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을 그리다

by 아우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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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유난히 춥네.

갑자기 겨울이 되다니....

겨울이 되니 생각나는 음식이 있어. 팥에 대한 기억이 나는 거지.

새벽마다 춥다고 옹기종기 모여 화롯불을 켜고 활기차게 웃으며 서로 저마다의 인사로 덕담을 주고받는 곳, 어릴 적 나는 영등포시장에서 살았어. 아빠 엄마가 방앗간을 하셨거든

엄마 아빠는 항상 새벽에 일어나셔서 정신없이 떡을 파셨어. 직접 만들어 여기저기서 오시는 상인분들께 도매로 넘기셨지. 지금 생각해 보면 두 분 다 셈을 잘 못하시는지 지불하는 가격에 비해 조금씩이 아닌 더 많은 양을 상인들에게 주신 거 같아.... 그 당시 1호선이나 오류동, 구로동 일대의 모든 떡파시는 분들은 우리 집에서 가져가셨을 거야. 많이 주니 많이 남지...ㅎ

고된 새벽장사를 마치시면 엄마는 전화를 거셨어. 그리고 전화가 끝나면

"아들, 팥죽집 아줌마네 다녀와!"

난 그 심부름이 싫었어. 아줌마에게 가는 길에 어떤 할아버지가 항상 커다란 칼을 내리쳐 닭대가리를 자르면서 나에게 인사를 안 한다고 화를 내셨거든.... 첨에는 인사를 잘했는데... 칼 들고 대가리 자르면서 나에게 씩 웃는 모습은 무서웠어!

암튼 나는 아침마다 뽀글 머리에 키가 크신 팥죽집 아줌마에게 인사하고 큰 사발로 팥죽을 받아 왔지.

엄마는 할머니께 먼저 드리고 아빠와 나 동생에게 주셨어. 할머니와 아빠는 연신 맛나다 하시고 엄마는 정말 조금만 드시면서 나에게 한 숟가락 더 주신 거 같아. 난 그때 그 맛이 뭔지 몰라. 그냥 아침마다 먹는 게 싫었거든. 그리고 엄마도 싫어하면서 나에게 준다고 투덜대기도 했어. 가끔 엄마가 계란국이나 콩나물국을 끓여주시면 그렇게 맛났지.

세월이 흘러 퍼주기만 한 방앗간은 문을 닫았지.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영등포시장에 들른 적이 있어. 팥죽집 아줌마는 여전히 장사하시더라고! 엄마는 오랜만에 담소를 나누시며 온전히 한 그릇을 다 드시는 거야. 연신 맛나다 하시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더라. 엄마는 팥죽을 좋아하셨대.


지금은 팥으로 된 음식을 좋아해. 붕어빵, 팥빵, 팥 칼국수 등 다양한 팥 음식을 좋아해.

혹시 영등포시장에 가면 팥죽집 아줌마네는 장사를 하실까?

오늘 같이 추운 날 갑자기 이 그림을 보니 팥죽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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