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으로 사회 읽기 EP 01. 네쉬 균형
어린 시절 어머니는 주말이면 달콤하게 자고 있는 나에게 밥 먹으러 나오라는 말로 늦잠 자는 나를 깨우는 동시에 가족 식사 해결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셨다. 그러나 주섬주섬 자던 자리를 정리하고 나가보면 밥을 푸거나 마지막으로 국간을 보고 계셨다. 그럴 때면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연륜 깊은 노련한 책략가에게 기습공격을 받은 적장처럼 다음 전투에서는 잠자리에서 조금 빈둥거리다가 더 부스스한 모습으로 밥을 먹으러 나가리라는 패기 깊은 전투 전략을 세우곤 했었다. 당시 어머니가 영화 뷰티풀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인 존 네쉬처럼 주방을 서성이며 우위전략, 최적균형을 머릿속으로 정리했을 리 만무하지만, 지금 나에게 개인의 최선 전략이 사회적으로도(혹은 가정적으로도)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만은 아니라고 네쉬의 이론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왜 식사 준비도 안됐는데 밥 먹으러 나오라 했는지 구조화해보자.
식사 시간의 대치라는 갈등 상황에 나와 엄마라는 이해당사자가 있다. 상황을 단순화하기 위해 엄마는 【엄마1: 식탁이 준비되지 않았지만 일찍 부르는 결정】과 【엄마2: 완벽히 준비가 되면 나를 부르는 결정】 두 가지로 요약한다. 나는 【나1: 엄마가 불렀을 때 바로 나가는 결정】과 【나2: 기다렸다가 나중에 나가는 결정】으로 정리하자. 식탁 눈치싸움이라는 상황에서 두 명의 의사결정은 (엄마1, 나1), (엄마1, 나2), (엄마2, 나1), (엄마2, 나2) 네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우선 아래 그림과 같이 네 가지 조합에서 엄마의 이득(혹은 보상)을 임의로 부여해보자. 이득의 차이가 동일할 필요는 없고 네 가지 상황에서 순서만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보상만 부여해도 충분해서 엄마의 입장에서 제일 좋은 상황은 별 네 개, 엄마의 입장에서 제일 좋지 않은 상황에 별 한 개를 부여해보자. 엄마 입장에서는 내가 바로 나오면 좋겠지만 그래도 미리 불렀을 때 바로 나오면 식탁 차리는데 도움도 줄 수 있으니 별 네 개. 준비됐을 때 불렀더라도 바로 나오면 둘이 같이 바로 식사할 수 있으니 별 세 개를 설정하자. 내가 빈둥거리다가 나가더라도 엄마가 미리 불렀더라면 예상된 시간이 식사가 가능해서 엄마는 빈둥거리다가 나온 내가 조금 얄밉더라도 괜찮다(세 번째 선호 상황). 하지만 준비가 다 되어서 불렀는데도 빈둥거리다가 나온다면 내 등짝이 얼얼해지는 상황은 피할 수 없다(제일 선호하지 않는 상황, 별 한 개)
나의 상황도 엄마와 유사하게 이득을 분배해 보자(아래 그림). 엄마가 준비되면 불렀을 때 내 할 일 다 하고 나가면 내 할 일도 하고 밥도 바로 먹을 수 있으니 기분이 가장 좋다(별 네 개). 빈둥거리다가 나갔는데 엄마가 미리 불렀기에 바로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별 세 개 주자. 엄마가 준비돼서 불렀는데 바로 나가면 기립성 현기증을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혼나지만은 안을 테니 별 두 개. 엄마가 미리 불렀는데 바로 나간다면 기립성 현기증에 공복으로 인한 현기증까지 느낄 테니까 별 한 개.
