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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an Phan May 09. 2020

#7.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엄마가 되었다.

나는 결혼하기 전, 나는 베트남을 떠나 외국에서 사는 것을 상상하기도 못 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 이 낯선 한국에서 예비 엄마가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갑자기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버린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첫 임신이라서 당황스러웠고 현실을 믿지 못했다. 나 같은 이방인이 한국에서 어떤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많이 걱정되었다. 


초음파로 처음으로 뱃속을 보는 날이었다. 아주 작지만 새로운 생명이 내 몸 안에 생긴 것이 신기했다. 이 작은 생명은 내 몸 안에서 점점 자라나 나중에 나를 ‘엄마’라고 부를 것이다. 그때도 나는 내 기분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 느낌이 행복한 느낌인지 잘 몰랐다. 


아이를 가지게 된 것이 행복인 건지 잘 몰랐지만, 임신한 것을 알았을 때부터 무슨 일이든지 조심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고, 항상 천천히 걷거나 행동했다. 핸드폰을 볼 때도 무의식적으로 임신과 육아 정보를 검색했다. 그런 행동들이 모성에서 나온 행동인지 여전히 잘 몰랐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산부인과에서 태아의 심장소리를 처음 듣던 날, 나는 울었다. 행복하게 울었다. 이제 나는 진짜 우리 아이의 엄마가 되었구나. 비로소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한국 생활이 아직도 어색한 나에게 한국에서 아이를 갖고 키우기란 어렵고 힘들 것이다. 임신 중에도 내 옆에는 남편뿐이고, 출산이나 육아를 할 때도 남편 이외에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당연히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한국 사람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선 그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신과 육아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두 한국어로 알아봤다. 일상 언어가 아닌 전문 지식을 찾다 보니 나의 한국어 실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 되었다. 정보를 접할 때마다 사전을 사용해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임산부와 태아에게 좋은 음식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요리하는 지도 잘 몰랐다. 게다가 태아 검진을 받을 때도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남편도 베트남어로 의사 선생님 말씀을 다 번역하지 못해서 나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걱정도 많았다. 임신 중이니 내 감정도 이상하게 바뀌었다. 아무 문제가 없어도 혼자서 울었고, 또 쉽게 화냈다. 이럴 때마다 내 자신이 싫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잘 안다. 임신 중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두렵지만 좋은 생각만 하기로 했다. 아이를 갖게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좋은 일이다. 나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하는 결혼 생활을 늘 바랬기 때문이다. 이 소망을 위해 나는 최선을 다 할 것이고, 아이와 함께 한국 살이도 빠르게 적응해 나갈 거라 믿는다. 나는 한국에서 평범한 엄마가 아닌 외국인 엄마가 될 것이다. 외국인 엄마로 살면서 남들보다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상황을 뛰어넘는 도전도 할 것이다. 한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처음 겪은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새로운 경험이자 도전은 내가 아이를 갖게 된 일이다. 

나는 한국에서 엄마가 되었다.

'아이야, 엄마와 함께 이 놀라운 우주를 알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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