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OR PIAZZOLLA "LIBERTANGO"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리베르탱고(Libertango)를 발표한 것은 197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였습니다. 당시 피아졸라는 아르헨티나에서의 음악적 갈등과 보수적 탱고계의 비판을 뒤로하고 유럽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상태였습니다. 그 시기 그는 전통적 탱고를 과감히 벗어나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확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고 리베르탱고는 바로 그 선포문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제목 Libertango는 스페인어 ‘libertad(자유)’와 ‘tango(탱고)’를 결합한 신조어입니다. 단순히 ‘자유롭고 경쾌한 탱고’라는 뜻이 아니라 “탱고로부터의 자유”, 즉 전통의 규범을 깨고 새로운 음악으로 나아가겠다는 피아졸라의 선언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이 곡을 담은 음반의 작품 노트에서 ‘libertad’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자신이 추구하던 ‘누에보 탱고(nuevo tango, 새로운 탱고)’의 정신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냈습니다.
음악적으로 이 곡은 피아졸라의 혁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반복되는 강렬한 리듬 패턴 위에서 반도네온이 주도하는 선율은 전통 탱고보다 훨씬 날카롭고 선명합니다. 베이스의 오스티나토가 단단한 기반을 만들면 그 위에 재즈·클래식의 영향을 받은 화성과 예리한 싱코페이션이 겹쳐지며 긴장감을 밀도 높게 쌓아 올립니다. 기존의 댄스 탱고가 갖는 일정한 박자·정형화된 감정선과는 대비되는 불안정 하지만 매혹적인 에너지가 이 곡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출시 이후 리베르탱고는 피아졸라 작품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 되었고 수많은 편곡과 재해석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특히 1981년, 가수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가 이 곡에 가사를 붙여 발표한 “I’ve Seen That Face Before (Libertango)”는 유럽 차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리베르탱고의 대중적 인지도를 세계적으로 높였습니다. 또한 첼리스트 요요마(Yo-Yo Ma)의 연주를 비롯해 클래식 연주자들이 앞다투어 이 곡을 편곡·녹음하면서 리베르탱고는 장르 경계조차 넘나드는 대표적인 현대 클래식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곡은 20세기 후반, 탱고라는 장르가 어떻게 전통을 넘어서 예술 음악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상징하는 작품입니다. 피아졸라는 이 곡을 통해 춤추기 위한 음악이었던 탱고를 듣기 위한 음악, 즉 감상·연주·해석의 대상으로 끌어올렸고 그 변화의 출발점이 바로 이 한 곡에 선명히 담겨 있습니다.
PIANO DUO ARCUS의 10월 31일 콘서트 실황연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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