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핸드폰과 컴퓨터 하드 곳곳에 흩어져있던 사진들을 정리했다.
그중 마음에 드는 순간들을 골라 인화도 했더니, 그 비용만 훌쩍 10만원을 넘었다.
사진 속, 불과 5년 전의 남편 머리에는 지금보다 흰 머리칼이 확연히 적다.
각각 내 어깨 아래, 그리고 허리 아래밖에 닿지 않던 두 딸의 손을 잡고 선 내 얼굴도 무척 앳되어 보인다.
세월은 흘러흘러, 어느새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남편 머리에는 새치가 가득이고, 피부과는 구경도 못하고 햇볕과 세월을 정면으로 맞은 내 얼굴은 더 이상 앳되지 않다.
온 가족 모여 폭삭 속았수다를 보며, 나는 우리 엄마를 또 아빠를 생각했고
언젠가는 고아가 될 나와 내 아이들을 생각했다.
많은 이들의 인생이 그렇게 흘러간다.
부모의 사랑으로 엮여 자라 몸도 마음도 성체가 되고
그런 다음에는 내 짝을 만나 사랑으로 가족을 엮어가고
또 그런 다음에는 내 품 안에 키우던 새끼들을 훨훨 날아가게 놓아주는 것.
그렇게 살다 보면, 내 초등학교 시절 명절 때 뵈었던 할머니처럼 눈가는 짓이겨지고 입가에는 침이 고인 노인이 되겠지.
그런 날이 오는 날,
드라마 속 애순이처럼
한평생 사랑받아 외롭지 않았다고, 인생의 아름다운 그림을 함께 그려줘서, 늘 든든한 내 버팀목이 되어줘서 고마웠다고 남편한테 말해줘야지.
그리고 소중한 이들이 아침에 나선 문으로 귀가하는 매일의 기적을 감사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