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고양이의 배신 (부제: 왜 나를 잊은 거니)

by B디자이너 지미박

약 2주 전쯤이었다.


밤에 운동 겸 산책을 나갔는데

집 근처 길에서 마주친 길 고양이.


(두둥)


뭔가 길목 한가운데를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 몸을 낮추고 고양이 말로

”야옹야옹“해주니 슬금슬금 다가온다.


그리고 내 다리에 자기 몸을 비비면서

뒤집어 누워 애교까지 부린다.


고양이를 한 번도 안 키워봤고 잘 모르는 입장이라

쓰담쓰담해본 것도 사실 거의 처음이었다.


그렇게 한 5~10분가량같이 놀아주었을까.



밤 산책은 아직 시작도 못했으니

고양이에게 또 보자고 인사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런데 길을 걸으면서도 왠지 그 고양이가 아른아른하다. 그래서 편의점에 들러 고양이 간식을 샀다. 혹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마주치면 주려고.


앞서 말한 대로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으니 고양이 간식은 당연하게도 처음 사보는 것이었다.


난생 처음 사 본 고양이 간식


그런데 약 한 시간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그 녀석과 마주치지 못했다.



그리고 약 2주쯤 흘렀을까.


그동안 약 이틀에 한번 꼴로 밤 산책에 나섰지만 다시 만나질 못했다.


물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때 샀었던 간식을 계속 소지하고 나왔지만

어쨌든 한 번도 마주치질 못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도 됐지만

점점 기억에서 잊혀 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난 주말 밤.


날씨도 선선해졌고 산뜻한 기분으로 밤 산책을 나섰다.


역시나 나가 길에 그 고양이는 마주치질 못했고,

한 시간쯤 걷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저 멀리서 고양이 한 마리가 슬금슬금 가고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녀석인데..



그래 너 맞구나!!!


정말 반가웠다.


그런데 웬걸..

반가운 나와는 달리 그 녀석은 나를 경계했다.


아무리 불러봐도 일정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는다.



‘난 널 기억해는데.. 넌 왜..

나 혼자 설레발이었던 거니‘

(동물에게 차인 듯한 느낌.. 이거 뭐지? 아 하 하)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녀석이 괘씸하고 미웠지만

간식이라도 주고 싶어 유인해 본다.


나비야, 이리 온


모르는 아저씨가 무언가로 유혹해서일까.

더욱더 경계를 하는 느낌 (우이씨)


혹시 간식인 걸 알게 되면 먹을까 싶어서,

포장지를 까서 냄새도 풍기게 해보고

바닥에 좀 놓아줘봤다.



그런데 슬슬 다가오고 킁킁 냄새를 맡더니..

취향이 아닌지 그냥 돌아선다.


와.. 두 번째 상처.



너 나한테 플러팅 한 거니?


그래.


함부로 마음 주면 안 되는 거구나.

특히 반려 고양이도 아닌 길고양이에게 말이다.


짝사랑이었다고 표현 싶진 않지만

분명 난 너에게 호감이 있었어.


잠시뿐이었지만 나 혼자 설레서 미안해.

앞으로 마주쳐도 인사 정도는 해줄게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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