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머스크는되고 난 왜 안될까

이론으로 사회읽기 EP 03. 정보 비대칭

by 춘천 민박

다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보자. 당시 다양한 전자제품을 싸게 사려면 누구든지 용산전자상가로 향했다. 지금은 보기 힘든, 그렇지만 당시에 핫하였던 오토리버스 기능이 있는 파나소닉 플레이어를 사기 위해 나도 용산을 찾았다. 용산에서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발품을 팔아야 덤터기를 쓰지 않는다는 말을 어디서 들어서 나름 머리를 써서 다른 가게에 들러온 티를 내지 않으려 상당히 떨어진 가게들만 방문했다. 한 가게에 알아본 두, 세 기종의 가격 정보는 다른 가게에는 없다는 경우가 많아 마음에도 들고 가격을 비교할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발품을 팔아야 했다. 물론 판매 가격을 알기까지도 우수한 기능 설명을 오랫동안 들은 후에나 가능했다. 그렇게 다른 가게보다 싼 가격의 유광 청록색이면서 아주 얇은 기종을 샀고, 오늘의 승자는 나라고 웃으면서 집으로 왔다.


아참. 그 가게에서 추가로 2만원인가 3만원에 한번 충전으로 오랫동안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전용 배터리와 플레이어에 딱 맞는 이어폰을 사 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너무나 뒤늦게 (2년인가 3년 후에) 알아버린 배터리와 이어폰은 패키지 상품이었다는 사실은 내가 얼마나 헛똑똑이처럼 보였을까 생각하게 했다. 당시 나는 물건 박스를 확인하지도 않고 플레이어, 배터리, 이어폰을 따로 지불하고 샀다. 이미 수많은 전투로 이력이 오른 적장을 갓 참전한 내가 하루 동안 고안한 전략으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실수였다.


상점에 들어가면 점원은 특별히 찾는 물건이 있는지, 상품을 특정하지 않고 카테고리만 말한다면, 예를 들어 캐주얼하게 들고 다닐 가방 하나 사려 한다면 어느 정도 가격대로 구매하고 싶은지 물어보고는 한다. 이는 물론 친절히 손님을 응대하고자 하는 직업정신인 동시에 처음 마주한 판매와 구매라는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협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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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은 상점 안에 있는 물품의 가격과 마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지만 물건을 사러 들어간 내 선호(프리퍼런스, preference)는 알지 못한다. 나는 스스로의 선호는 알고 있지만 물품에 대한 정보는 없다. 이러한 경우를 정보 비대칭이라고 한다.


특히 점원이 물어보는 질문은 정보 비대칭을 더욱 강화시킨다. 가방가게에서 찾는 물건이 있냐는 점원의 질문에 특별할 필요는 없고 서류 넣고 다닐 가방을 찾는다고 말하면, 목적 성취가 다른 선택사항보다 우선한다는 나의 정보를 점원에게 유출시킨다. 혹은 10만원 대 가방을 찾는다고 말하면 가격 민감도와 지불의사 정도에 대한 내 정보를 점원에게 유출시킨다.


물론 지금이야 대부분의 상점에서 가격을 표기하고 있어, 가격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크지 않아 흥정의 여지가 크지 않다. 그렇지만 여전히 집 인테리어 계약, 중고 물품 거래와 같이 정가가 정해지지 않은 거래에서 내 가격 민감도와 지불의사 정보를 먼저 상대방에서 노출하는 행동은 내 정보력을 하락시켜 정보 비대칭성을 강화한다. 특히 요즘처럼 중고거래로 직접 만나서 거래할 때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확신할 수 없는 구매자는 지불의사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미리 알리면 협상력을 잃게 된다(아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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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정보가 가치와 등가 교환된다는 사실을 가장 극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증권시장에서는 정보가 돈이다.


증권시장에서 정보가 돈이 되는 시점에 대해 알아보자. 8월 1일 신문에 【A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유명한 【벤처기업 B】를 10월 1일에 인수한다고 실렸다. 경태와 같은 사람들은 10월 1일 시점에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A기업】의 주식을 사서 주가가 많이 오르리라 판단해서 일찌감치 9월 15일에 주식을 사두었다. 은영이는 경태와 같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어, 9월 중순에도 가격이 많이 오르리라 판단하고 9월 초에 주식을 산다. 제일 현명한 태수는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미리 주식을 살 테니 제일 빠른 시점이라 할 수 있는 【A기업】이 【B기업】을 인수하리라는 소식을 보자마자 【A기업】주식에 투자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다른 투자자보다 정보에 우선 반응하기 위해 【A기업】주식을 사다 보면 인수 호재에 대한 소식은 해당 뉴스가 공개된 8월 1일에 즉시 주가에 반영된다. 즉 증권시장에서 주가는 정보가 실현되는 시점이 아닌 정보가 공개되는 시점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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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정보 공개와 주가의 관계를 이해하면 주가조작, 내부거래, 담합 등의 시장개입이 정보 공개 이전에 존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정보공개 이전에 주가가 급상승하였다면 이는 정보를 미리 선점한 집단이나 정보를 알고 있던 내부자가 주식을 미리 사들여 사장을 교란시켰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계적 분석 방법을 사건연구(혹은 이벤트 스터디)라고 부르는데 한국거래소는 이 방법으로 시세조작을 판단하고, 검찰은 시세 조작 용의자들을 기소하는 증거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조금 더 학술적으로 이야기하면 사건연구는 단순히 정보공개 이전에도 주가가 상승했느냐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아래 그림과 같이 정보공개 이전에도 상승 추세에 있던 주가가 정보공개 이후에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연구는 사건 시점 전후로 초과수익률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변화하였는지를 근거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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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주가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즉 코인 열풍이 대단하다. 가상화폐도 정보가 돈이 되는 중요한 시장이다. 일부에서는 가상화폐는 정보가 전부라는(즉, 화폐로서 가치는 없다는) 해석도 있다. 이 코인 열풍의 중심에 한 인물이 있다. 바로 일론머스크다. 도지코인,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였다느니 자사 제품을 해당 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등의 소식으로 코인 시장은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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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비대칭의 입장에서 일론머스크는 정보의 소비자인 동시에 정보의 생산자이다. 일론 머스크는 나름의 수집 정보로 판단하여 코인 시장에 투자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특정 코인에 투자했다는 정보는 다시 시장에 유포된다. 일론머스크는 본인이 특정 코인에 투자했다는 호재가 시장에 유포될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 즉, 일론머스크는 본인이 원하는 시점에 코인에 투자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비대칭으로 인하여 일론머스크는 시장지배력을 갖는 우위에 있다. 나와 같은 개미 투자자는 시장 지배력을 보일 정도의 정보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행동을 해야 하지만 일론머스크와 동일한 영향력을 갖기 위해 모여야 하는 투자자의 규모가 너무 크다. 이러한 비대칭적 정보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최근 “동학 개미운동”이라는 사회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자발적”으로든 “자연스럽게”든지 집단이 생산하는 정보는 특수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특성은 다음 에피소드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마치며...) 사건연구는 수십 년 전에 이미 방법론적으로 완성되어, 본인이 통계툴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조금만 익숙하다면 소스코드를 웹에서 쉽게 얻어서 활용할 수 있다. 혹시 본인이 투자하는 주식이나 코인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시장개입이 있는지 확인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증권시장은 자본시장법으로 시장개입이 상당히 어렵기는 하다).



※ 미주: 용어에 해당하는 단어는 볼드체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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