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치> - 가이 리치의 정점

Directed & Written by Guy Ritchie

by pharma


가이 리치 감독의 <스내치> (2000)를 보았다. '가이 리치'식 연출의 정점인 작품이라고 여러번 들어봤던 영화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리치의 영화로는 <셜록 홈즈>,<맨 프롬 엉클>,<알라딘>이 있다. <셜록 홈즈>는 오래전에 본터라 잘 기억 나지 않고 <알라딘>은 무난한 디즈니 실사 영화,<맨 프롬 엉클>도 역시 무난한 스파이 액션 영화로 느껴졌고 <스내치>를 보고 나니 확실히 비교가 되었다.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킹 아서 : 제왕의 검>는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 영화지만 흥행면에서는 참패했고,평가도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내치>와 비슷하게 가이 리치의 초기작 중 하나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도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인 것을 보아 오히려 자본의 투입이 역효과를 일으켰을 수도 있던 것 같다. <킹 아서 : 제왕의 검>은 1억7천만 달러,<맨 프롬 엉클> 1억 2천만달러 ,<알라딘> 1억 8천만 달러의 막대한 자본에서 <알라딘>을 제외하고는 흥행에서 참패했고 <알라딘>에서는 감독의 색깔이 없었지만 곧 개봉할 <젠틀맨>에서는 2,200만 달러의 확 달라진 제작비와 예고편에서부터 느껴지는 가이 리치 영화스러움이 이 영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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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내치>의 가장 큰 장점은 훌륭한 각본과 그 이야기를 완벽하게 살려내는 연출이다. 영화 초반부터 많은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각각의 이야기를 동시에 전개하면서 자칫 잘못하면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초반부에는 살짝 헷갈리긴 한다. 하지만 가이 리치 감독은 제이슨 스타템이 연기한 '터키쉬'를 현재진행형 나레이터로 설정하여 관객과 같이 영화를 진행하게 만든다. 그리고 인물마다 개성이 뛰어나게 만들고 연결고리를 치밀하게 설정해놓았기 때문에 극이 진행 될수록 오히려 보는 재미가 커지고 후반부 인물들이 모이는 장면에서는 가이 리치의 각본과 연출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에서 '사촌 아비'가 미국과 영국을 오가는 장면을 매우 빠른 편집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가장 유명하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레퀴엠>에서 마약 장면을 보는 듯한 이 장면도 좋았지만 오프닝부터 나는 연출이 신선하다 느꼈다. 베네치오 델 토로가 연기한 '네 손가락' 프랭키 일당이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장면을 cctv 화면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장면이다. 린 램지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에서도 cctv을 활용한 장면을 보며 감탄했었는데 그 원조격이 이미 있는 샘이었다.

나는 이 영화 연출의 하이라이트는 결말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중후반부 3개의 차량이 등장하는 장면이 가장 재밌었고 각본과 연출에 감탄했다. 우유 하나를 던지는 것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사고가 조금씩 떨어져있던 인물들의 이야기 조각을 한데 꿰어놓았고 시퀀스를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다음 시퀀스를 시작하는 가이 리치 연출의 절정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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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지만 수많은 캐릭터들이 이 영화에는 등장한다. 잠시 나열해보자면 불법 복싱 프로모터 2인방,흑인 보석상 3인방,브릭 탑,'칼날' 보리스,미국인 '사촌' 아비,'총알 이빨' 토니,집시 미키,네 손가락 프랭키. 이 외에도 몇명 조연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주인공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은 제이슨 스타템이 연기한 '터키쉬'와 스테판 그라함이 연기한 '토미' 2인방이다. 두 사람은 집시의 개를 데려오다가 그 개가 소리나는 인형 삼키게 된다. 이때 '스내치'했다는 표현을 쓴다. snatch라는 뜻은 잡아채다,강탈하다,달려들다 라는 뜻이 있고 이 영화에서는 그 대상이 바로 다이아몬드이다. 개가 인형을 삼켰을때에도 swallow나 eat가 아닌 snatch라는 표현을 쓴 이유도 이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고,결말부에 다이아몬드를 삼키는 개에 대한 복선의 의도도 있었다.



<스내치>는 단연코 내가 지금까지 본 가이 리치 영화 중 최고였고 이런 스타일이 가이 리치에게 참 잘맞는 옷이라고 느껴졌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영국의 깡패들,집시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영국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가이 리치는 영국 뒷골목의 현실적인 모습을 잘 그려냈고 그의 맛깔나는 대사와 연출이 더해져서 오락 영화로서 장점도 뛰어나다. <스내치>보다는 확실히 상위 계층에서 범죄를 다루는 가이 리치의 신작 <젠틀맨>에 대한 기대가 더욱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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