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 10년간 꾸준히 운동을 했다. 요가, 필라테스, 발레, 러닝, PT, 테니스를 배웠다. 발레, 러닝, 테니스는 취미의 개념이었다. 1년이 채 안되게 배우고, 배웠다. 결국 돌아가는 건 요가와 필라테스였다.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운동'이었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운동하는 습관'을 들인 거였다. 습관을 바꾸는 건 에너지와 끈기가 필요한 수고로운 작업이라고 하는데, 10년을 꾸준히 하니 이제는 오히려 운동을 안하면 찝찝하다고 느끼는 뇌로 바뀌었다.
지난 가을, 근육이 너무 빠져 동네 헬스장에서 PT 10회를 끊었다. PT 선생님은 내 몸 상태를 과소평가하고 고강도의 스쿼트, 플랭크를 많이 시켰다. 복압이 높은 동작들을 주로 했던 이유였을까. 물론 건강하지 않은 아이였기에 그랬겠지만 유산을 했다. 더 조심하면 좋았을 걸, 자책을 뒤로하고 시험관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시험관은 1차 만에 성공했다. 의사 선생님은 초기에는 운동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남편과 취미로 함께하던 테니스 레슨도, PT도 바로 중단했다.근 5개월을 운동하지 못했다.
아기집도 보이고 건강하게 뛰는 심장소리도 들렸지만, 직전에 유산을 했던 터라 조심스러웠다. 그 당시, 다행인지 불행인지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 받았을 때 회사에서 실직을 받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좋은 소식과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듯한 나쁜 소식을 한 번에 겪었다. 역시나 인생은 알 수 없다. '아기가 충분히 쉬라는 마음일거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무기력과 입덧의 여파로 집에 콕 박혀 있었다.
임신 16주, 안정기에 접어들자 역시나 몸이 찌뿌둥해졌다. 바로 동네 필라테스 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선생님이 산전/산후 필라테스 교육도 수료했고, 해당 센터에서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수업도 몇 년째 운영하고 있었다. 1회 체험을 받아보기로 했다. 산전 필라테스라고 크게 다르려나 짐작하며 수업을 들었다. 첫날부터 의구심은 궁금증으로 바뀌었다. 선생님의 티칭과 나의 체력이 너무나도 달랐다. 금세 호흡이 가빠졌다. 임신 중 할 수 있는 동작도 제한적이었다. 엎드리거나 상체를 들어올리는 동작은 하지 않는다. 주로 엉덩이와 하체의 근육들을 강화하는 동작들을 집중적으로 한다. 그리고 수시로 나의 안위를 체크한다. 열심히 동작을 하던 중, 선생님의 티칭에 흠칫 놀랬다.
"아이와 함께 호흡할게요."
"아이를 바라보고 쭈욱 내려가세요."
"아이를 품고 천천히 몸을 들어올릴게요."
필라테스에 항상 하는 동작인데 다르게 들리기 시작한다. 나 혼자 몰입하던 시간에서 이제는 아이와 교감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이윽고 필라테스를 할 때면 아이와 함께 호흡함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