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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묘 Jun 30. 2022

자전거를 반납하기 전에

S와 만나 서로의 꿈 얘길 했다.


먼저 간밤 내가 꾼 꿈.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자전거 한 대가 뿅 하고 나타났다. 나는 그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주로 과거에 알고 지냈던 사람들. 과외를 했던 어린 학생부터 남자 친구였던 사람까지.


그러다, 꿈 밖에서 오래전 아주 잠깐 만났던, 사실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남자가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풀어 보니 권투 장갑. '니가 그러면 그렇지. 어금니 꽉 깨물어!' 하면서 권투 장갑을 끼려는데 갑자기 그게 벙어리 털장갑으로 변했다. "남녀 사이란 게 그러네, 권투 장갑과 벙어리 털장갑 사이네."하고 S가 말했다. 뭐, 남녀 사이만 아니라 사람 사이가 그렇지 않을까.


어림 잡아 스무 명은 넘게 만난 것 같은데, 꿈 밖에서 서로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도 보았다. 그런데 내게 뒤통수를 보이고 있더라. 깨어나서 마음에 많이 걸렸다. 피차 호의를 갖긴 힘들다 해도 그래도, 오가다 스치게 되면 얼굴 마주 보고 인사를 건네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만나러 다니다 밤이 깊을 무렵 갑자기 자전거를 반납하란 목소리가 들렸어. 이왕 꾸려면 <구운몽>의 양소유 같이 되는 꿈이나 꾸든가. 자전거가 뭐야 자전거가. 고급 세단 다 놔두고."


S가 자기 얘길 시작했다.
 "나는, 며칠 전에, 예전에 만났던, 많이 좋아했던 남자를 다시 만난 꿈을 꿨어. 근데 내가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기다리면서 계속 불안해했어. 내가 정한 이곳을 싫어하면 어쩌나. 나의 무언가가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 만나던 그 당시에 실제 느꼈던 기분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만나던 그 당시에 그런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얘길 꺼내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못 했다고.


우리는 때때로 , 많은 것을 말하지 못하고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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