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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첫 유치원 등원

코로나팬데믹상황에서의 첫 유치원 등교

by Fensoner

브런치에 과거 아버지의 기억에 대해 글을 쓰면서 과거를 회상하다 보니 이미 지난날들의 기억이고 이제는 함께 하지 않는 아버지임에도 그 당시의 힘든 순간들과 감정들은 아직 남아있었는지 글을 쓰며 지난 과거를 생각하고 기억을 되돌리면서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그동안 적어놓은 글들은 임시저장만 하고 마무리는 하지 않은 채 한동안 브런치를 중단했다. 그리고 300일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흐른 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은 그래도 남겨놓자 싶어 오늘 다시 이렇게 글을 적는다.




내가 사는 미국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작년 2020년 3월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딸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도 임시로 문을 닫았다.. 딸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은 한국 원장님과 한국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원생 아이들 모두가 한국 아이들이었다. 나와 아내 모두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편한 사람이었기에 딸아이도 당연히 한국말만 할 수 있었고, 한국어만 사용하는 어린이집에서 적응도 빠르고 선생님과 친구들과 첫날부터 너무나 유익한 시간을 보냈었다. 많은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첫 등교를 힘들어한다는데 우리 딸은 너무나 신나게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했고 등원을 좋아하여 엄마와 아빠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좋아하던 어린이집을 고작 2달 다니고 펜데믹으로 인하여 더 이상은 다닐 수 없었다.


그렇게 2021년 9월까지 1년 6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딸아이의 말은 이제 일상에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늘었고, 한국말이 이렇게나 많이 늘었음에도 영어는 전혀 배우 지를 못했다. 외출도 가급적 자제하는 생활에서 영어를 경험할 시간과 순간이 너무나 부족했고, 원어민이 아닌 부모님 슬하에서 딸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너무나 한정적이었다.


올해 6월부터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는 온라인 예배에서 다시 대면 예배로 교회를 오픈하였고, 교회에 출석하여 성도들을 오랜만에 만나니 그동안 많이 자라 한국말을 너무나 잘하는 딸아이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놀라곤 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도가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인이 대부분이다 보니 한국 사람을 보면 인사도 잘하고 붙임성 좋게 잘 다가가는 딸아이가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을 만나면 긴장하고 나와 아내 뒤로 숨거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얼음처럼 있곤 했다. 교회 성도들은 딸아이가 갓난아이 때부터 보았으니 그동안 많이 자란 것을 보고 "너 많이 자랐구나, 옷이 너무 예쁘다, 귀엽다" 등 많은 칭찬을 하는데 아이는 알아듣지를 못하니 그 쉬운 "땡큐" 한 마디를 대답하지 못했다.


기타를 가르치고 있어서 많은 학생들과 부모님들을 만나는데, 부모님들과 가끔 이야기할 때 딸아이가 영어를 못 배우고 있어서 너무 걱정이다 이야기하면 모든 분들이 그건 절대 걱정할 일이 아니니 오히려 한국말을 최대한 가르치라고 조언해주시곤 한다. 아이들은 어려서 말 배우는 것은 금방이라 학교 다니기 시작하면 오히려 그 잘하던 한국말 쉽게 잊어버리고, 심지어 하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가 생기니 영어는 걱정 말고 오히려 계속해서 한국말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우리 딸도 자연스럽게 영어가 더 편하고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오겠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오늘 현실 앞에서는 늘 모든 것에 걱정이 더 앞서는 아빠로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아내에게 사진과 문자가 왔다. 보낼 때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아이가 학교로 들어가서 선생님과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눈물을 참을 수 없어 많이 울었다고 한다. 또 따라오라는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가만히 서있던 아이를 생각하니 걱정도 앞선다고 했다. 아이 때문에 눈물 보일 때가 많은 나로선 아마 현장에 있었다면 아내는 울지 않고 내가 통곡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내도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걱정해보지 못한 상황과 일들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고.. 이렇게 부모가 되어가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미국 노동절 휴일까지 함께 긴 연휴를 보내는 동안 오랜 시간 쉼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함께 늘 마음 한편이 계속 불편하고 힘들었던 것은 아이를 향한 걱정 때문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유치원에 가서 코로나에 걸리면 어떻게 하나, 감기 옮아오면 어떻게 하나,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선생님이 하는 말은 알아듣고 잘할 수 있을까, 대 소변은 혼자서 잘 처리할 수 있을까 등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제, 등원을 앞둔 바로 하루 전 저녁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도시락 뚜껑 여는 법, 화장실 가야 하는 것, 친구들과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등 눈을 바라보며 최대한 많은 조언을 해주려 노력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마음의 평안은 찾아오지 않았고 잠들기 전 아이를 안고 기도를 했다. 내 마음에 걱정되는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기도를 했다. 그럼에도 마음은 여전히 걱정으로 가득했다.


