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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미 Feb 25. 2022

그러니까 나는 나의 완벽에 나를 희생시킨 셈이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자
나는 내 내면이 다시 망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지금 이순간에도
사람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일을 장악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지쳐간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건
내가 너무도 많은 책임을 지고자 했고
거기에 압사당한 것이였을 따름이다.

세상천지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완벽한 존재가 되고싶었다.
나라도 정신차려야,
나라도 의지되는 이가 되어야,
이 고통받는 사람들이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해서
나를 전혀 돌보지 않고 맹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나의 완벽에 나를 희생시킨 셈이다.



작년 2월을 돌아보며 썼던 일기다.


3일 동안 영상 6개, 카드뉴스 2개를 만들었다. 후배가 무슨 공장이냐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하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나는 일중독인가, 생각했다.


오늘도 원래는 스톱모션 영상을 만들기 위해 하루죙일 그림을 그려야 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으로 그림그릴 시간을 없앨 수 있었고 휴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도 알차게 보내야한다는 강박이 들었다. 왜 그렇지? 명상을 했다.



"지금도 부족해." "더 하지 않으면 날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볼거야."
"나는 지금 성장하지 못하고 있어."


내 안에 어지럽게 소용돌이 치던 잡념들이 손에 다 쥐어지지 않았다.


"집에 가고싶어"

"자고싶어"

"돈걱정 없이 맛있는걸 먹고싶어"

"놀고싶어"

"잘하고싶어"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날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볼거야"

"부족해"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행사가 잘 안될거야"

"숨 쉴틈 없이 일해야해"


행사의 성공, 나의 성장, 나의 노동, 나의 관계맺음, 그런것들의 중요성이 너무나도 커져서

내 안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나를 닦달하고 있었다.


충분하다.

지금도 충분해.

잘 하고 있어.

한번에 먼 거리를 뛰려면 넘어져.

열정이 큰 만큼, 욕심이 많은 만큼

조금씩 천천히 가야 멀리 갈 수 있어.

언젠가 꿈에서 그가 그랬잖아.


나는 다시금 멈춘다. 나를 돌보기 위해.

맛있는걸 먹고,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편안함을 추구한다.

내가 언제나 120%로 살 수는 없다.


학생회 했던 당시엔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나의 완벽에 나를 희생시켰다.

지금이 다른 점은 서로 의지할 동료들이 있다는 점이다.

조금 더 부대껴보자.







*2020년 1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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