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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파파 Mar 28. 2023

나는 학교 폭력 피해자였다 - 마지막 이야기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을 쳤다, 아니, 정확히는 체육관이 아닌 공간에서 처음이다.

치고박는 싸움을 하긴 했으나 주위에서 말리고, 그 시간도 길지 않아 기억도 잘 나질 않았다.

실제로 남중에서 싸움이란 빈번한 일이고, 쉽게 말리지도 않는다.

눈이 돌아 정도가 심해질 걸 눈치채고 빨리 말려준 친구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었다.

다행히 선생님들 귀에도 들어가지 않아 사건은 일단락되었고, A와 나는 졸업할 때까지 서로를 피해 다녔다. 아, 그다음 날엔가, A무리 중 덩치 큰 녀석이 반으로 찾아와 나를 찾긴 했었는데 내 친구들을 의식한 건지 모르겠지만 별 얘긴 하지 않고 돌아갔다.


솔직히 조금은 후련할 줄 알았는데 그때의 감정은 아직도 찝찝하다고 해야 할까?

왜 지금까지 참고만 있었는가 하는 나에 대한 분노, 쉽게 대들지 못했었던 그 당시 상황들, 삶을 힘들게 했지만 별 거 아니었던 A...

이러한 복합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남아 나를 더 한심하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결국 학폭 가해자를 직접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나는 기분이 더러웠다.

즉흥적인 복수였기 때문일까? 감정적으로 주체하지 못한 폭발하는 분노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이 일 때문에 지금까지 살면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손을 써 본 적은 없는 거 같다. 그냥 그 뒷감당이 무서웠나 보다.


지금도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건너 건너 A의 소식을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데, 딱히 신경을 쓰진 않았다. 그 이후로 본 적도 없는 남과 같은 사이니까.


굴곡도 많고 깊이도 많은 인생 중 내 학창 시절의 가장 큰 이벤트였지만, 어쩌면 그 끔찍한 순간들이 있었기에 삶을 더 어렵게 풀어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부러 더 힘든 경험들을 하고, 봉사를 하고, 부조리함에도 그러려니 하게 되는 성격을 갖게 되는 그런 것들.


무거운 이야기임에도 내 인생이니까 이 마저도 사랑해 버리기로 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 삶을 부정하게 될 테니까. 삶에 제일 큰 영향을 준 건 사실이니까.


속 시원한 복수는 아니었지만, 끝은 피해자가 아니었단 거에 만족한다. 지금도 A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반성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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