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손택 '타인의 고통'
타인의 고통과 다 헤아릴 수 없음을 인정하고 우리를 연결지어야 한다는 것을 명제처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통을 이해한다.‘너를 다 이해한다’는 오만은 우리 안에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순간 매상황에서 인간의 내면에서 자라나며 때로는‘연민’이라 부르는 유약한 이타심의 껍데기에 숨을 수 있도록 한다. 모든 특정한 상황, 대상의 고통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폭력적이지 않은 것인지 한 명의 예술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다. 다만 우리는 손택이 제안한 태도를 떠올리며 내 마음 안에서 자라나는 오만과 투쟁해야 한다.
책의 뒤에 실린 부록이 훌륭하다.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한 손택의 연설이 실려있다. 이 연설문에는 타인의 고통에 이토록 섬세하게 접근하고 반응한 그녀가 우리에게 제안하는 조금 더 실제적인 방식이 드러나 있다. 바로‘이야기로서의 문학’을 읽는 것이다. 문학은 나와 타인까지 둘러싼 이 세계가 어떠한지 우리에게 말해줄 수 있다.‘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고, 발휘하도록 해줄 수 있’다. 자기를 벗어나서는 살아볼 수 없는 인간의 태생적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 그것을 절감하고 애통해하면서 타인의 삶을, 고통을 스팩터클한 이미지를 보며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으며 겹겹이 풍성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만이라도 자기 껍데기의 경계를 잊고 누군가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면, 누군가가 되어볼 수 없다면 인간이란 무엇일까. 결국 모두가 서로의 타인인 인간에게 서로에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모든 가능성과 희망을 배제한다면 어디에 희망을 둘 수 있을까.
손택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겹겹이 쌓인 현대사회의 좀처럼 이기심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오히려 타인의 고통을 자극제로 소비하는 현대인들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하며,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런 상황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리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