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나 카레니나 소설 속 ‘레빈’이 싫다

by B디자이너 지미박

고전 중에 고전 ‘안나 카레니나’


두꺼운 세 권으로 나누어져 있는 민음사에서 출간된 버전을 보고 있다.


민음사에서 나온 안나 카레니나



처음엔 꽤나 재미있게 봤는데 중간 부분부터 진도가 잘나가질 않는다.


두 달 정도 걸쳐 80~90% 정도 읽은 것 같다. 마음 같아선 후딱 읽고 싶은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냥 천천히 즐기기로 했다. 어차피 다른 책들과 섞어서 보면 되니까.


아직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오늘은 안나 카레니나 속 '레빈'이라는 인물에 대해 잠시 내 생각을 남겨보고자 한다.


일단 안나 카레니나에는 꽤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저마다 각자의 스토리와 인물 묘사를 굉장히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생각할 때 톨스토이는 '레빈'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유독 심혈을 기울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레빈은 올바른 사고를 갖고 비교적 도덕적인 인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레빈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 기복, 좌절과 환희까지.. 마치 우리네 인생과 가장 가깝게 느껴진 인물이다. (물론 부유한 귀족 출신 같은 금수저인 점은 거리감이 꽤나 크게 느껴지지만)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레빈'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싫다.


처음엔 키티에게 청혼을 거절당하고 괴로워하며 방황할 때 연민을 느꼈다. 게다가 농업 분야 등 산업 발달에 깊은 성찰과 성실하고 건강한 사고를 지닌 훌륭한(?) 젊은이다. 그런 그는 많은 진통이 있었지만 열렬히 사랑하던 키티와 결국 혼인에 성공하게 되는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자수성가라는 표현이 적합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분명 가문도 훌륭하고 성품도 바른 인물이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나는 왠지 레빈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키티와 다시 만났을 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약혼 전날 밤 친구들의 흔한 조언들, 예를 들어 ’결혼하면 자유가 없어진다‘는 둥 한마디 한마디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똑같다)


게다가 약혼식 날 투바슈카 루바슈카인지 이름도 어려운 의상이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약혼녀인 키티와 하객들을 불안에 떨며 기다리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분명 호감을 갖은 캐릭터였는데, 보면 볼수록 뭐랄까.. 찌질함의 전형이랄까. 레빈과 결혼한 훌륭한 여성 키티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이 정도까지 생각이 미치니, 톨스토이는 도대체 왜 레빈이라는 인물에 대해 저렇게 심혈을 기울이며 묘사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리저리 생각해 본 끝에 다다른 결론은,

레빈이 우리 대다수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것 같다는 생각.


선량한 마음을 가졌지만 이런저런 외풍에 쉽게 흔들리고,


자신이 가진 것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방황하고,


심지어 키티와 결혼 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을 것 같은 스토리를 예상했지만,


그토록 사랑하는 이와 결혼 후에도 이따금씩 그 행복을 망각한다.


현재 보고 있는 80~90% 정도에 나오는 문장이 있다.


잠시 그대로 옮겨 보면,


얼마 전만 해도 그녀의 사랑을 받는 행복을 감히 믿지 못하던 그가 이제는 그녀가 자기를 지나치게 사랑한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다니,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소설 전체를 봐도 그리 비중 있는 문장은 아니었고 심지어 괄호 안에 담긴 단락이었는데,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몹시 불쾌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남은 소설 내용 중에 레빈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모른다. 다 읽지 못한 관계로 이건 독서 후기도 아니다.


하지만 레빈에 대해 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싶을 정도로.


안나 카레니나는 워낙 유명한 고전이기에 작품에 대한 해설이 분명 많을 것 같다. 하지만 평론가들이나 다른 해설사들이 해석한 걸 보면 나만의 생각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아직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레빈에 대한 해설을 찾아봐야겠다. 내가 놓친 것들이 있는지 아니면 내가 본 게 대체로 다수의 공감일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최소한 나는 레빈이라는 인물처럼 되진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고전 안나 카레니나가 알려 주는 여러 가지 삶의 지혜 중 하나는 얻게 된 것일까.




+ 안나 카레니나를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영화를 보고 싶다. 아마도 가장 최근에 영화화 된 것이 ‘키아나 나이틀리’가 주연으로 출연한 2013년 작품인 것 같다.



출연진 중 레빈은 누가 연기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아일랜드 출신의 도널 글리슨이라는 배우다.


내가 상상한 레빈과 비슷하다


한눈에 봐도 익숙한 분이다 싶었는데 2013년 같은 해 개봉해서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어바웃 타임’의 주연이다.


어바웃 타임은 레이첼 맥아담스의 최고 영화 중 하나일 듯


레이첼 맥아담스의 상대역으로는 걸맞지 않은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탐탁지 않았던 배우다. (당사자에겐 미안하지만 생각은 자유니까)


어쨌든 선한 인물이지만 다소 찌질한 레빈 캐릭터와 찰떡인 것 같다. 영화로 묘사된 인물로 봐도 참 마음에 안 든다.


그러고 보니 오늘 글에는 화가 많은 것 같다.

정작 진짜 메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안나와 브론스키에 대한 생각을 꺼내놓으면 레빈에 대한 화는 분노도 아닐 텐데 말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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