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구는 그림

by 아우야요

퇴근시간 오늘 두 시간 정도 짧고 굵게 눈이 엄청 내렸어.

난 작업을 마치고 딱 동네 공원에 도착하니 내리기 시작한 거야.

요 며칠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얼어붙은 공원에는 눈이 엄청나게 쌓였어.

난 설산에서도 살 수 있는 점퍼에 털복실 비니를 찬 상태라 세차게 내리는 눈은 그냥 아름답기만 하더라.

이 와중에도 뜀박질하는 러너들 대단해!

세 바퀴 정도 돌고 나는 운동장으로 들어갔어. 아무도 밟지 않은 눈 가운데 서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이하기 위해 벌러덩 누웠지.

얼굴에 눈이 쌓이는 촉감 알아? 보통 금방 녹는데.. 녹기도 전에 다른 눈이 그 위에 앉으면서 내 얼굴에도 눈이 쌓이는 거야. 예전 강원도 선자령에서 느꼈던 그 눈이었어.

눈이 그치니. 동네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저마다 조물딱거리더라고. 집에 가는 길에 작은 눈사람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네... ㅎ

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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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서랍 속을 뒤졌지.

정말 옛날에 그렸던 그림이 딱 나오네.

이때는 젊다. 그리고 날씬하고 ㅎㅎㅎㅎ 그런데 저 등산 바지 지금도 있는 거 같은데...

자작나무 숲을 좋아했어. 여름에도 가고 가을에도 가고 봄에도 가고, 겨울에는 많이 갔지. 요즘 좋은 건 자작나무숲 주차장에 7KW 전기차 충전소가 생겨서 느긋하게 다녀올 수 있어.

눈 속에서 뒹구는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ㅎㅎㅎ 나중에 나이 더 들어도 그럴까?

아마도 그럴 거 같아.

오랜만에 신나게 짧고 굵게 눈 속에서 놀다 왔더니 몸에서 눈 녹은 냄새가 난다. 그리고 살짝 열도 오르고 약 먹고 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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