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공

by 약사조

입고 꿰맨걸까
아오자이로 단장한 사이공의 여인들이 그래도 지금도 그렇게 그 옷을 입고 있다.
비엩남 말고 월남과 월맹이 합쳐진 게
이 나라라고 뭐로도 바꿔 부르지 않고
항공표를 사고 호텔을 정하는 내내
월남이라고 지칭했다
월남이 맞는 내 마음은 우습다
내 어렸을 적 작은 발과 다리로 걸어서
다녔던 내 국민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신 낱말들을 안 바꾸고 싶은데
그건 세상이 변한 걸 모르고 싶은
퇴행도 아닌 내 어린 날에 대한 우스운
애착 인가

아홉 살 적 국민학교 삼 학년 때 어느 날
월남에 간 사촌오빠에게
국군 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던 때라 선생님이 편지 쓰는 시간이라고 공부를 접고 편지지를 내놓고 쓰라 하셔서 썼었다
사촌오빠가 월남에서 돌아와
고모인 우리 엄마에게 인사를 하러 온 날
얼굴과 목덜미가 똑같던 붉은 피부색은
월남이란 단어와 한짝으로 늘 기억한다.
사촌오빠가 그랬다
그 위문편지 정말로 늬가 썼냐..
오빠 월남은 야자수 나무와 햇빛이 연상되어요

국민학교 3학년에 연상은 좀 어려운 말이었나
월남은 내 머릿속에서
야자수가 있고 하얀색 마호자이 자락이
바람에 날리고 작은 삼각형 모자가
낸 그늘에 가려져 있던 눈이 안 보이던 얼굴
야자수가 햇빛 가득한 들판에 서 있었다
사이공과 호치민을 섞어 들으며 도착한
공항은 돈벌이가 열심인 모두로 가득하다
다행히 아오자이로 몸을 옥죈 여인들은
옥죈 만큼씩 건강해 보인다
길가에 코코넛 가게가 길목마다 보이고
야자열매들이 아직 흔하게 누워있다
차들이 많아 겨우 지나가는 용감한 오토바이를 탁 칠 것 같지만 안치고 잘 비켜서 달리고 달린다

사촌오빠가 월남에서 돌아와 인사하러
우리 집에 왔던 날 목과 얼굴이 다 같이
익은 것처럼 붉었고 아주 많이 웃으며
잘 있었냐고 했었다
열한 남매의 장남으로 항상 그 어깨
어딘가에 장남이라고 새겨져 있는 것처럼 기억되는 사촌오빠가 시간이 지나며
쇠약해지더니 국가의 보상을 받고 낚시에 시간을 맡겨 이젠 아주 말씀이 적어져
버리게 한 곳
아홉살 그 해 유월달 교실 책상에 앉아
연필로 위문편지를 써서 보냈던 곳
사촌오빠가 다녀간 후였었나
군산 비행장에 있다는
미군 부대의 Px에서 흘러나온
물건이었던가
누군가와 번호를 대면 교환수가
연결해 주던 전화기로 얘기하시던
엄마의 응대가 기억이 다인 신문물들이
내 어렸을 적에 있었다.
파나소닉 카셋트라디오
스위스 롤레이 카메라
시레이션박스에서 나오는 소금과 밀가루로 만든 것 같은 가벼운 깡통을 열면 나오던 다 먹어내기 힘들던 크래커
내 어린 시절의 그 딴 풍요의 켯속을 다
열어 헤쳐내 뭘하랴
그래도 괜찮았었고 그때 우리 다 각자
다 살고 있었기에 그 살았던 때는 그대로
두고 싶다

옳기만 한 우리나라와
우리나라가 지면 안된다는 눈물겨움과
잘 살기 위한 거만 있던 때
열심히 하는 게 다였던 그 세상을
뽀얀 살갗의 어린이가 자라던 그 시간을
월남을 호치민이며 싸이공이라 바꿔
불러 이제와 어쩌란 말인가
시간은 흐르고
내가 알았던 시간은 애닮도록 멀어져간다.

세상은 하나님의 것이기에
울어도 되고 웃어도 되고 슬퍼도 되고
다 지나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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