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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야요 Jan 09. 2021

새해에는...

2020년 12월 24일 퇴근 이후 황금연휴였다. 코로나 19에 의해 성당도 문 닫았다. 유튜브로 성탄미사를 하고 화면 속 아기 예수님을 보며 성탄을 축하했다. 그리고 1월 3일까지의 쉼... 아무 곳도 갈 수가 없게 만드는 거리두기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전에 같았으면 이런 시간에 스토리를 짜고 그림을 그려 그림책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이번 쉼은 24일 밤부터 보기 시작한 ‘별그대’ 21화를 정주행하고 이어서 80회가 넘는 웹툰 2 작품을 또한 정주행 하고 이어서 ‘시그널’을 밤새 보고 다시 웹툰 2개를 완독 했다. 갑자기 무슨 청소년 질풍노도의 시기도 아니고 저녁 11시면 잠들던 습관이 무너져 밤과 낮을 바꾸며 살았다. 수염을 기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기간에 수염을 자르지도 않았다. 하도 집에 계신 분께서 잔소리를 해서 난 머리를 하러 갔다. 디자이너가 어떻게 자를지에 대해 물었다. 난 그냥 나만을 위한 기분을 풀고 싶어 펌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피곤함에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뽀글거렸다. 나름 잘 어울렸다.
펌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종무식의 아쉬움을 펌으로 날려보았다,
연휴가 지나고 새해 첫 출근을 하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하늘길에 새 작품이 새 미디어아트 전시가 열린다. 하늘길이라는 독특한 길에 영상을 넣어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 일반 대중에게 선보인다. 코로나로 인한 휴관은 좀 더 세밀한 작업을 할 시간을 작가에게 벌어준 듯했다.
대신 우리는 어떻게 홍보할지 고민을 하다가 다시 VR이라는 세계에 접근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난 작년 VR을 추진하다 예산에 막혀 흐지부지 된 것을 다시 붙잡기 시작했다.
업체 미팅을 잡았다. 그리고 업체 미팅하기로 한 그날, 이미 업체 미팅한다고 보고도 한 그날 사무실은 새해를 맞이해 갑자기 짐을 정리하고 버릴 건 버리고 가져갈 건 가져가는 새해 의식을 했다. 남자 직원이 없다. 그런데 난 이미 업체 미팅에 들어갔고 새해맞이 짐 정리를 못 도왔다.
아침 조회 시간에 라커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공무원 국장 출신인 높으신 분이 나보고 라커룸 빼서 새로 온 여직원들 주라고 명령을 했다. 조회시간에 대답을 하면 다른 사람 앞에서 그분에게 대드는 거 같아서 대답을 안 하고 따로 이야기했다. 남자도 라커룸 필요하다고 한참을 논쟁을 한 후 결국 졌다. 그리고 난 박물관 인포 쪽 직원들이 만들려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기획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모자란 자료를 찾는 법부터 정리하는 법까지 의논을 한 후 서로 잘 만들어보자고 파이팅을 하고 VR업체 미팅에 들어갔다. 다른 여직원들이 책을 나르고 정리를 했고 시설팀 남자 주임님께서 혼자 무거운 박스를 날랐다. 힘에 부쳤는지 계속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아 지금은 업체 미팅 중이니 도와드릴 수 없다고 얘기를 했지만 자꾸 전화가 왔다. 내가 화를 못 참는 건지 아니면 짜증이 많이 난 건지 어르신이신 주임님께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업체 미팅을 마쳤다.
이래저래 오후 업무가 바빴다. 이 회의 저 회의, 그리고 오후에 남는 시간에 다 같이 정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버라이어티 한 사무실은 다 같이 모이는 시간을 허락하지 못했다. 결국 다음날 치우기로...
퇴근시간이었다. 퇴근한다고 높으신 분 방에 들어가 인사를 하는데 다짜고짜 한마디 하신다.
