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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가 들려준 자유의 목소리, 리베르탱고

ASTOR PIAZZOLLA "LIBERTANGO"

by 에리카
?url=http%3A%2F%2Fnpr-brightspot.s3.amazonaws.com%2Flegacy%2Fsites%2Fwrti%2Ffiles%2F201811%2FAstorPiazzolla.jpg 반도네온을 연주하고 있는 피아졸라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리베르탱고(Libertango)를 발표한 것은 197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였습니다. 당시 피아졸라는 아르헨티나에서의 음악적 갈등과 보수적 탱고계의 비판을 뒤로하고 유럽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상태였습니다. 그 시기 그는 전통적 탱고를 과감히 벗어나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확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고 리베르탱고는 바로 그 선포문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제목 Libertango는 스페인어 ‘libertad(자유)’와 ‘tango(탱고)’를 결합한 신조어입니다. 단순히 ‘자유롭고 경쾌한 탱고’라는 뜻이 아니라 “탱고로부터의 자유”, 즉 전통의 규범을 깨고 새로운 음악으로 나아가겠다는 피아졸라의 선언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이 곡을 담은 음반의 작품 노트에서 ‘libertad’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자신이 추구하던 ‘누에보 탱고(nuevo tango, 새로운 탱고)’의 정신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냈습니다.


My02NzE2LmpwZWc.jpeg 누에보 탱고 퀸텟 (피아졸라, 페르난도 수아레스 파스, 엑토르 콘솔, 호라시오 말비치노, 파블로 지글러)

음악적으로 이 곡은 피아졸라의 혁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반복되는 강렬한 리듬 패턴 위에서 반도네온이 주도하는 선율은 전통 탱고보다 훨씬 날카롭고 선명합니다. 베이스의 오스티나토가 단단한 기반을 만들면 그 위에 재즈·클래식의 영향을 받은 화성과 예리한 싱코페이션이 겹쳐지며 긴장감을 밀도 높게 쌓아 올립니다. 기존의 댄스 탱고가 갖는 일정한 박자·정형화된 감정선과는 대비되는 불안정 하지만 매혹적인 에너지가 이 곡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출시 이후 리베르탱고는 피아졸라 작품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 되었고 수많은 편곡과 재해석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특히 1981년, 가수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가 이 곡에 가사를 붙여 발표한 “I’ve Seen That Face Before (Libertango)”는 유럽 차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리베르탱고의 대중적 인지도를 세계적으로 높였습니다. 또한 첼리스트 요요마(Yo-Yo Ma)의 연주를 비롯해 클래식 연주자들이 앞다투어 이 곡을 편곡·녹음하면서 리베르탱고는 장르 경계조차 넘나드는 대표적인 현대 클래식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곡은 20세기 후반, 탱고라는 장르가 어떻게 전통을 넘어서 예술 음악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상징하는 작품입니다. 피아졸라는 이 곡을 통해 춤추기 위한 음악이었던 탱고를 듣기 위한 음악, 즉 감상·연주·해석의 대상으로 끌어올렸고 그 변화의 출발점이 바로 이 한 곡에 선명히 담겨 있습니다.


PIANO DUO ARCUS의 10월 31일 콘서트 실황연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PIANO DUO ARCUS (김민지&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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