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장기간 여행을 하다 보니 만난 친구들이 한 번씩 물어볼 때가 있다. 바로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다.
"그렇게 길게 여행하면 가족들이 그립지 않아?" 또는 "한국에 가고 싶지 않아?"
이런 질문에 나의 대답은 항상 같다.
"아니, (가족도, 한국도) 별로 그립진 않아. 하지만 내 어린 조카들은 너무 보고 싶네."
어차피 시간과 돈을 써서 여행을 떠나온 건데 가족을 그리워할 이유가 있을까? 간혹 향수병처럼 가족을 그리워질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그저 어렸을 때부터 집을 떠나기를 원했고, 고등학생 때는 기숙사 생활을, 대학교에 가서는 자취를 했다.
하지만 3,4살이던 아가들을 떠나올 때가 가장 안타까웠다. 이때를 놓치면 못 보는 순간들이라 더 아쉬운 마음이 들어, 떠나기 전 조카들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어 저장해 두었다.같은 영상을 100번을 넘게 보아도 질리지 않은 모습도 있었다.
그래서 체육관에서 브라운 벨트이자, 친한 친구인 Jonathan의 자식이 딸 둘,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나이는 조카들보다 많았지만, 조카들이 많이 생각나게 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체육관에서 보면, 종종 작은 간식이나 선물을 사다 주곤 했다. 떠나기 며칠 전, 둘째 딸이 과자 한 봉지와 초콜릿을 내게 주었다. 그때의 기분은 정말 짠하고, 감동 그 자체였다. 마치 콜롬비아에도 조카가 생긴 기분이었다.
Jonathan의 딸, Violeta에게 받은 선물
그리고 가족 이야기가 나오면 따라 나오는 질문으로,"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아?"였다.
"어머니의 요리? 마찬가지로 그립지 않아."라고 대답한다. 이건 부모님이 있을 때도 종종 장난 삼아 이야기하는 말이지만, "어머니가 요리를 잘했다면, 내 키가 지금보다는 더 컸을 거야."라고 말하는 편이다.
가끔 TV나 책을 보다 보면 '어머니의 된장찌개 또는 김치찌개가 그립다'든지, 특정 음식이 생각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그래본 적이 없어서 공감이 되지 않는다. '다들 요리 잘하시는 어머니를 만났나 보다' 생각하고 말았다. 다들 각자 환경이 다른 것이니까.
그래서 어느 순간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직접 해 먹기 시작했다. 특히 남미 여행을 하며 저렴한 소고기를 질리도록 먹었고, 여행이 끝나고도 소고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
남미 여행하며 주로 먹었던 소고기
아마 '어머니의 음식'이 그다지 그립지 않은 사람들은 공감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맛있는 고기나 실컷 한 끼 먹으면 내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식사다. 나이가 들면 바뀔 것이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과연 그때가 되면 그리워질지 궁금하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가족에 대한 사랑이 굉장히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 집은 '곰 세 마리' 동요와 가장 잘 맞는 집안이다. '아빠는 뚱뚱하고, 엄마는 예쁜' 아무튼 대부분의 가정과 같이 평범하게 지지고 볶으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