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by 박은영


우리가 만났었나 그 새벽에


개는 어찌나 애처롭고 불쌍한지

잠겨있는 유서가 얼마나 책임감 없는지

따위를 생각하다 우리가 만났었나


너는 새벽이 되면 관객이 된다


어느 날엔 눈이 하나였다가

어느 날은 셀 수도 없고

나에게 내려올 때 나는 눈을 맞았나


새벽이 무서우면 어른이 된다


기억이 안 나 빛 같은 건

깜빡 하나 둘 셋 깜빡

내 앞에 지금 빛이 있나 아니 있었나


나는 나를, 그마저도 잊어가고


나는 언제든 떠날 것처럼

사랑하는, 이라고 썼다가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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