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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프렌 Jul 22. 2021

1990 껌 파는 소녀

Re  안데르센 성냥팔이 소녀

껌 파는 소녀       


        


  껌 사세요. 껌!  달콤한 껌 있어요. 껌 한 통만 사주세요! 네?       



1990년 12월      


7살 소녀 꼬미는 산동네 지하 단칸 셋방에 병든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구불구불한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와 버스로 두 정거장 되는 지하철역까지 매일 걸어갑니다.

왜냐고요? 껌을 팔기 위해서랍니다.  


꼬미는 단 하루도 편한 날이 없습니다.

 어느 날은 껌을 팔다가 경찰 아저씨에게 들켜서 혼이 납니다.    

 

"여기서 이런 일 하면 안 돼. 집이 어디니?

아저씨가 데려다줄게."     


"아저씨, 한 번만 봐주세요. 네?

갈 데가 없어서 그래요. “     



또 어떤 날은 빡빡머리를 하고 팔뚝에 커다란 용을 그린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나타납니다.

아저씨들은  통을 바닥에 홱 던지고 눈을 부릅뜨고 큰소리로 으름장을 놓습니다.   

       

“ 야, 여기가 어딘데 함부로 껌을 팔아!!

 콱! 저리 안가? ”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껌을 팔러 다니는 소녀.  

꼬미는 매일매일 기도합니다.

    

“ 오늘도 껌을 팔아야 약도 사고 빵도 살 수 있어요.

제발 무사히 지나가게 해 주세요.”    



                                                         




쌩 - 쌩 휘 - 위 - 휙

덜컹덜컹



산동네 지하 셋방에 추운 겨울이 왔습니다. 쌩-쌩 휘- 위휙. 덜컹덜컹.

간신히 한쪽 귀퉁이만 붙어 달랑거리는 대문이 바람에 덜컹거립니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

한 발 짝만 잘못 디디면 쫘-----악 미끄러져 데굴데굴

구르는 위험한 비탈길.        


  

" 아빠, 어디 가지 마~? 꼼짝 말고 가만히  집에 있어~?

위험해. 알았지? "     


"  이 추운 날 어디 가니? 꼬미야, 그냥 집에 있어.

나가지 말고. 웁으흠. 쿨럭쿨럭 "      


 아버지는 집을 나서는 꼬미를 붙잡지 못합니다. 당장 오늘 저녁 먹을 것이 없어 걱정이니까요.    



  






대문 밖 계단은 어젯밤 내린 눈으로 살얼음이 끼어 미끈거립니다.


" 아~ 유리 계단 같아. 어쩌지..."


 길고 긴 계단이 미끄러워 허리를 구부립니다. 가재처럼 한 계단 한 계단 조심히 내려옵니다.

작년에 주인집 할머니가 대문 앞에 내다 버린 손주 운동화. 작은 발의 꼬미가 신기엔

크고 밑창이 닳아 너덜너덜합니다.  


 " 내 발은 언제 크지~? 신발이 너무 커서 걷기 불편해.

발이 너무 아파."    

      

한 번도 세탁 안 한 솜 점퍼는 군데군데 찢어지고 까맣게 물이 들어 무릎까지 내려옵니다.  

   

" 내 키는 언제 크지? 옷이 너무 커서 어깨가 무거워 "          


아랫동네 부잣집 담벼락에 버려진 꽃무늬 원피스를 발견한 날.

꼬미는 난생처음 생일선물 받은 사람처럼

팔짝팔짝 뛰며 기뻤습니다.    

  

 " 어-? 작아? 아니야! 입을 수 있어. “    

 

오래 입어 닳고 닳아 예쁜 꽃분홍 무늬가 군데 군데 누렇고

꼬질꼬질 잿빛 꽃무늬로 변했습니다.

작지만 깨끗하고 발목까지 내려왔던 꽃분홍 원피스는

이제는 낡아 실밥이 뜯어져서 무릎이 다 보입니다.     



짝짝이 양말. 짤막한 원피스.

무릎까지 내려온 낡은 솜 점퍼. 구멍 송송 뚫린 장갑.

         7살 꼬미는 매섭게 추운 겨울이 너무나 무섭고 힘이 듭니다.     

        

       " 껌 사세요. 껌 한 통만 사주세요. 한 통에 500원입니다 "     

               










어둑어둑해진 겨울밤



길에 오가는 사람들은 발을 동동거리며 하나둘 집으로 돌아갑니다.  

   

" 엄마, 쟤 좀 봐. 거지인가 봐. 신발이 빵꾸 났어."    

 꼬미는 창피해서 엄지발가락을 구멍 난 신발 안으로 쏙 집어넣습니다.    

     

 " 그런 말 하면 못써.

