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푸기 Jun 22. 2020

나는 허리디스크 환자다

척추 수술 결정 후 수술까지 2편

수술은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그 동안 묵혔던 허리 통증을 말끔히 제거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허리 컨디션을 체크했는데, 허리 아픔 정도에 따라 그날 나의 기분도 좌우됐다. 최근엔 계속 허리가 불편했기 때문에 기분이 말짱하게 좋았던 날도 없었다. 


사실 수술을 결정한 날 밤 마음이 바뀌었다. 수술을 미루고 일단 다른 치료부터 하고 싶어졌다. 남편에게도 솔직한 심정을 얘기하고, 다음날 담당 의사에 의견을 전달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날밤 허리와 다리 통증으로 밤을 꼬박 샜다. 밤새 진통 주사를 3번이나 맞았지만 극심한 통증으로 정말 한숨도 자지 못 했다. 괴롭고 힘들었다. 같은 입원실을 쓴 허리디스크 수술을 앞둔 다른 두 분도 밤새 통증으로 끙끙 앓았고, 우리는 커튼을 사이에 두고 그 소리를 모두 공유했다. 


해가 밝았고, 남편이 왔다. (코로나19로 수술/퇴원 당일만 면회 가능) 그날 오전 9시에 수술이 예약돼 있었다. 수술 한 시간 전에 담당 의사가 내원했다. 전날 간호사에 미리 수술을 안하고 싶다는 의견을 의사에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의사는 해당 내용을 듣고 알고 있는 눈치였다. 불안해하는 나를 안정시키는데, 집중했다. 보호자인 남편에 수술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했고, 간단한 수술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수술 결정을 번복했지만,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전날 밤 극심한 통증을 겪으니, 하루라도 빨리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오전 9시 예정대로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실에서 전신 마취 후 기억이 사라졌고, 깨어보니 수술을 모두 끝나 있었다. 허리 뒷쪽에서 약간 통증이 있었지만 전과 다르게 수술 중 짼 부위가 침대에 닿아서 느끼는 통증 정도였다. 


입원실로 올라오기까지 약 한 시간 반 가량 걸렸다. 남편은 생각보다 금방 올라온 나를 보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수술 대기와 준비 시간이 1시간 정도, 수술 시간은 30분 정도 소요됐다고 한다. 수술 후 마약성 진통제를 맞아서인지 통증은 거의 없었다. 수술 후 갈증이 심했지만, 2시간 후부터 물 섭취가 가능했고 전날 금식은 이어졌다. 어쨌든 수술은 끝이 났다. 그날 밤 부디 통증 없이 보낼 수 있기를 바랐다. 


간호사들은 수시로 들어와 수분은 얼마나 섭취했는지, 화장실은 다녀왔는지 체크했다. "소변 보시고 싶으면 보조기 착용하고 화장실 다녀오세요." 바로 거동이 가능했다. 소변이 크게 마렵진 않았지만,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오고 싶었다. 걸을 수 있는지 확인도 할 겸. 


두꺼운 복대 보조기를 착용하고 걸었다. 왼쪽 발바닥 감각이 미세하게 둔화된 느낌이 있었지만, 허리와 다리 통증은 전혀 없었다. 신기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한 상태로 화장실에 다녀왔다. 처음 보조기를 착용할 때 간호조무사의 도움을 받았는데, 몇 번 하다보니 혼자 할 수 있게 됐다. 나중엔 보조기를 착용하고, 복도로 나가 걷고 정수기 물을 받으러 가다가 바깥 풍경도 구경하고 그랬다. 


수술한 첫 날 밤 그런대로 잠을 잘잤다. 등에 피주머니를 끼워둔 상태라 좀 불편했지만, 통증이 없으니 살만 했다. 수술 후 바로 걸을 수 있는 점이 신기했다. 척추 수술에서 미세현미경 수술은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는데, 여하튼 통증 없이 내발로 걸으니 소변주머니를 차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수술 당일엔 물만 마셨고, 그 다음날 아침 죽으로 보식한 후 점심부터 밥을 먹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허리디스크 환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