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갈리어 떨어짐'
꽤나 많은 만남과 연애를 경험한 나에게도 이별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점점 두려워지는 거 같다.
희생적인 연애를 해오던 이유 때문일까? 어렸기 때문일까? 초반에 겪었던 이별들은 칼과 같이 과감하게 끝맺음을 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후회 없이 사랑했기 때문인 거 같다.
점점 나이가 들고 20대 중후반에 했던 연애는 더 이상 희생적이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을 우선순위에 두고 그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을 양보했던 거 같다.
방어적이란 말이 맞을까? 조금은 이기적으로 보일 연애였다.
현재 30대 초반, 많은 연애를 경험했음에도 늘 실패로 끝나는 이유를 '나'에게서 들여다보았다.
희생과 방어의 흑백사고가 아닌 회색과 같은 연애를 해보기로 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많은 것을 맞추고, 가끔은 내가 기준이 되기도 하는 연애.
그럼에도 결과는 끝이었다.
생각해 보면 참 기적 같은 일이 아닌가?
공간과 시간이 정확히 일치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사랑이란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그 기적이 쉽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이별은 나를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자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 기적을 걷어내는 이별도 참 대단한 녀석이지 싶다.
철학적인 사고가 높아질수록 세상의 이치들과 타협을 하게 되는 거 같다.
기적을 보아도 설레지 않고, 이별을 해도 아프지 않게 되어가는 나를 보면서.
갈수록 나의 이성적 사고는 감정들과 벽을 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살다 이왕이면 감정들에 휩싸이지 않는 잔잔한 호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큰 호수가 되어 돌을 던져도 그 물결조차 어디로 갈지 가늠할 수 없는 사람.
그러다 보면 그 물결의 끝을 보고자 배를 타고 노를 젓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땐 나도 편안하게 품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