위와 같이 내가 내린 결정뿐만 아니라 내 결정과 상대방의 결정이 서로 작용하는 환경을 게임 환경이라고 한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을 때 오늘만은 쉬자고 하거나 오늘은 달리기도 하고 근력운동도 하자고 스스로 내리는 결정은 내 다이어트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카드게임에서 자신의 결정으로 아무리 높은 패를 갖게 되더라도, 상대방이 나보다 높은 패를 갖게 된다면 나는 게임에서 지는 것처럼 기존 효율적 의사결정 이론에 상대성을 추가되면 게임환경이 되고 이를 설명한 이론이 게임이론이다.
자! 이제 아래 그림과 같이 게임환경이 완성되었으니 엄마 입장에서 선택할 결정을 파악해 보자. 엄마 입장에서 내가 바로 나올 수만 있다면 미리 부르면 좋고(식탁 차리는데 도움이 되니까), 조금 이후에 나오더라도 미리 부르면 좋다(식탁은 차리는 도움은 못 받더라도 바로 식사는 할 수 있으니까). 즉, 내 결정과 관계없이 엄마는 언제나 선호하는【식탁이 준비되지 않았지만 일찍 부르는 결정】이 존재한다. 이를 게임이론에서는 우위전략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내 결정이 남보다 우위에 있다는 의미의 우위전략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도 내 결정이 좋은 결과를 낸다는 의미에서 우위전략이라고 부른다.
나에게도 우위전략은 존재한다. 엄마가 준비되었을 때 불렀는데 늦게 나간다면 밥도 바로 먹을 수 있고 내 할 일도 할 수 있고, 미리 불렀다 하더라도 늦게 나간다면 밥이라도 바로 먹을 수 있으니 좋다. 즉, 【기다렸다가 나중에 나가는 결정】이 나에게는 우위전략이 된다.
이때 식탁이라는 조그마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일을 살펴보자. 엄마와 나는 상대방의 결정과 관계없이 늘 이익이 되는 결정이 있어서, 식탁사회에서 나는 늘 빈둥거리며 조금 이후에 나가게 되고, 엄마는 미리 부르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외부의 추가적인 충격이 없으면 한 번 흔든 추는 결국에 멈추는데, 멈춘 상태는 추가 중력장에서 균형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상황과 같이 추가적인 개입이 없다면 도달하게 되는 균형을 생각해낸 경제학자가 존 네쉬이고 네쉬의 이름을 따라서 이러한 균형을 네쉬균형이라 부른다. 이 상황에서는 엄마나 나의 두 번째 선호와 세 번째 선호의 순서를 바뀐다고 결과는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두 명으로 이뤄진 작은 식탁사회에서 바람직한 결정은 엄마는 준비되면 부르고, 나는 엄마가 불렀을 때 바로 나가서 식탁에 앉는 균형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이렇게 균형이 찾아진다고 생각한 방식이 전통적 경제 이론이다. 즉, 네쉬 이전의 경제 이론은 개인이 이익을 최대(이익 극대화)로 하기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개인의 집합인 국가나 사회도 최대의 이익을 획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 이론이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설명한 【보이지 않는 손】이다. 결국 어릴 적 나의 식탁에는 등짝을 두드릴 안 보이는 손의 원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마음(뷰디풀 마인드) 원리가 작동하는 식탁이었다.
나와 엄마를 붙잡힌 두 명의 범인으로 그리고 식탁을 취조실로, 엄마와 나의 결정을 자백이냐 침묵하여 범죄를 부인하냐로 치환하면 게임이론에서 네쉬균형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된다.
물론 네쉬균형이 항상 존재하지는 것은 아니다. 엄마와 내가 공부 때문에 싸우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공부 문제로만 언쟁을 하는 결정과 다른 집 엄마 혹은 아이들과 비교하여 언쟁하는 아래와 같은 경우는 상대방이 취하는 전략에 따라서 내가 선호하는 전략이 달라서 어떠한 상황에도 선호하는 우위전략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런 경우를 경제학자 혹은 경영학자들은 어떻게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지 다음 시간에 알아보자.
※ 미주: 용어에 해당하는 설명은 굵은체로 설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