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걸었다. 교통비가 서울에 비해 너무 비싸기에 아끼려고도 걷고, 거리 풍경이 예뻐서도 걷고, 생각할 게 많아서도 걸었다. 덕분에 '걷는 법'을 익혀, 서울에 돌아와서도 거리 풍경을 쓰다듬으며 걷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연재를 하며 그곳에서 찍어둔 사진들을 오랜만에 다시 찬찬히 보았다. 그중 몇 장만 에필로그로 남길까 한다. 테마와 순서는 일관성이 없으나 그날의 공기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들로만 골라 보았다.
우에노(上野)의 선술집 골목. 롯폰기에서 도쿄타워 쪽으로 가는 길. 서울의 조계사처럼 시내 한복판에 있는 사찰 고코쿠지(護国寺). 성(聖)과 속(俗)의 경계처럼 느껴져서 찍었던 사진. 진보초(神保町)의 어느 헌책방. '보헤미안 길드'라는 이름이 맘에 들었다. (좌) 그리고 고엔지의 어느 헌책방. 점포 밖에도 서가가 있는 독특한 곳이었다. (우) 조시가야(雑司ヶ谷)에 있는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묘. 묘지 입구에 들어서 몇 발짝 떼지도 않았는데 어느 할아버지가 '나쓰메 소세키의 무덤은 저쪽이야' 하며 위치를 알려주셨다. 나쓰메 소세키의 묘가 있는 곳. 보통 '영원'(霊園)이라고 부르는 묘지공원이다. 도쿄도립으로, 조시가야를 비롯 묘지공원이 있는 동네가 많다. 도쿄에 하나 남은 노면 전차. 이 전차를 타면 벚꽃 명소나 장미꽃 명소를 앉아서 둘러볼 수 있다. (좌) 그리고 어느 꽃 덕후의 집. 입구를 기준으로 양쪽 벽면을 똑같이 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