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까지 6~7시간 비행.
편하게 밥 먹고 음료수 마시고 쉬고 책 보고 살짝 잠들었다 깼는데도 두세 시간밖에 안 지났다.
예전에는 영화 두세 편 보는 건 기본이었는데
기내 안에 디스플레이는 각종 패드와 태블릿으로 눈이 높아진 우리에겐 너무나 볼품없어서 그다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코노미만 그런 걸까.
그래도 뭐가 있을까 뒤적거리던 중 할리우드 특선 편이 눈에 들어온다. 특선이라면 아마도 명작들일 듯해서 살펴보니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가 눈에 들어온다.
짐 캐리, 주이 디샤넬 주연의 <예스맨>
내 인생 영화 Top 10 안에 드는 영화다.
예전에 이걸 보고 긍정의 힘에 대해 신선한 충격도 있었고, 사실 더 중요한 건 너무나 사랑스러운 주이 디샤넬에 한동안 푹 빠져있던 기억이다.
예스맨에서 주이 디샤넬의 네이비 컬러에 레드 포인트가 들어 간 코트는 다시 봐도 정말 예쁘다.
당시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 코트 어디 브랜드인지 질문이 많았는데, 주이 디샤넬이 직접 밝힌 바로는 빈티지 샵에서 구입한 개인 소장 코트라고 기억한다.
주이 디샤넬에 찰떡이라 생각했는데 개인 의상이라 하니 역시나 싶었던 기억.
영화와 음악에는 그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치만 열악한 디스플레이와 심지어 중간중간 계속 끊기는 탓에 집중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 (아시아나항공 아무리 이코노미라고 이럴 거니?)
그래서 중간쯤까지 보다가 포기했다.
어쨌든 나의 20대를 떠오르게 한 영화,
나중에 다시 제대로 감상해 봐야겠다.
----------- 여기까지는 푸켓행 비행기 안에서 쓴 건데 ------------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모니터 환경이 나아졌다. 역시나 푸켓행 비행기가 예전 거였나 보다.
비록 이코노미지만 널찍하고 선명해진 화면 덕분에 영화 볼 맛이 난다.
보고 싶은 영화가 신작 포함해서 3~4편은 되는데, 돌아오는 건 5시간 반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더구나 새벽 비행이라 잠도 좀 자둬야 해서 딱 한 편만 봐야 할 것 같다.
한 편만 보려니 더욱 신중해진다.
그런데 왠지 푸켓행 때 제대로(?) 감상 못한 <예스맨>이 다시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결국 제대로 다시 재생!
짐 캐리와 주이 디샤넬 두 사람의 조합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2008년 작이라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다시 봐도 정말 좋다. 예전엔 짐 캐리 연기와 주이 디샤넬의 자유분방함,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싹트는 연예 감정에 푹 빠졌는데, 마흔이 넘은 나이에 다시 보니 인생에 관한 메시지도 보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사실 예스맨은 한 30번은 본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또 보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작은 쏟아진다.
극장, TV, OTT, 유튜브 등에는 볼거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나는 옛날 영화를 또 보고 앉아있다.
왜 이렇게 보고 또 봐도 계속 보게 되는 걸까.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좋으니까?
예스맨은 아마도 TV 채널을 돌리다가 나오면 또 볼 것이다. 넷플릭스에 올라와도 분명 또 볼 것이다.
그리고 그걸 감상하는 20대 때의 나, 30대 때의 나, 현재 40대의 나, 그리고 50, 60, 70대의 나는 많이 달라진 생각과 새로운 눈으로 감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마다 추억의 명작이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아직 못 보신 분이 있다면 꼭 한번 감상하길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