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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May 18. 2020

박물관의 재개관

이제 정상적인 출근이다.


 박물관의 재개관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면서 박물관이 재개관하였다.
일단 직원들은 재 개관에 앞서 ‘부처님 오신 날’, ‘노동자의 날’과 함께 징검다리 연휴를 연차를 써서 마지막 황금연휴를 즐겼다.
이제 주말 주일 근무를 시작하면 남들 노는 빨간 날 우리는 박물관 오픈을 위해 회사에 나온다.
이 마지막 쉼이라는 생각에 어떻게 알차게 보낼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바이러스의 재 창궐을 막기 위해 나 스스로 우리 가족 스스로가 집콕!
그래도 이 기간 난 처가의 다락방에 숨어서 새로운 나의 그림책 이야기의 스토리와 그림의 캐릭터 그림풍을 연구할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낚시를 가네, 산에 오르네,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네... 등 다양한 생각을 했지만 바이러스의 창궐은 나에게도 큰 쉼이라기보다 다른 형태의 휴가에 대해 제시한 계기가 되었다.
이야기가 샜다. 이 황금연휴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연휴가 끝나 재개관을 할 준비가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나의 오랜 업무였던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써가면서 불편한 점을 수정할 일도 많이 남았지만 일단 오픈을 했다.
또한 박물관 관람을 위해 ‘박물관 사용설명서’를 디자인했고, 상설전시에 도움이 되는 ‘상설 리플릿’을 만들었다.
나 스스로에게 칭찬한다. 고급지다. ㅎ
그리고 자원봉사자님들께 바이러스를 잘 막고 있다는 메시지와 박물관의 준비상황을 전달하여 봉사자님들이 불안해하지 않게 해야 했고, 기획전시에 대해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고 물론 상설전시의 완성을 위해 전문가(?) 학자님들 박사님들을 모셔 고견을 들었고, 암튼 정말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정말 정말 박물관이 빨리 재 개관하기를 바랐다. 이유는 박물관이 닫혀있으니 더 바쁘다.
고쳐야 할 것은 많고 그 고침이 모자라 더 깊이 고치러 들어가고, 들어가다 보면 저 바닥까지 가서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고, 동료들 간의 단합도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갑자기 군대 시절 이야기를 해본다.
전방과 후방이 있다. 어느 곳에서 군생활이 더 행복할까? 물론 군생활은 전방이나 후방이나 다 각자가 느끼는 힘듬은 같다. 하지만 정신적인 면을 생각하면 다르다.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은 상대방 군대와 바로 마주하는 정신적 피로함이 있다. 그리고 근무를 서야 하기 때문에 동적인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정적인 시간이 많다. 선임과 후임이 한 초소에서 오랜 시간 근무를 한다. 둘이 잘 맞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서로에게 피곤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후방 중에 전쟁이 나면 전방으로 돌진하는 부대가 있다. 오뚜기 부대 같은 경우는 매일 훈련이다. 맨날 뛰고 군장 메고 이 산 저산을 돌아다니며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내무반에 와서는 선임 후임 상관없이 쉰다. 몸이 피곤하기 때문에....
우리 박물관은 후방부대와 같다. 무지 전시장을 뛰어다니며 새 전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암튼 준비를 잘하고 연휴를 즐기기 위해 각자의 집으로 갔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왜 이리 노는 날은 하루가 한시 간인 것일까?
왜 쉬는 시간은 프로펠러 비행기가 아닌 초음속 전투기의 속력을 지니고 있을까?
눈을 잠시 감았다 떴더니 출근하는 날이다.
그리고 재 개관한다고 손님맞이 문을 여는 날이다.
오랫동안 박물관 대문에 걸려있던 ‘휴관’ 안내문을 뗐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열감지기를 세팅했다. 체온측정기와 연락처를 적을 서류를 준비하고 모든 박물관의 출입구를 하나로 통제했다.


개관하고 첫 관람객이 들어왔다.
체온측정기로 관람객의 손목에 접촉이 안되게 체크를 하고 손소독제로 손을 닫게 했다. 그리고 연락처를 적으면서 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모두의 서로의 안전을 위해 적는 거니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개인 정보는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폐기됩니다. 즐거운 관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들 반응을 보고 싶어서 그동안 우리의 노력을 알려주고 싶어서 두근거리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그냥 아무 느낌 없이 지나간다.
변화된 건 우리만 안다. ㅎ
당연한 거지.... ㅎㅎㅎㅎ
정말 열심히 밤늦도록 쉬는 날 나와서 준비했는데, 우리만 우리의 전시에 대해 좋아한다. ㅎ

어찌 되었건 오랜만에 만난 봉사자님께서 우리에게 황금 칭찬을 하신다.
그리고 반가움에 서로 손을 잡을 수 없으니 마스크 안의 입꼬리가 보이지도 않지만 눈웃음으로 격려해주시고 토닥여 주신다.
그리고 가방에서 나의 첫 그림책 ‘우리가 손잡으면’ 책을 꺼내신다. 오랜만에 뵙고 사인을 했다. 당연히 기분이 좋다. 정말 행복한 느낌이다.

며칠 후 어떤 독자가 찾아오셨다. 내 책 ‘우리가 손잡으면’을 들고 오셔서 사인을 요청하신다.


책 소개에 박물관에서 일한다고 명시를 했더니 찾아오신다. 신기했다. 고맙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이 느낌은 달콤한 꿈속에서 뛰어올라 구름 위를 산책하는 느낌이랄까? 행복하고 기분 좋은 힐링이다.


개관하고 두 번째 쉬는 월요일이다.
비 소식이 있다. 오늘도 집콕이다.
빨리 클럽 발 재창궐 바이러스가 잡혀서 마스크 벗고 관람의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입꼬리의 높낮이를 보며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체크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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