여직원들 짐 나르는데 안 도와줬다고 협업을 안 한다고 한참을 잔소리하셨다. 참다 참다 한마디 했다. 오늘 미팅한다고 업체 미팅한다고 며칠 전 고지했고, 협업이 어떻게 짐 나르는 게 협업이냐고 따졌다. 분명 동료들에게 난 오전에 미팅이 있으니 오늘 양해를 구했다고... 여전히 혼났다. 오늘 일만 가지고 한 게 아니라고 시설팀 주임님이 짐 나를 때도 안 나르고 설치할 때도 안 도와주고 높은데도 안 올라가고... 과거에 어쨌네 저쨌네... 그리고 또 라커룸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리고 여직원들이 짐 안 날라준다고 날 많이 싫어한다고 퇴근하면서 반성하란다. 화가 많이 났다.
내가 그 방에서 나오니 다른 직원들이 나에게 와서 무슨 일이냐고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그냥 내 얼굴 표정이 너무 안 좋다고 이해하고 풀라고 했다. 뭘 풀어?
컴퓨터를 다시 켜고 휴가계를 작성했다. 너무 화가 나있었다. 높으신 분은 나에게 막 뭐라 하고 확 퇴근해 버렸다. 그분 책상 위에 휴가계를 놓고 안 올 생각을 했다. 짜증이 머리 끝까지 올라갔다.
내가 하는 협업은 짐 나르는 게 아니다. 그냥 나를 일이 생기면 시간 나는 사람이 도와주는 일이지 바빠서 누가 빠졌다 해서 협업을 안 했네 뭐네 그런 게 아니다. 그러면 쉬는 날 손이 모자란 행사에 나와 도와주고, 회사 전시나 교육 그리고 행사가 빛이 나게 팀끼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협업이지 무슨 짐 들었는데 여직원 무거운 거 드는데 안 들어줬다고 협업을 못한다는 둥, 난 시설팀에서 무언가 설치를 하면 아카이빙을 위해 사진을 찍는다. 아카이빙은 내 업무 중 하나다. 전에도 혼난 일이 생각이 났다. 사진 찍지 말고 짐 나르고 망치 들고 하는 게 일이라고, 내가 배려가 없을 순 있다. 하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고 외부 미팅이었는데... 그리고 왜 자꾸 일에 여자 남자를 가르는지, 또한 부하 직원이 업무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분에게 앞으로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새로운 시스템이나 사업에 대해 여태껏 설명하고 기초적인. 아니 기본적인 부분부터 설명하고 알려주려 했던 일들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위에서 직원을 대하고 소위 부리려면 스스로들도 공부를 해서 조금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분에게 어떻게 보고를 앞으로 계속한단 말인가?
화가 나서 어찌할 줄 모르는 나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시설팀 주임님이 소주 한잔 하자고 차 돌려서 다시 사무실 오신다고 말이다.
둘이 앉아 소주를 먹었다.
주임님께서 하시는 말은 라커룸 양보해 주라고... 난 그거 때문이냐고 물었다... 그분 보는 앞에서 짐 날라야 좋아한다고...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셨다.
그리고 위로를 해준다.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암튼 오랜만에 뒷담화 시간을 크게 가졌다.

하지만 한가지는 기억난다. 그 높으신 분은 직원들을 아끼기 때문에 내가 더 움직여 주기를 바란단다. 그래서 날 자극한다고?

큰 눈이 왔다. 지각해서 또 그분에게 혼나기 싫어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새벽 6시 10분 정도에 집을 나섰다. 버스가 기어기어 사당역에 겨우 토착했다. 그리고 지하철로 환승을 했다. 지하철이 잘 가다가 고장 났다고 다 내리란다.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과 함께 버스 타기는 참 힘들었다. 결국은 혼나지 않으려 일부러 일찍 나온 게 무색해졌다. 30분 지각을 했다. 집에서 회사까지 약 3시간이나 걸린 것이었다.
겨우 사무실에 도착하니 동료들이 나에게 고맙다 한다. 자기들을 잘 챙겨줘서 일이 잘 진행된다고.... 나보고 이해해 달라고, 그리고 일에 대해 물어본다.. 무슨 얘기를 들었네... 쩝
그리고 그날 이 후 허리가 아플 정로도 짐을 날랐다.

지금 난 덩굴을 그린다. 봄이 왔으면 좋겠다.

혹시 이 글을 올리면 무슨일이 생기려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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