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가 지난번 머리카락 뿌리에 들인 까만머리칼 염색 그 자리로 부터 하루하루
틈틈히 자라나
본래의 색을
주장한다
바꿀 수 없는 사실을 받아 들이는 걸
배우라고 그러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그런다
시간이 변하지 않고
가고 있다고
곧 변해 갈 존재라고
소리가 들리는 듯 그렇다
어떤 날은 후딱 해치우고
다른 곳 새로운 곳으로 옮겨 가 다 잊어서
새 것이 되면 좋을 것같기도 하다
내가 새것이 된다면 나는 내가 아닐텐데..
어짜피 여기 이 세상도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굴려봐도 내가 오고자 태어나고자 애를 쓴 기억이 없단 분명한 증거를 근거로
새 롭게 갈 그곳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질 것 같아
한순간에 무책임의 자유로움에 맘이 다 풀어지지만 근거없는 생각들은
곧 염색을 언제해야 할까와
이제 그만 허연머리칼을 자연 상태 그대로 두는 것은 어떤지를 스스로와 상의해보다
어머니의 탐스런 백발을 자랑이라도 하시 듯 빨간바지로 예쁘게 단장하셨던 그 사진이 80대도 채 되지 않았던 때였을 것 같은데 어머니 댁 화장대에 그 사진은 족히 10년도 더 되었고 그 사진이 갖고 있는 것들 중에 무척 활기 차고 건강해 보이기에 뽑아서 놓으셨을텐데..
봄날 연산홍 꽃송이 터지는 곳에 서 계신 사진이 떠오른다
얼마나 젊으셨던 걸 까
그때 그 어머니를 너무나도 연로하다 생각했던 나는 언제 뭘 제대로 알 수 있는걸까...
이런 나로서 어찌 이 다음 세상의 오고감을 알겠는가
시간이 변함없이 내 발밑을 받치는 사실이 다행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발을 잘 딛고
지나가는 시간을 몸으로 잘 부비며
또 느껴보는 것을 할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