펼 수 없었다. 치료 후에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쉬이 가라 앉지 않았다. 두려운 마음에 그날 저녁 난데없이 울음이 터졌다. 그 동안 간헐적인 다리 저림은 있었지만, 거동에 문제가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지곤 했는데. 이번 통증은 그야말로 허리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덜컥 겁도 났고, 스스로에게 화도 났다. 허리가 아파본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겉으로 표가 안나지만 한 번 허리 통증이 시작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통증이 장기간 이어지면 일상에 두려운 일이 생기고 자존감도 크게 낮아진다. 겪어 보면 진짜 그렇다. 다음날 병원 갈 시간만 기다리며, 억지로 통증을 참으며 겨우 잠에 들었다.
자고 일어나니 허리 통증은 더 심해졌다. 그야말로 설상가상. 출근하는 남편에겐 오늘 컨디션이 괜찮다며 안심을 시켰다. 그리고 소파에 누웠는데 정말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전날엔 직접 운전해서 병원에 갈 수는 있었는데, 이 때는 정말 진짜 악 소리가 날만큼 아팠다. 한 시간 정도 고민하다가 결국 119를 불렀다. 남편에 연락을 할까 했지만, 남편이 와도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나를 업어도, 부축해도 죽을 만큼 아픈건 똑같으니까.
처음으로 119에 실려 병원에 갔다. 미리 예약해둔 척추전문병원으로 이송돼 침대에 누워 진찰때까지 기다렸다. 너무 아프다고 하니까 진통 주사를 먼저 놔줬다. 그랬더니 통증은 한결 나아졌다. 의사를 만난 후 MRI 촬영 결과 척추 4번과 5번 사이 디스크가 터져서 흘러내렸다. 추간판 탈출증이다. 디스크가 흘러 왼쪽 다리로 연결된 신경을 눌러 다리 저림이 심한거였다. 의사는 상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대로 뒀다간 신경을 더 눌러 다리 감각 둔화에 이어 마비 증상이 올 수도 있다는 것. 수술을 해야할 것 같다고 권했다. 눌려진 신경에 주사해 통증을 마비시키는 이른바 신경주사 치료요법을 쓰기에도 늦은 감이 있다고 전했다. 기껏해야 신경주사 맞고, 물리치료 받으면 될 줄 알았던 나는 청천벽력이었다. 상황을 지켜보고, 주사요법을 하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지만, 상황이 그보다 심각하고 위험할 수 있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결정을 내려야할 때다.
수술을 피하고 싶으면 병원을 나와 다른 병원에 가야했다. 여러 병원의 의사를 만나 치료 요법을 논의하는 것이 또 다른 방법. 그런데, 나는 그날로 입원을 결정했고, 수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유는 다음편에서)
전화로 남편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그날 바로 입원해 다음날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입원한지 24시간이 안돼서 수술을 하게 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