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로 떠난 G씨와 치앙마이로 떠난 J씨의 매일편지
오잉, 교황을 발코니에서 본건데 그 영상은 용량이 커서 안갔나봐요 ㅠ 멀찌감치 발코니에서 강론하는걸봤고, 스크린으로 띄워준걸 찍어 보냈씀미당 ㅎㅎ
리얼 이탈리안
오늘은 저녁식사에 초대 받았었어요.
어학원에 프랑스인 친구 있다그랬져? 그 친구 남자친구가 이탈리아 사람이고 쉐프인데, 저번에 만났을 때 '진짜 까르보나라' 이야기를 하다가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해준다 했었거든요.
오늘 그 커플 집에 가서 진짜 까르보나라를 먹었어요. 지난번에 오자마자 먹었던 첫 까르보나라보다 당연히 훠어어어어어얼씬 더 맛있었어요.
그리고 뭔가 진짜 이탈리아 같은걸 해주겠다며,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이탈리안 소세지를 올리고 생포도를 얹어 오랜시간 약불에 졸여서 새로운 디쉬를 만들어줬어요. 있는 메뉴가 아니라 그냥 가장 이탈리아스러운 세 가지를 아무 양념없이 합친거라며 줬는데, 진짜 정말 담백하고 맛있었어요. 이탈리아에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함미담. 디져트까지 4코스 요리로 대접 받고, 같이 바에 가서 리몬첼로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했어요. 뭔가 리얼 이탈리안을 느낀 것 같달까요?
이탈리안의 맛
이탈리아 음식이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고, 사실 한국사람들도 파스타 피자 참 좋아하잖아요.
지금 여기서 3주정도 지내면서, 정말 단 한번도 한국 음식 먹고 싶다는 생각 없이 이탈리아 음식만 잘 먹고 지내긴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음식이 참 심심하다 생각이 많이 들어요. 맛이 없다는게 아니라, 음식 강국이라는 자존심과 강박에 새로운 시도 없이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다보니 올리브유맛, 달걀맛, 토마토맛, 바질맛, 발사믹맛, 치즈맛, 마늘맛... 이게 다 인듯 해요. 정말 보이는 맛 그대로 입에 전달되는 만큼, 더 이상을 바라기 힘든? 맛의 스펙트럼이 참 좁은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 3주동안 징하게 이탈리안 먹으면서 매일매일 듭니다.
반대로 한/중/일/태국/인도 음식은 한 가지 음식에도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지는게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떡볶이가 매콤한데 달달하고 고소한데다가, 여기에 치즈나 어묵, 양배추, 깻잎 등 여러 시도를 곁들이면 또 새로운 맛이 나는 것처럼요. 한 가지 요리에서 오만가지 맛이 나오는 것처럼요.
물론 오늘 대접받은 식사는 정성이 들어가고 거의 테이블사이드에서 조리되어 식사한거라 지난 3주동안 느꼈던 좁은 맛의 범위를 훨씬 넓히긴 했씀미당. 당연히 훠어어얼씬 맛있었고욤..ㅎㅎ
로마사람들
이탈리아가 워낙 길고 큰나라다보니 지역마다 사람들의 삶도 성향도 많이 다르다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로마에 있으면 있을수록 저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기본적인 로마사람에 대한 Stereo type이 저의 성향과 부합하는 면이 많아요.
예를 들면, 저는 정말 선천적으로 게으름을 타고났지만 성격은 급해서 웬만하면 뭐든 후다다닥 빨리 끝내버리거나 길도 빨리 걷고 운전도 슝슝하는 편이거든요. 여기 사람들도 대부분 그래요. 대화할 때 격한 감정표현은 기본 가니쉬이고, 소속애착이 과해서 우리나라 우리지역 우리학교 우리동네 자부심이 강한... 이런 면들이 저랑 정말 비슷한 것 같아요.
덧.
콜라맛 팝콘이라니... 생각만해도 맛있을 것만 같은.... 콜라맛 젤리도 맛 없을 것 같은데 엄청 맛있는 것처럼.. 왠지 고론 느낌일 것 같아요. 상상만으로도 침이 고이네여 ㅎㅎ
현지에서 영화보기를 버켓리스트에 담았던 저는 실패했는데... J씨가 저의 한을 지구 반대편에서 대신 풀어주어... 좋기도 하면서도 더 아쉽기도 하네여 ㅠㅠ ㅎㅎ
제가 넷플릭스 계정이 미국에 있는 오빠꺼를 나눠보는거라.. 저는 화면에 다 영화/드라마 제목이 영어로 나와요ㅠ 지정생존자라는 국문 타이틀이 있는지 몰랐네욤 ㅠㅠ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요!
마지막까지 안전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욤!!!
G.
오늘은 마지막 요가 클래스를 마치고 개인시간을 갖다가 선생님 부부와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가장 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너무 닮아서 먼저 걸어온 길을 이야기해주시며 제게 조언과 용기를 주시는 분들께 어떻게 이 감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할까 고심하다가 자그마한 선물을 샀어요.
저는 장녀이기도 하고 회사에서도 선배로서 늘 본받고 조언을 얻는 인생 선배가 없다는 게 조금은 외롭고 답답했었는데... 여행에서 뜻밖의 인연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조언자를 얻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에요.
대학가 맛집
지난 주 갔다가 허탕친 레스토랑을 다시 갔어요.
여행 프로그램에 나온 이후에 유명해진 가게인데, 역시나 가게 안 모두 한국 사람이었어요 ㅎㅎㅎㅎ
대학가 주변 야시장에서 판매해서 가격이 저렴한 것에 비해 호텔급 비주얼로 플레이팅을 해서 가성비 맛집으로 뜬 가게였어요.
주인이 호텔 주방장 출신이라고 하시던데!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플레이팅 하는데 스테이크 가격이 한화로 4400원정도...@.@ 인증샷을 안 찍을 수 없는 플레이팅이었어요 ㅎㅎㅎㅎ
대신 음료&맥주를팔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는데, 대신 주변 가게에서 사와서 마시는 게 가능해요.
워낙 선생님들은 여기 지리와 노하우를 다 아시니깐 메뉴가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입구 앞 슈퍼에서 맥주 3캔을 사왔는데 주변에 있던 한국 사람들이 눈치를 살피더니 '맥주는 어디서 팔아요?'를 캐셔에게 묻더라고요 ㅋㅋㅋ
캐셔 분이 한 분 한 분 친절하게 약도를 보여주며 설명하다가갑자기 저희에게 오더니 한국말로 맥주 구매처를 적어줄 수 있냐고 한국 분들에게 이 메모로 안내하고 싶다고 ㅋㅋ
그래서 메모지에 한국말로 "맥주를 구매하고 싶으신 분들은 입구 앞 가게에서 사시면 됩니다"라고 제가 직접 적었어요!!
이제 그 곳에 가면 제가 남겨 놓은 메모로 한국 사람들이안내 받을 거 같아용 >.<
셋이서 5개 메뉴를 시켜서 배부르게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그냥 가기 아쉬워, 2차로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들어왔습니다 ㅎㅎㅎ
한국 돌아가더라도 간간히 카톡으로 안부 묻고, 너무 익숙해지고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나누기 어려운 고민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하셨어요. 진심으로 해주시는 말이시지만 진짜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내일은 아침일찍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자볼께요, 굿나잇 ㅎ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