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게 무엇이었나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일단 무슨 일이든 시켜만 줘 봐요. 내가 아주 난리 나게 잘할 수 있으니.'라는 허황된 자기 확신이 아니었을까 한다.
스타트업에서 OO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기획자를 채용하는 자리였고,
그 분야에 대한 정확한 지식은 없어서 조금 두려웠다.
마침 그 회사에 조금 연이 닿는 분이 있었고, 회사 대표님이 생각하는 신규채용 자리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OO 전문가들은 많으니 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보다는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한 경험이 있으면 좋겠다,
그들과 협업할 수 있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다
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했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전달했는데 지원을 꼭 하라고, 인터뷰를 통해 직접 뵈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고 했다. (마지막 말은 인사치레로 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날부터 2~3일 정도를 회사에 대해 공부하고, 내 경력의 조각들을 잘 퍼즐 맞추기를 해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사람으로 메이드 해보았다.
회사에 대해 공부하는 동안 알게 된 것은,
회사 대표가 SNS를 무척이나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조금 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서류제출일이 종료된 다음날,
회사 대표의 SNS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OO어 가능자 비율이 꽤 높다. 물론 우리 조직 이사진 전체가 OO어 매우 가능자들... 채용공고에 OO어 가능자를 끄는 힘이 있었던 걸까?]
물론 나는 OO어 가능자가 아니다.
SNS에 굳이 이런 말을 왜 쓴 걸까 궁금했다. 그리고 마음 한편으로 '나는 OO어 가능자가 아니라 눈길을 끌지 못했겠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올라온 SNS에는 오늘 꼭 인터뷰 초대 못 드린다는 연락을 드릴 예정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좋은 분이 뽑히길 '기도'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그리고 오늘 꼭 주겠다던 연락은 다음날 받게 되었고, 그 '기도'빨을 받은 건 내가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OO 어를 못해서, 떨어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의 전공과는 분명 무관한 커리어 전환을 노렸던 것이고, 보기 좋게 탈락했다. 이제 와서 다시 그 지원서류를 읽어보면 '어휴... 나라도 안 뽑겠다'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건 사실이며, 서류에서 광탈한 것은 나의 허름함 때문인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회사 대표가 SNS에서 어떤 말을 주로 하는지, 해왔는지를 면밀하게 살필 필요를 느꼈다. 대외적으로 좋은 말씀을 하는 부분들 말고,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나타나는 글들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