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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Dec 22. 2020

짠~

건배!

코로나 19에 의한 박물관의 휴관 기간에도 새로 모셔온 직원이 6분이시다.
난 이곳에 먼저 온 선배로서 관장님의 지시에 따라 새로 오신 분들을 위한 교육을 준비했다.
처음 박물관 사업의 시작인 10년 전 이야기부터 그간 착공이 되기 전 주체들의 노력, 착공 후 우리들이 개관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영광스러운 개관, 이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루어진 전시들, 관람객들의 반응과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 공연 등 다양한 자료를 시각적으로 디자인하고 만들어서 새로 오신 분들과 나누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코로나 19에 의한 박물관의 휴관 기간 중 상설전시 개편과 온라인 활성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 공립박물관으로 가기 위한 노력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 그리고 공립박물관이 되는 순간과 발전되는 비전까지 다양한 부분을 담았다.
함께한 입사동기들과 수다를 떨며 웃고 즐기고 과거의 사진을 보며 장난치며 '술 한잔 하자!'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배달 커피를 마셨다.
사무실에 와본 사람은 알겠지만 원래부터 사무실 책상 거리가 멀다. 전에는 필요에 의해 옆에 가서 이야기를 하거나 자료를 봤지만 이제는 멀리서 마스크를 쓴 채 큰소리로 말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사무실이 시끄러워졌다.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정확한 발음이 들리지 않자 조금 더 큰소리로 말을 하거나 멀리서 얼굴을 보고 메신저로 대화를 했다. 같이 직원 교육 자료를 찾고 만드는 일도 더 친밀하게 하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했다.
지난날을 정리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왜 박물관에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 느껴질 만큼 정말 나 일 많이 했다.
아니 우리 모두가 일 정말 많이 했다.
 
며칠 전 성탄카드를 만들었다. 이 성탄 카드를 평소에 연락에 소홀했던 분뿐만 아니라 잘 아는 친구들 모두에게 한 명 한 명 찾아 메신저로 발송했다. 내 카드가 반가웠는지 예전 모셨던 이사님께서 나의 신상에 대해 물으셨다. 그리고 고맙게도 한마디 해주신다. 언제든 다시 돌아오라고... 빈말이겠지만 아직도 나와의 일에 대한 인연에 대해 좋게 보시는 분들이 많다.
난 현재 올해 내가 할 일을 다했다.
올해 처음으로 작가라는 말도 들었다. 2월에 나온 나의 첫 출판 책 '우리가 손잡으면'으로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에게 사인도 해주었다.
우연히 내 책을 만나 박물관을 찾아 사인받으러 오시는 처음 뵌 팬분들이 "작가 선생님, 이렇게 뚱뚱하신지 몰랐어요!"라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미술계를 이끌어 가시는 멋진 작가님들의 작품을 마음껏 보고 저자 직강을 들으며 작가님들의 작품이 잘 보이도록 디자인도 하였다.
상설전시 개편을 위해 조선역사 공부를 새로 하면서 다양한 유물의 세계와 시대상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학예사도 아니면서 어깨 넘어 배운 지식으로 유물 전시에 대해 배우기도 하였다.
 
올해가 며칠 안 남았다. 현재 전시 중인 작품의 사진 촬영 및 디자인 콘셉트만 얼마 안 남은 기간에 ‘꽉’하고 잡으면 여유가 생긴다.
지금 내 책상에는 연말 휴가계를 작성한 프린트물이 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연휴 때는 짝지와 함께 지방 오래된 성당에서 성탄 자정미사를 봉헌했는데 올해는 아무 곳도 못 가고 집에서 유튜브 미사를 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탄 미사는 낙동강가에 있는 가실성당에서 어르신들의 장기자랑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던 기억과 강경 나바위성당에서 성가 도중 실수하는 어린 수녀님의 모습에 모든 신자가 웃었던 기억, 미사 후 마을 잔치로 돼지수육과 막걸리 마시던 정겨운 기억을 올해 할 수는 없지만 내년에 두배 세배 즐겁고 기쁜 성탄미사를 위해 참고 또 참겠다.
그나저나 서로 강제적으로 못 만나니 왜 이리 보고픈 친구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정말 스스로 외로운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잘 버티는 연말 연초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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