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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Dec 14. 2020

지금 박물관은 잠시 멈춤 중...

지금 박물관은 잠시 멈춤 중이다.
멈춤 중이지만 초대기획전은 계속되었다.
불 꺼진 박물관에 작가님이 오셔서 설치를 하셨다. 바이러스 때문에 언제 다시 열지 모른다는 소식에 작가님께서는 약간 느긋하신 지 오래 걸리셨다.
우리는 그래도 전시 날짜에 맞춰 모든 디자인을 해놓고 준비를 다 해놓았다.
레이저 아트인 이번 전시는 설치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공학박사님이신 설치작가님께서는 9개의 기둥 뭉치를 하나로 묶어 빛이 반사되는 판을 직접 시공하셨다.
그리고 설치가 끝나면 그때부터 레이저를 어두운 기획전시전시 공간에 쏘고 난 후 아트 작가님이 뺄 레이저는 빼고 넣을 레이저를 넣고, 미리 설치한 오브제에 투영되는 레이저를 통해 빛의 확산도 만들고 하셨다.
레이저들끼리 즐겁게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고민이 많아졌다. 어떻게 이 전시를 세상에 알릴까?
새로 구성된 학예실과 행정실에서 영상에 대해 만들고 있다. 레이저 아트를 영상으로 찍어 홈페이지에 공개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번 작가님께서는 어찌 되신 건지 전의 전시 자료가 많이 부족했다. 아카이빙이 안된 건지 미술관이나 전시관에서 레이저 아트에 대해 잘 몰라서 남기지 못한 건지는 모르지만 이번 전시를 홍보하기 위한 방법이나 디자인에 애를 먹었다. 결국 난 지난번 대전에 출장 다녀온 느낌으로 또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레이저 아트같이 포토샵으로 효과를 내고 새로운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갔다.
박물관은 정말 행복해해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을 박물관에서 일하게 했으니... 없는 이미지를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구현하고 만들고 그리고 시안을 통과시키고... 매번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이미지가 아닌 필요하면 가서 사진 직접 찍고, 필요하면 직접 그리고.... 참 나 같은 사람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이 박물관의 복이다. ㅎㅎㅎㅎ
하지만 난 감사하다. 난 나이가 좀 있다. 지금 나랑 같은 나이 때의 현역 디자이너는 거의 없다. 지금까지 현역으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박물관에 고맙다. 언젠가 언급을 할지 모르지만 디자이너는 이상하게 활동 기간이 짧다. 아마도 새로운 친구들이 새로운 감각으로 치고 올라와서 그런 거겠지만 그 보다 또 다른 이유는 밥먹듯이 했던 야근은 디자이너의 화려한 삶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누구보다 더 세상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감각이 떨어지지 않게 많이 보고 응용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인식도 체력도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하게 감각적으로 잘하는, 또한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남은 디자이너를 바라보는 시각도 아주 따뜻하지만은 않다. '아직도 디자인 해?', '월급도 작지 않아?', '너 정도 월급으로 디자이너 두 명 뽑아서 일을 더 하게 만들면 되지 않아?' 아직 세상 사람들은 보이는 가치보다 많이 쌓이는 결과물에 더 좋아한다. 그래서 결국 일찍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많은 종목 중의 하나인 프로야구를 보면 현역 연장의 꿈을 위해 연봉도 삭감하고 코치직 제의도 거절하면서 현역 생활을 더 해 나가는 선수들을 본다. 후배에게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에 리빌딩 때문에 결국 강제 은퇴하는 경우도 본다. 그들의 마음이랄까? 현역 연장의 의미를 난 안다. 그래서 그들이 존경스럽고 응원한다.
암튼 난 지금도 여전히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그리고 디자이너로 배운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요즘 내가 좋다.
 
새로운 학예실이 구성이 되었다.
새 학예실장과 새 학예사, 그리고 아직 얼굴을 보지 못하는 입사 전인 새 학예사.... 1주일이 지났다. 난 지난 학예사들과 못다 한 일을 그들과 나누었다. 벅차 하셨다. 그래서 속도 조절을 하였다. 난 성격이 급하다기보다는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는 편이다. 기다리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더 부담주기 싫어서 혹시나 나 때문에 힘들어할까 봐 참았다.
오늘은 무지 춥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자. 서로를 배려하면서...

이 이미지는 작가님과의 대화 후 생각나는 이미지를 DOT으로 표현한후 직선과 박물관의 상징인 벽돌의 느낌을 레이저안에 넣어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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