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고요한 12월 26일

by B디자이너 지미박

크리스마스인 어제는 정말 꽉 찬 하루였다.


아이들과 아내와 미리 계획한 일정은 없었지만, 즉흥적으로 다녔음에도 비교적 시간이 착착 맞을만큼 꽉꽉 들어맞았다. (아 참 남산타워에 걸어서 올라가 보기로 했는데 너무 추워서 패스)


일단 명동성당에 가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시로 초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인사동에 가서 역시 아이들 위한 메이즈러너 놀이 체험도 하고, 필자가 애정하는 인사동 전통찻집에 처음으로 가족들을 데려가 보고, 분당으로 돌아와서 인형 뽑기 원 없이 시켜주고, 치킨 먹고 크리스마스 하루 일과 끝!


백 장이 넘는 사진들이 쌓였지만 남겨진 추억의 흔적 중 일부만 보면,



그리고 오늘 출근길.


12월 26일이라는 날짜 특성과 금요일이 겹쳐서인지 역시나 출근하는 사람 수가 부쩍 줄어든 것 같다.


광화문 일대는 바삐 지나다니는 차량들 외에 유독 고요하게 느껴진다.



어제 보물 1호 딸내미가 그러더라.


크리스마스 정말 좋다고. 그런데 12월 26일은 너무 싫다고. 학교도 가야 하고. 그래서 크리스마스 밤부터 싫어진다고.


화려하든 화려하지 않았든 어쨌든 설레는 행사(?)의 정점이었던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 유독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 나도 어릴 적부터 똑같았다. 그래서 딸내미의 마음에 어떤 건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당일 밤부터 아쉬워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딸아이에게는,


다음 날이면 바로 주말이고, 연말 특별한 31일도 있고 등등 연이어 찾아올 좋은 날이 있으니 너무 아쉬워 말라고 해줬지만 딱히 위로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뭐 입장 바꿔서 들어봐도 딱히 위안과 설득이 될 것 같지 않다.


아쉬워하는 딸아이에게 멋진 조언을 해주고 싶었지만 딱히 그런 건 없었다. 나도 같은 심정의 똑같은 사람일 뿐이니까.


12월 26일은 참 오묘한 날인 것 같다.


어렸을 때나 어른이 돼서나 심지어 내 자식마저도 똑같이 반갑지 않은 날이다.


게다가 올해 남은 휴가가 거의 없어 출근까지 하니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게다가 오늘은 지독하게 춥다. 귀가 떨어져 나갈 뻔..


문득 그래도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이브날, 당일날 같을 순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고요함과 약간의 허무함도 있어야 균형도 맞는 것 아닐까.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들었던 신나고 즐거운 캐롤들이 이젠 어색하게 느껴지는 날이니, 문득 Sia의 스노우맨(Snowman)이 떠오른다.


언젠가 녹을 눈사람, 그래도 울지 말라는 위로, 잔잔한 행복과 아련함이 함께 느껴지는 이 명곡이 왠지 12월 26일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 뮤직으로 찾기도 전에 귀에 맴돈다.


그래서 무슨 DJ 마냥 오늘의 추천 곡으로 남겨본다.



스노우맨을 들으면서 드는 생각,


12월 25일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는 12월 26일이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고요함과 약간의 아쉬움조차 또 다른 매력으로 느껴지는 걸 보니 역시나 어른이 됐나 보다.


언젠가 딸아이도 이 노래를 들으면 복잡 미묘한 기분을 느끼는 날이 오겠지?


출근했으니 이제 일해야겠다.


오늘 출근하신 분들, 일하는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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