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제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쌌어. 거창한 도시락은 아니고 냉동 새우밥 위에 냉동만두를 올린 후 전자레인지에 7분 돌리게 넣어놓고 이를 닦고 씻었지....
그리고 원두를 봉지에서 뜯어 갈고 뜨거운 물을 부처 커피를 내렸어.
차를 몰아 충청도 들판이 아주 예쁜 신리성지를 갔어.
어제는 평일인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더라.
난 미사 봉헌 후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어. 그런데 거미집을 건드렸는지 수십 마리의 아기 거미들이 내 안경에도 대롱! 수저 위에도 대롱 도시락에도 대롱....
바람을 불어 후후~ 쫓고 맛나게 먹었어.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해! 무명순교자 무덤이 있다 하여 무작정 걸었지. 수녀님께 길을 물어보고 출발했는데 핸드폰 길 찾기에도 나오지 않아... 여긴가? 저긴가? 하고 걸었어....
논두렁을 건너 처음 맞이하는 고개 숙인 벼는 나에게 행복을 주었어. 벼를 수확하기 위한 기계들이 다니면서 정미소 앞을 걷는데 강아지가 연신 짖어대는 거야! 그런데 그 소리가 나랑 놀아달라는 소리 같더라.... 수확의 기쁨을 같이 나누자는 소리로 들렸어,
길을 잘못 들어 논두렁 끝, 수로다리 위에 있는데 기러기들이 나에게 놀라 하늘 높이 날아올랐어. 난 손을 들고 그 기러기들에게 인사를 했지.
"안녕! 난 아우야요 그림책 작가야~"
기러기들은 저마다 끼룩 거리며 내 위를 지나 다시 수로에 내려앉았어. 머리로 물속을 휘젓는 모습을 한참 봤네...
다시 길을 걸어... 여기가 아니면 그냥 돌아가야 하나? 생각하다가 길에서 콩을 수확하는 할머니를 만난거야... 할머니는 저 위 과수원을 더 올라가 보라고....
난 다시 걸었어. 검은 고양이가 지키고 있는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집을 지나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과수원을 지났지.... 남의 무덤에 가서 여긴가? 기도하고.... 또 걷다가 남의 무덤 가서 기도하고.... ㅎ
다시 돌아갈까? 하는데 이정표나 나오네.... 포기하지 않고 무명순교자 묘에 도착했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지.
다시 신리성지로 돌아가는 길에 깨를 터는 노부부를 만났어.... 할아버지가 구수한 사투리로 혼나고 계시더라고.... 끼고 싶었는데....ㅎ 그러지는 못했어...
그리고 잠시 오늘은 그림책방이라고 의왕에 있는 책방에 들려 프로그램을 얘기하고 집으로 왔지.
과음을 했어.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고 나서 프리 선언한 지 딱 365일 되는 날이었거든 기념하고 싶었어.
이루어 놓은 건 없는데.... 그래도 네 권의 그림책 완성, 그중에 <박치기 양> 출간! 두 권은 지금 투고 중....
아침에 서랍을 뒤져보니 <천천히 가도 괜찮아!>의 초기 표지 그림이 나왔어.
그래! 지금 많이 힘들고 지쳐도.... 천천히 한걸음 씩 가자!!!!
아우야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