아이와 함께 잠들려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하려 했던 다음 날 레슨 준비를 하려 악기 방으로 향했다. 레슨 준비물과 간단한 티칭 연습을 하고 잠이 오지 않아 새벽 늦게서야 잠이 들어서 새벽에 하려 했던 운동도 못한 채 예상보다 늦게 일어났다. 늦게 일어났음에도 아이가 유치원 가는 당일이 되니 계속되는 걱정에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계속 기도를 했다. 내가 일어나니 따라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는 딸아이를 안아주며 다시 기도를 해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고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니 늘 인간을 초월한 그 어떤 전지전능한 존재를 찾아 의지하고 기도하며 비는 인간의 본능 때문인 건지 이 불안한 마음에 그저 기도뿐이었다. 그렇게 딸아이와 아내의 마중을 받으며 출근하는데 어머니가 생각났다.


우리 어머니, 장모님, 장인어른도 이런 마음이셨겠구나 싶다. 다행히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울지도 않고 엄마와 떨어지며 등원하는 딸아이가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을 좋아하고 아직 어려서 엄마와 아빠를 힘들게 할 때가 있지만 우리 딸은 나름대로 자기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엄마와 아빠를 더 생각하고 사랑해주고, 도와주려 하고, 본인에게 닥친 일에 대해서 주저하지 않는 우리 딸이 그저 대견스럽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늦잠 없이 늘 아빠가 새벽에 일어날 때면 함께 일어나고, 잠투정 없이 잘 일어나며, 반찬 투정과 편식도 없이 주는 대로 잘 먹고, 원하는 것 사달라고 조르거나 떼쓰며 울지도 않는.. 아무리 착한 딸이라도 육아 자체가 쉽지 않고 첫 양육이다 보니 아내와 나 모두 힘들 때가 종종 있지만, 늘 돌이켜보면 우리 딸은 우리가 정말 육아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새벽 수유를 할 때 아무리 배가 고파도 깨서 울지 않았고, 이가 날 때도 운 적이 없었고, 대 소변을 가리기 위해 기저귀를 그만 하자고 했을 때 역시도 한 번에 잘 트레이닝을 끝내며 침대에 대 소변을 본 적도 없고(이후 침대에 소변을 3번 정도 싸긴 했음 ㅎㅎ), 잠들 때 쪽쪽이를 하던 습관이 있었어서 쪽쪽이 떼려 할 때도 한 번에 말을 알아듣고 투정 한 번 없이 쪽쪽이 없이 잠들기 시작했고.. 보통 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하면서 한 번씩 겪는다는 힘든 시기를 딸아이는 한 번도 힘들게 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육아가 처음이고 부족한 것이 많은 엄마, 아빠라서 앞서는 걱정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무엇이든 척척 잘 해내는 효녀 딸이 있음에도 평생을 이렇게 살얼음판 걸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부모의 삶인가 싶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는 말이 정말 마음과 피부로 와닿는 것이.. 내 아이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마음에 상처 받는 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엇이든 용감하게 피하지 않고 해결했으면 좋겠고, 공부도 운동도 잘했으면 좋겠고.. 나도 이렇게 평범한 부모가 되어가나 보다.




아이는 이렇게 매 순간에 최선을 다했으며, 유치원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아내 혼자 알아보고 서류 준비하고 (유치원 보내는 것에 서류가 뭐 그리도 많은지), 선생님 미팅까지 모든 것을 아내가 감당했다. 보다 꼼꼼하고 나보다 영어 실력도 좋아 아내가 하는 것이 마음 놓이지만 한 편으로는 도와주지 못해 많이 미안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는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이번 유치원 입학 준비에 있어서는 내가 한 것이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참 손과 발이 잘 맞는 부부 같다 라는 내 혼자만의 생각이고 아내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난 무엇을 했나...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 내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은...


항상 밝게 웃는 장난기 넘치는 내 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질까 봐.. 아파서 힘들기 때문에 웃지 못할까 봐.. 마음이 다치거나 속상한 일을 당해 미소를 잃을까 봐.. 아무리 힘들고 속상해도 딸의 웃는 얼굴을 보면 힘이 나는데 그 미소가 사라질까 봐...


나는 그게 가장 두렵고 걱정되나 보다..


우리 딸 파이팅! 아빠가 늘 응원할게 사랑해. 아빠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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