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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Nov 22. 2021

수장고를 그리다

한국과 러시아 수교 30년을 기념해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진품 80여 점의 ‘러시아 이콘’ 전이 박물관에서 열린다.

작년부터 우리 박물관은 양국 대사관의 도움으로 코로나19로 닫혀있던 하늘길을 뚫고 러시아를 직접  작년에 한번 올해에 한번 다녀왔다.

러시아 이콘… 정교회는 한국에 있는 천주교와 개신교와는 다른 그리스도 신앙의 또 다른 교회이다.

또한 그 나라의 역사와 시대적인 상황이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종교미술에 녹여져 있다. 러시아의 과거를 미술품을 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성화로 볼 수도 있지만 고 미술작품으로 접근하면 더 많은 감명을 받지 않을까?

아무튼 우리는 업체를 통해 기획전시실과 기획소강당을 3D로 재현하고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실제 전시 동선과 작품의 배치를 효율적으로 매일매일 체크해 보았다.

학예실은 매일같이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러시아의 보물들을 안전하게 들어오게 하기 위해 여러 배송업체를 만났으며 러시아 측 관련자들을 자가격리와 편의를 봐주기 위해 문화관광부 그리고 질병 청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어제저녁 결국 비행기를 타고 박물관에 미술품이 도착했다. 창조 곳간에 일단 모든 작품들을 하역하고 지하 수장고에 내려가 풀기 시작했다.

배송업체와 러시아에서 온 관련자는 우리 박물과의 학예사들과 함께 비행기 타고 오는 동안 미술품이 다치지 않았는지에 대한 컨디션 체크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하나하나 수장고 안쪽에 넣었다. 러시아 관련자가 배송업체 분께(배송업체는 유물 미술품을 전문으로 이동시키는 분들이다) 미술품 다루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하나하나 직접 손전등을 통해 파손 여부를 꼼꼼히 본 후 수장고에 입고시켰다.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다.

판으로 이루어진 박스에서 드릴로 뚜껑을 열고 포장지를 조심스레 벗겨내며 수줍게 한국에 첫발을 내딛는 15세기 미술품을 직접 코앞에서 유리막 없이 직접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감탄의 신음을…

 

오늘은 쉬는 날… 난 집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좋음이기 때문이다.

빨래가 다 되면 이제 전시장으로 미술품이 이사해 잘 살 수 있도록 출근하려 한다.

오늘은 나도 정신줄 잡아야 한다. 미술품의 아름다움에 넋 놓지 말고 미술품이 3개월 동안 잘 쉴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세탁기가 다 되었다고 소리가 울린다. 이제 일어나서 출근하자!


수장고를 그린적이 없다. 그래서 이 참에 그려본다. 하얗게 생긴 수장고… 미세먼지도 없고 춥지도 덥지도 않고 암튼 엄청 넓은곳… 그림은 일부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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