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기가 서서히 지나갈 즈음,
미세먼지라는 시련이 다가와 예민한 기관지에 타격을 주는 날씨들이 잔뜩 앞을 기다리고 있는 3월의 끝자락.
나는 숫자 3을 참 좋아한다.
"1은 너무 빠르고, 2는 생긴 게 아쉽고, 3이 밸런스도 좋고 적당히 빠르니까 좋네!" 하며 어린 시절에 했던 생각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올해 3월도 그만큼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장기 투숙객 리아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면서 산책을 했었다.
지금이랑 같은 3월이라니, 낯설다.
오랜만에 해피무브 사람들을 만났던 날.
막차를 타고 가는 시간이 공허했다.
얼굴에 생기 좀 불어넣어 보자 대학원생아.
3박 4일 마초에서 제초로.
사진 찍다 급 출발해서 애들은 흔들렸는데 왜 나만 또렷한지 모르겠는 사진.
놀리기 쉬운 타입.
사랑이란 잘 잤으면 하는 마음.
잘 자.
유난히 밝았던 보름달.
윤선도의 오우가, 그중에서도 달과 관련된 부분을 다 외우고 있을 정도로 참 좋아한다.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이라 하노라."
논문 준비, 논문 리뷰, 논문 연구 계획서.
그저 논문밖에 모르는 바보ㅠ
무서운 건 논문을 읽는 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거.
제제랑 데이트도 빠질 수 없지.
출근하자마자 입사동기의 깜짝 선물을 보고 기분 좋아져 버리기.
손목을 너무 다쳐서 1년 간의 복싱 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돌아온 헬스장.
대구를 기차가 아닌 자차로 왕복한다는 건 허리를 갈아 넣겠다는 얘기.
물론, 휴게소 음식 못 참지.
이케아 구경 갔는데 조명만 잔뜩 보고 왔다.
내 드림하우스는 벽지, 가구 등 온통 검은색에 조명만 잔뜩 켜 놓은 집인데, 제제 털 이슈로 엄두도 못 내는 중.
살이 꽤 많이 빠졌다.
다이어트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지만, 대체 왜 나하고까지 싸워야 하는가.
액땜 제대로 했다.
다행히 합의는 잘 끝남.
중간에 빼먹은 일들도 많이 있지만, 이렇게 쓰고 보니 꽤나 많은 것들을 한 3월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다 보니, 오히려 나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함부로 나를 칭찬하기도 어렵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보다, 내 고민을 말하기가 더 어렵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도 꽤 열심히 지내고 있는 거 같다.
열심히 하는 만큼 다음 달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또다시 기대하게 된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을 늘린다는 것은 어쩌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