그런데, 꼬마야.

넌 추운데 왜 여기 있니? 얼른 집에 가."

 꼬미는 엄마 손을 잡고 가는 꼬마 친구가 마냥 부럽습니다.      


" 엄... 마 "     

꼬미는 태어나서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이름입니다.


" 껌 사세요. 껌이요. 한 통에 500원입니다.

아... 배고파 "

오늘 아침 어제 먹다 남은 빵 반쪽을 물에 녹여먹은 게 전부입니다   

  


             " 흡.흡...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네?  ! 만두다. "          

꼬미는 홀린 듯 폴~폴 나는 만두 냄새를 따라가 가게 앞에 섭니다.

          

" 만두 줄까? “     

     

"저.. 만두 하나만 주시면 안 돼요? “   

  

" 하나는 안 팔아!  더러운 손으로 어딜 만져.

저리 가! 재수 없게 “    

      

꼬미는 고개를 푹 숙이고 힘없이 툭 떨군 어깨로

자꾸만 뒤를 돌아봅니다.

    

 " 껌 사세요. 껌. 껌 좀 사세요., 꼬르륵!

                    아... 안 되겠다. 이젠 배가 너무 고파 소리도 안 나와 "          

                   꼬미는 뒤적뒤적 껌 한 통을 꺼냅니다. 그중 하나를 까서 두세 번 접어 입에 넣었습니다.     


          " 아~ 달콤해. 쬽쬽. 맛있다!  하나 더,  또 하나., 또, 또 , 또. “      

    

            어느새 껌 한 통을 다 까서 입에 넣었습니다. 작은 입이 얼어서 오물거리기 쉽지 않습니다.

                    잘근잘근. 짝짝. 단물은 빠지고 동그란 고무찰흙이 만들어졌습니다.   

  

      
    

           후 - 후----♡           


꼬미는 혀를 동그랗게 말아 오므리고 힘껏 껌 풍선을 불어봅니다.

사시가 된 두 눈. 빵빵한 두 볼. 마치 호빵맨이 된듯합니다.

두 눈을 꼭 감은 꼬미는 맛있는 음식을 떠올립니다.     

     

” 아, 먹고 싶다. 쭙.쭙.“     



       그 순간. 빵--♡    

 


" 어? 어어, 우와 ~~! 맛있겠다-아!

              이건 초콜릿 케이크. 이건 치킨, 내가 좋아하는 솜사탕  ”      

   

풍선껌이 터지자  초콜릿 케이크. 치킨. 마시멜로.

 곰돌이 젤리. 솜사탕.

꼬미가 먹고 싶은 음식들이 다 있습니다.

    


다시 풍선껌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질겅질겅 씹어 동그랗게 만듭니다.

빵빵한 볼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불어봅니다.     



     후-후 --♡ 풉! 파 - 팡*     



" 어, 어 -엇. 꽃무늬 옷이다! 우와 ~~~!

빨간색 잠바. 보라색 부츠. 하얀 털장갑 “     


딱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휘둥그레 한 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는 꼬미.

이미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습니다.

                                                        

 " 우와 ~! 너무 이쁘다. 아... 깨끗한 옷.

어? 내 몸에 딱! 맞네 ”


  “ 우왕~! 털 신발. 내 발에 꼭 맞아."

  "아! 하얀 털장갑. 이젠 손 안 시리겠다.”

   “아... 따뜻해. 꿈일까? 아냐... 꿈이 아니었으면 "


             " 제발  꿈이라면  깨지 않게 해 주세요. 네? ”        

            









휘 - 익 쉬 - 쉭



오늘따라 겨울바람이 더 매섭게 휘몰아칩니다. 꼬미는 구멍 송송 뚫린 장갑 사이로 삐죽이 나온

빨갛게 언 손가락을 입에 대고 호호 불어봅니다.

     

" 아이~ 추워. 바람님, 바람님. 조금만 천천히 지나가세요."      



그때였어요.


거칠게 휘몰아치던 바람이 잠잠해지며 새털처럼 가벼운 꼬미를 뒤에서 번쩍 들어 감싸 안았어요.

둥실둥실 흔들리는 바람 요람에 꼬미의 몸이 이리저리 춤을 춥니다.


“ 아-함~@ 졸려. 집에 가야 하는데...”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듭니다.   



      

하늘에서 소리 없이 함박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꽃분홍 원피스를 입고 보랏빛 털부츠를 신고

       포실포실 하얀 털장갑을 끼고 몸에 딱 맞는 빨간 오리털 점퍼를 입은 꼬미는

                       마음 따뜻한 동장군 품에 안겨 하늘 높이 높이 올라갑니다.                   




*성냥팔이 소녀를 재창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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