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19세기 중엽, 오스트리아 빈은 유럽 문화의 중심지이자 음악의 도시로 불렸습니다. 밤마다 궁정과 살롱에서는 무도회가 열렸고 사람들은 음악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그 시대의 공기를 누구보다 섬세하게 담아낸 인물이 바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 1825–1899), ‘왈츠의 황제’라 불리는 작곡가였습니다.
그의 대표작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Op.314)는 비엔나의 낭만과 꿈을 가장 잘 담아낸 곡입니다. 이 작품은 1866년에 작곡되어, 이듬해인 1867년 2월 15일 빈 남성합창협회에서 처음 초연되었습니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프로이센과의 전쟁(1866)에서 패배해 국민들이 큰 상실감에 빠져 있었지요. 슈트라우스는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이 곡을 썼습니다. 초연 때는 합창이 붙은 버전이었지만, 이후 작곡가가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화려하고 장대한 형태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곡의 도입부는 마치 새벽의 강물처럼 잔잔하게 흐릅니다. 하프의 아르페지오와 목관악기가 먼저 등장하며, 현악기의 트레몰로가 배경을 채우면서 도나우강 위로 떠오르는 여명을 그려냅니다. 이윽고 3/4박자의 왈츠의 유려한 리듬이 마치 강물처럼 흐르기 시작합니다. 슈트라우스는 하나의 선율로 곡을 채우지 않았습니다. 이 곡은 서로 다른 성격의 다섯 개의 왈츠가 이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각 왈츠는 밝음, 서정, 낭만, 그리고 환희의 감정을 차례로 담아냅니다. 마지막 코다(Coda)에서는 모든 선율이 하나로 모이며 곡을 마무리합니다.
비엔나 왈츠는 ‘돌다(walzen)’에서 비롯된 이름처럼 두 사람이 서로를 감싸 안고 회전하며 추는 춤입니다.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이 회전의 움직임을 리듬과 멜로디 속에서 완벽하게 구현합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는 어느새 머릿속에서 드레스를 갖춰 입고 화려한 비엔나의 무도회장에서 왈츠를 추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게 됩니다.
이 곡은 오스트리아의 비공식 국가로 불릴 만큼 사랑받고 있습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신년음악회에서 자주 연주되며 새해의 시작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음악이 되었지요. 시간이 흐르고 강물이 흐르듯 음악도 언제나 우리 곁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가끔 행복하고 가끔 힘들고 가끔은 무덤덤하게 우리는 멈출 수 없는 삶을 살아나갑니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볍게 왈츠 스텝을 밟으며, 그렇게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요.
PIANO DUO ARCUS의 10월 31일 실황연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https://youtu.be/HzamukLICm8?si=AxnZX58wj4amtjGE
2022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