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엄마가 되었다

아이와 우리의 첫 번째 기념일 '백일'

by 조아서


아이의 백일날, 백일상에 올릴 달항아리가 깨졌다.

와장창창 깨져 버린 항아리 소리에 새근새근 자던 아이가 놀라 울음을 터뜨렸고, 그 순간 내 멘탈도 항아리처럼 바사삭 부서졌다. 아이를 달래야 할지, 깨진 조각을 치워야 할지 머리가 새하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휴대폰을 붙잡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사고쳤어"


백일상 사업을 하는 친구가 먼 길을 달려와 직접 준비해 준 항아리였다. 미안함에 연신 사과하는 내게 친구는 놀랐을 나와 아이를 먼저 안심시키며, 퀵으로 다시 보내줄까 물었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고맙던지. 전화를 끊자마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괜찮아!! 맘 쓰지말고~ 오늘 멘탈 딱 잡아!"


그 말을 보자 미안함과 자책에 머무를 시간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대로라면 백일이 망칠 것 같았다. 곧바로 여동생에게 SOS를 보냈다. 동생 부부가 급히 달려와 깨진 항아리를 치우고, 내가 아이를 달래는 동안 거실을 깨끗이 정리해 주었다. 다시 처음부터 백일상을 차렸다. 대추, 흰 쌀, 과일, 백일떡, 꽃을 차근히 올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아이에게 배냇저고리를 입힌 뒤 사진을 찍었다.


아이가 나와 눈을 맞추고 환한 미소를 보는 순간, 내 안에 남아 있던 자책과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아이의 첫 번째 기념일인 백일, 가장 예쁜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건강하게 세상에 적응해 준 아이에게 고맙고, 훌쩍 큰 아이를 바라보며 가족과 친구들은 엄마인 내게 고생했다고 덕담을 건넸다.


누군가는 말하더라.

백일은 아이의 생일이면서 동시에 부모의 생존 기념일이기도 한다고.


아이가 세상에 온 지 겨우 석 달 남짓한 시간이지만, 뱃속에 소중히 품던 열 달까지 합치면 꼬박 일 년을 아이와 함께한 셈이다. 그렇게 모인 365일 동안, 아이도 나도 조금씩 자라며 서로를 품고 단단해지고 있었다.


앞으로도 잘 지내보기를 다짐한다.

서툴지만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우리로, 서로를 품으며 단단해진 가족으로.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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