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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왈츠, 회전하는 낭만의 리듬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by 에리카

19세기 중엽, 오스트리아 빈은 유럽 문화의 중심지이자 음악의 도시로 불렸습니다. 밤마다 궁정과 살롱에서는 무도회가 열렸고 사람들은 음악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그 시대의 공기를 누구보다 섬세하게 담아낸 인물이 바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 1825–1899), ‘왈츠의 황제’라 불리는 작곡가였습니다.


johann_strauss_II_by_august_eisenmenger_1888.jpg J. Strauss II by August Eisenmenger (1888)


그의 대표작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314)는 비엔나의 낭만과 꿈을 가장 잘 담아낸 곡입니다. 이 작품은 1866년에 작곡되어, 이듬해인 1867년 2월 15일 빈 남성합창협회에서 처음 초연되었습니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과의 전쟁(1866)에서 패배해 국민들이 큰 상실감에 빠져 있었지요. 슈트라우스는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이 곡을 썼습니다. 초연 때는 합창이 붙은 버전이었지만, 이후 작곡가가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화려하고 장대한 형태가 완성되었습니다.


vienna-river-cruises-top-options-for-sightseeing-on-the-danube-5375578.png 도나우 강


이 곡의 도입부는 마치 새벽의 강물처럼 잔잔하게 흐릅니다. 하프의 아르페지오와 목관악기가 먼저 등장하며, 현악기의 트레몰로가 배경을 채우면서 도나우강 위로 떠오르는 여명을 그려냅니다. 이윽고 3/4박자의 왈츠의 유려한 리듬이 마치 강물처럼 흐르기 시작합니다. 슈트라우스는 하나의 선율로 곡을 채우지 않았습니다. 이 곡은 서로 다른 성격의 다섯 개의 왈츠가 이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각 왈츠는 밝음, 서정, 낭만, 그리고 환희의 감정을 차례로 담아냅니다. 마지막 코다(Coda)에서는 모든 선율이 하나로 모이며 곡을 마무리합니다.


비엔나 왈츠는 ‘돌다(walzen)’에서 비롯된 이름처럼 두 사람이 서로를 감싸 안고 회전하며 추는 춤입니다.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이 회전의 움직임을 리듬과 멜로디 속에서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는 어느새 머릿속에서 드레스를 갖춰 입고 화려한 비엔나의 무도회장에서 왈츠를 추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게 됩니다.


header_njk_1layer_1920x1080.jpg__1920x1920_q85_subject_location-960,539_subsampling-2.jpg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


이 곡은 오스트리아의 비공식 국가로 불릴 만큼 사랑받고 있습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신년음악회에서 자주 연주되며 새해의 시작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음악이 되었지요. 시간이 흐르고 강물이 흐르듯 음악도 언제나 우리 곁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가끔 행복하고 가끔 힘들고 가끔은 무덤덤하게 우리는 멈출 수 없는 삶을 살아나갑니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볍게 왈츠 스텝을 밟으며, 그렇게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요.


PIANO DUO ARCUS의 10월 31일 실황연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https://youtu.be/HzamukLICm8?si=AxnZX58wj4amtjGE


2022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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