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으로 사회읽기 EP 02. 신호효과와 선점우위
서울 차 막히는 거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내가 운전하는 도로만 막히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은 반대쪽 차선을 보면 사실로 여겨진다. 내가 가끔씩 지나는 등촌동 쪽에서 강변북로로 빠지기 위해 지나는 가양대교는 자동차 다리인지 연이어 붙인 자동차라 불리는 열차가 지나는 철교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긴 정체 길이 만들어지곤 한다. “앞으로 20분간 정체가 예상됩니다”라고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에게 “그.럼. 이. 길.을. 왜. 알.려.주.나.요.”라고 네비 눈높이에서 기계음으로 대들어 보려고 했지만, “앗차, 안내음도 성우가 녹음한대지”라며 인조인간이 되기를 포기한다.
가양대교 마지막에 오른쪽으로 빠지기 위해 마지막 차선 위 긴 줄에서 도를 닦다보면 비싼차들이 “난 직진이요”라고 말하듯 왼쪽 차선에서 바삐 움직어며 나를 앞선다. 그러나 우회전 길목에 다다르면 다른 비싼 자동차 앞 범퍼가 어김없이 들어온다. 기분 탓인가. 양보를 바라는 차들은 모두 비싼차다.
사례가 많이 모이면 현상이고 분석할 가치가 있다. 【고급차】, 【내차】, 두 이해당사자가 있고 나에게는 【나1: 양보】와 【나2: 양보하지 않음】이라는 의사결정이 있다. 그리고 상대방 고급차주는 【상대방1: 끼어들기】와 【상대방2: 끼어들기 안함】이라는 의사결정 존재하는 상황이니 지난 에피소드에서 구조화 했듯이 게임이론을 도입해 보자. 두 명의 이해당사자가 두 의사결정으로 대치하는 게임이니 지난 번 식탁대전과 같이 (나1, 상대방1), (나1, 상대방2), (나2, 상대방1), (나2, 상대방2)의 네 조합으로 구성된 게임환경이 만들어 진다.
이제 조합으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나와 고급차주의 이익을 임의로 부여해보자. 이 상황도 이득이 차이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니 우선순위만 파악하기 위해 각각의 입장에서 제일 좋은 경우에 별 네 개를, 최악의 상황에 별 한 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부여한다.
아래 그림과 같이 회색차를 운전하는 나의 입장에서 앞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빨간 고급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도 끼어들지 않으면 가장 좋은 상황이니 별 네 개. 내가 양보를 안했는데 무리하게 고급차가 들어오면 사고가 나니까 위험해! 위험해! 별 한 개. 내가 양보했는데도 상대방이 끼어들지 않으면 재빨리 앞 차에 붙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니(별 세 개), 양보했는데 끼어드는 것 보다(별 두 개) 기분은 좋다.
빨간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상대방 운전자 입장에서, 나의 양보를 받아 끼어들기를 성공하면 긴 고행에서 해방되니 별 네 개. 내가 양보 안했는데 무리하게 끼어 들어서 교통 사고라도 나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변북로를 달리는 여유는 당분간 접어야 하니 별 하나. 내가 양보 했는데 끼어들기를 안 하면, 내가 양보 안했는데 끼어들지 않았을 때(별 세 개)보다 심리적 타격이 크니까 별 두 개를 부여한다.
이제 내 결정에 대한 나의 이익을 비교해 보자(아래 그림). 상대방이 끼어들기를 시도한다면 나는 양보하는 편이 이익이 높다(위쪽 비교). 그러나 상대방이 끼어들기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미리 서둘러서 양보할 필요는 없어서 이때는 양보하지 않을 때 이익이 높다(아래쪽 비교). 지난 에피소드의 식탁 전쟁과 달리 내 입장에서 상대방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선호하는 우위전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빨간 스포츠카 차주도 마찬가지다(아래 그림). 내가 양보를 한다면 당연히 끼어들기가 이익이 높지만(왼쪽 비교), 내가 양보할 기미가 눈곱만큼도 안 보이는 단호한 성격으로 파악됐다면 끼어들지 않는 상황이 더 이익이다(오른쪽 비교). 즉, 스포츠카 차주도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선호하는 우위전략이 존재하지 않고, 내가 선택하는 결정에 따라 선호하는 전략이 달라진다.
이는 지난 에피소드에서 살펴본 식탁의 딜레마(죄수의 딜레마)와 달리 하나의 결정이 다른 결정을 지배하지 않아 아래 그림에서 빨간 박스로 표시한 (양보,끼어들기), (양보안함, 끼어들기 안함) 둘 중 어떠한 균형도 가능 경우이다. 그런데 왜 고급차는 항상 내 앞에 끼어드는 것처럼 느끼는 걸까? 이는 단순히 느낌만이 아니다. 절대적 우위 전략이 존재하지 않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른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급차 운전자가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머리카락를 휘날리며 가양대교를 건너고 있다는 이야기는 스포츠카 운전자는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그 정도의 수리비는 감수할 수 있을 정도라는 신호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동일한 수리비더라도 나는 그 정도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무리하게 양보하지 않지 않고 스포츠카와 사고가 났을 때 상대적 피해는 나에게 더 크다. “사고가 난다면 피해는 너에게 더 클걸?”이라는 신호를 고급차주는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신호효과(혹은 시그널링효과)라고 한다. 결국 위 그림에서 존재하는 두 균형 중에서 고급 스포츠카 차주가 선호하는 상황으로 균형은 결정된다.
시그널링효과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도 가능하다. 비록 고급차가 아니더라도 차가 끼어들기를 한다면 나는 무리해서 앞차에 차를 붙이지 않는다. 이는 상대방 차주가 끼어들면서 “나 끼어들기 한다”라는 신호를 먼저! 보내면 이후 선택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양보하는 편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즉, 결정의 순서에 있어서 먼저 선택한 사람이 우위에 있게 되는데 이를 선점우위라고 한다. 선점이라는 말이 어렵게 들리지만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다. 영어로는 【먼저 움직인 사림이 이득(First Mover Advantage)】이라는 쉬운 용어로 설명된다.
신호효과의 예는 우리 주의에 많다. 상품을 사는 사람은 상품 품질에 대한 정보가 생산자 보다 부족하다. 따라서 생산자는 좋은 품질의 상품에 높은 가격을 매겨서 “우리 제품의 품질은 믿으셔도 됩니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개발도상국가에 여행을 가면 더욱 확연하게 보이듯이 은행이나 금융기관은 대리석이나 콘크리트로 으리으리하게 건물을 짓는다. 이는 화폐와 같이 유동적인 신탁을 받는 기관은 우리가 고객의 재산을 갖고 도망가지 않으리라고 거래 고객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위 상품의 예에서 잠시 이야기했듯이 신호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보량과 관계가 깊다. 상품의 품질에 대한 정보는 아무래도 생산자가 소비자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데, 이렇게 정보의 수준이 다른 상황을 비대칭적 정보 혹은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시그널링효과를 유도하는 정보의 비대칭에서 정보가 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누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서 경쟁 우위에 있느냐의 문제이다. 정보의 질과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서는 다음 에피소드에 더 깊이 다뤄보자.
※ 미주: 용어에 해당하는 단어는 볼드로 표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